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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의 음식인류학] 세균이 든 음식은 무조건 불량식품이라고?

‘음식청문회’의 시스템 오류…식약처의 일괄적 불량식품 기준 바꿔야

이진아 환경·생명 저술가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16(Fri) 18:44:11 | 14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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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겨울, 온 국민이 TV 앞에 집중하고 있었다. TV에선 ‘5공 비리 청문회’ 생방송이 한창이었다. 온 국민을 억압 아래로 몰아놓았던 시절을 만드는 데 상당한 몫을 했던 인사들이 카메라 앞에 세워졌다. 하루 종일, 밤늦게까지, 오랜 기간 계속된 방송이었지만,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어느 집에서나 TV를 틀어놓고 채널을 고정하고 있었다. 치밀한 팩트 조사에 기초한 예리한 질문이 가차 없이 청문 대상자를 압박해 들어가면, 그걸 보는 국민들은 암울했던 시절에 받아왔던 스트레스들이 확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소위 ‘청문회 스타’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2016년 겨울, ‘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가 시작될 때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기대감으로 TV를 틀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에이” 하면서 꺼버린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에게 왜 끄는가 묻는다면, 아마 십중팔구 “짜증이 나서”, 아니면 “재미없어서”라고 답했을 것이다. 왜 재미없을까. “뭐 좀 얘기가 되려고 하면 마이크가 꺼지지, 나온 사람들도 그걸 아니까 그냥 시간 끌기만 하지….” 아마 이런 식으로 대답했을 것 같다.

 

누가 주도해서 어떤 경위로 그런 진행 방식을 결정하게 됐는지는 몰라도, 이번 청문회는 그 진행 방식 때문에라도 대다수 국민들의 공감을 사기에는, 그래서 이 불합리한 세태의 진면모를 알게 되고 어떻게 고쳐가야 하나 하는 적극적인 사고를 유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처음부터 시스템 오류인 것이다. 합리적인 시스템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또다시 깨닫게 되는 지점이다.

 

서울 시내 한 기업의 구내식당에서 조리원이 주방용 살균소독제로 주방 싱크대와 행주를 소독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유익미생물도 양을 억제해야 하는 현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비유하자면 기본 알고리즘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사소한 시스템 오류가 있을 때보다 더 겁나는 일이다. 사소한 오류가 있으면 조만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돼 문제가 금방 드러나지만, 알고리즘 설계가 잘못되면 아무리 프로그램을 돌려도 처음 의도했던 성과를 얻지 못한다. 이럴 때는 그 프로그램을 엎어버리고 새로 만드는 것 외에 해결책이 없다.

 

비슷한 문제점이 음식 분야에서도 보인다. 사실 일반 소비자들 눈에 잘 띄지 않는 데서 이루어져서 그렇지, 현대사회에서는 음식청문회가 늘 열리고 있다. 청문회를 주재하는 주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다. 적어도 우리 땅에서 상업적으로 유통되고 소비되는 모든 식품의 질을 모니터하고 검사하며 단속하는 정부기관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소개글 대문에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임무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해서 식약처는 항상 음식청문회를 연다. 즉 식품안전성 검사를 하는 것이다. 새롭게 상표등록하려는 음식은 물론, 기왕에 유통되고 있는 음식도 수시로 점검해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줄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인지 확인한다. 정말 중요한 일을 하는 기관이다.

 

이 시스템에는 오류가 없을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리 문제 된 일이 없다. 가끔 “○○햄버거에서 대장균 검출” 등등의 문제 식품 관련 보도가 미디어를 장식하긴 하지만, 이건 오히려 식약처의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일반 시민이 가시적으로 인지하지 못한다 해서 문제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본 알고리즘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다. 식약처 홈페이지 소개글에서 한 번 더 클릭해 들어가면 ‘핵심전략’이 나온다. 제일 먼저 제시되는 것이 ‘국민의 식탁에서 불량식품을 뿌리 뽑겠습니다’라는 문구다. 반갑고 고마운 얘기다. 우리의 식탁에 뭘 올려도 ‘좋은 식품’만 가득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정말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것 같다.

 

하지만 이 전략이 아무리 제대로 이행됐다 하더라도, 그 궁극적인 성과, 즉 결과적으로 국민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을 불량식품이라고 규정하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에서는 불량식품의 정의(定義) 중 제일 앞서 나오는 항목이 ‘세균이 들어 있는 식품’이다. 세균이란 우리 몸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미생물을 말한다. 이 위험한 존재를 퇴치하기 위해 식품을 상업적으로, 혹은 상업적이 아니어도 급식센터처럼 집단적으로 다루는 곳에서는 재료의 선택에서부터 조리를 마치고 제공할 때까지 철저히 소독한다.

 

이때 쓰이는 소독약은 조금만 양이 많아져도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화학적 및 생물학적 제제다.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도 많을 뿐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 써야 안전한지 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행정 규정상으로는 정해져 있지만, 유해성의 작용은 사람들의 신체조건에 따라 크게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30년 전 성인을 기준으로 정해진 기준이 지금의 어린아이들에게도 안전하다고 보긴 어렵다.

 

심지어는 이런 ‘불량식품’ 기준 때문에, 발효음료 등 유익미생물이 많아서 인간에게 좋은 식품인 품목도, 일률적으로 특정 기준 이하로 미생물의 양을 억제해야 하는 현실이 빚어지고 있다. 식약처의 식품안전성 기준에 맞추려면 끓이든지 소독하든지, 아니면 뭔가 억제하는 결과를 내는 재료를 첨가하든지 해야 한다. ‘세균’이라고 말하면서 유익미생물과 유해미생물을 구분하지 않아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아 미생물이 많으면 무조건 유통 승인이 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바로 우리가 먹는 것”인 존재

 

“벼룩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있다. 식약처 음식청문회에서는 현미경 위에 올려지는 샘플 속 미생물 수준을 법적 기준에 맞추기 위해, 온 국민이 먹는 음식을 공식적으로 장만하는 과정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소독약이 뿌려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게 국민이 원하는 일일까? 만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느낀다면, 시스템 오류로 끝나는 건지 아니면 알고리즘 자체를 다시 보아야 하는 건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문제는 더 깊은 곳에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더 골치 아픈 일이 되겠지만, 그래도 외면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많은 선각자들이 말했듯이 “우리는 바로 우리가 먹는 것(We are what we eat)”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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