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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지 않은 건강 방송 프로그램

‘쇼닥터’ 감시 2년, 방송 심의 40건 중 법적 제재 31건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6.12.20(Tue) 17:05:30 | 14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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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대한의사협회는 발모에 효과가 있다며 자신이 만든 어성초 제품을 방송 매체를 통해 홍보한 의사에 대해 회원 권리 정지 2년 등 징계 처분을 내렸다. ‘쇼닥터’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징계를 내린 첫 번째 사례다. 쇼닥터는 특정 이익을 목적으로 방송 매체에 출연해 객관성이 결여된 의학 정보를 제공하는 의사를 의미한다. 쇼닥터 문제가 매년 심각해지자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건강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행했고, 대한의사협회도 쇼닥터 문제 해결을 위한 ‘의사방송출연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 감시 체제를 가동했다.

 

 

PP 건강 프로그램이 전체 심의 대상의 75%

 

2년이 지난 현재, 문제가 있는 건강 프로그램 수는 감소했지만 방송 내용의 객관성은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상파TV, 종합편성채널, PP(방송 채널 사용사업자), 라디오 등 방송 매체가 올해 제작한 건강 프로그램 중 심의 대상으로 삼은 건강 프로그램은 40건(2016년 10월 기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5건보다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올해 심의 대상 프로그램 40건 가운데 법적 제재(주의·경고·관계자 징계)를 받은 프로그램은 31건(77.7%)으로 나타났다. 2015년 심의 대상 중 법적 제재를 받은 비율은 70.6%였다. 특히 ‘경고’나 ‘관계자 징계’ 등 중징계를 받은 프로그램이 26건(65%)으로, 지난해 43.5%보다 많이 증가했다. 심의 대상 프로그램 2건 중 1건가량이 중징계를 받을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정재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임연구원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올해 일반인은 인터넷보다 TV를 많이 접하는 것(하루 166분)으로 나타났다. 시청자는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 뉴스를 선호하는데, 그중에서도 관심도 1위는 건강 분야다. 종편에서도 건강 프로그램이 4%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보인다”며 “건강 프로그램은 객관성이 중요한데, 올해 10월말까지 지상파TV·종편채널·일반PP의 건강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 심의 대상에 오른 40건 중 상당수가 PP 제작 프로그램이었다. 또 관계자 징계 조치 같은 법적 제재가 내려진 11건 모두 PP 제작 프로그램이었다”고 밝혔다.

 

건강 프로그램의 내용은 의학적 객관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것이 방송통신심의 규정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 시사저널 자료


올해 심의 대상이 된 PP의 건강 프로그램은 모두 30건으로 전체 매체의 심의 대상 프로그램 40건 가운데 75%에 달했다. 지난해 47.1%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또 PP의 심의 대상 건강 프로그램 30건 가운데 중징계를 받은 프로그램은 28건(90%)이다. 반면, 전체 심의 대상 프로그램 가운데 종편 프로그램은 2건(5%)으로 지난해 30.6%에서 대폭 감소했다. 이 2건 가운데 중징계를 받은 건수는 1건도 없었다. 심의 대상이 된 지상파TV 프로그램은 6건(15%)에 그쳤고 이 가운데 중징계를 받은 프로그램은 없었다.

 

PP는 수익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불법 협찬 고지, 부당한 광고효과 유발 등 규정 위반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건강·의료 정보의 객관성 준수, 광고효과 제한 규정을 함께 위반한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PP 채널 방송이 제공하는 건강·의료 프로그램 대부분은 전문형과 미흡형(전문성과 오락성 모두 떨어져 건강 프로그램으로 보기 어려운 프로그램)의 중간 형태”이며 “일부 프로그램은 전문성 수준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시청률 확보가 어렵거나 정상적인 광고를 통한 제작비 확보가 힘들어 불법 협찬 고지나 부당한 광고효과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건강 정보의 객관성 위반, 광고효과 위반, 객관성과 광고효과 동시 위반 등이다. 객관성 위반은 단정적인 표현, 과도한 과장 설명 등 과학적 객관성을 침해한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카페인은 일시적인 각성 효과가 있지만 많이 섭취하면 부작용도 있다. 그러나 부작용에 대한 설명 없이 일시적인 각성 효과만 강조하면 객관성 위반에 해당한다.

 

광고효과 위반은 특정 농장이나 병원을 노출해 홍보 수단으로 삼는 경우다. 2015년에는 객관성과 광고효과를 동시에 위반한 사례가 가장 많아서 전체 심의 프로그램의 41.2%를 차지했다. 올해는 이 비중이 30%로 감소했지만, 객관성 위반은 47.5%로 지난해(33%)보다 증가했다. 특히 PP의 심의 대상 건강 프로그램 중 객관성 위반은 13건으로 전체 심의 대상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많았다. 종편의 객관성 위반 프로그램은 1건, 지상파TV는 4건으로 적은 편이었다. 건강 정보의 객관성과 광고효과 모두를 위반한 PP의 프로그램은 11건으로 종편(0건)·지상파TV(0편)와 비교됐다.

 

 

건강기능식품 효과 과장이 문제

 

ⓒ 시사저널 미술팀

전문가가 보는 건강 프로그램은 어떤 모습일까.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건강 프로그램 30건을 대한의사협회가 분석해보니 건강기능식품 효과를 과장한 것이 가장 많았다.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된 종편 9건, PP 8건, 지상파 6건, 홈쇼핑 5건, 라디오 2건 등 30건의 건강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건강기능식품 효과 과장이 14건, 치료법 과장이 12건 등으로 많았다”며 “질병에 대한 설명 오류는 2건인데 모두 비전문가의 견해였다”고 설명했다.

 

건강 프로그램의 객관성 부실에 대한 해법에 대해 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지인이 얼마 전 방송을 통해 현미와 고구마가 건강에 좋다고 해서 이후 그 음식만 먹었는데 병원에서 칼륨 수치가 높아졌다는 진단을 받았다”면서 “영국이 사이언스미디어센터를 두고 건강 정보를 전달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둔 것처럼 우리도 학회 차원에서 어떤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강 정보는 전문성과 객관성이 핵심이므로 전문가와 언론인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태균 고려대 생명과학부 연구교수는 “일본에서는 미디어닥터라는 모임을 만들어 전문가와 언론인이 상호 의견을 교환하면서 건강 기사에 대한 완성도를 높인다”며 “우리도 전문가와 언론인이 같이 공부하고 잘못된 건강 관련 보도를 바로잡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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