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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걸쳐 만든 ‘해운 인프라’ 반년 만에 망가뜨려

[2016 한국 경제 몰락의 현주소 부산항만 르포] 한진해운 청산 소식에 “무능·무지·무책임이 만든 박근혜 정부 최대 참사” 성토

부산=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12.22(Thu) 15:22:17 | 14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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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한민국 경제는 추락의 연속이었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한진해운의 퇴출 사태다. 기업도 하나의 유기체와 같기에 ‘흥망성쇠’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처리 과정이 석연치 않기에 뒷맛을 더욱 씁쓸하게 만든다. 해운 업계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한진해운 처리 과정을 보면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올 한 해 우리 경제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부산항만이다. 시사저널이 송년기획을 준비하면서 부산 현지를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12월13일 부산 중앙동4가 한진해운빌딩 21층에 있는 한진해운 해상운송노조 사무실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 모처럼 노조 사무실이 북적인 건 사직서를 내러 온 직원들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불과 세 달 전까지만 해도 국내 부동의 1위, 글로벌 7위의 세계적인 해운사 직원이었기에 지금의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12월10일자로 해고 결정을 받았어요. 오늘(13일)까지 사직서를 내면 생활비 지원 형식으로 먼저 퇴직금을 준다기에 이러는 겁니다. 최종 파산 처리가 된 다음 날까지 사직서를 내도 되지만, 내년 1월1일부터는 무급휴직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럴 바에야 하루라도 먼저 받고자 이러는 거죠.”(문권도 한진해운 선장)

한진해운 해상운송노조에 따르면, 이날까지 사직서를 낸 사람은 140여 명이었다.  한진해운 내 한국인 직원은 약 1200명. 이 중 SM그룹 계열 대한해운으로의 고용승계가 예정된 사람은 294명(12월13일 기준)이다. 나머지 900여 명은 청산이 결정되면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된다.

 

한진해운 사태는 부산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12월14일 오전 부산 중구 일대 © 시사저널 고성준


“한진해운 사태 후 물동량 3분의 1가량 줄어”

 

한진해운 사태는 가뜩이나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부산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전통적으로 부산은 조선 및 조선기자재와 자동차 부품을 중심으로 제조업 시스템이 구축됐다. 상대적으로 해운업 종사자 수는 많지 않다. 한 부산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는 천문학적인 돈을 퍼붓고, 최대 국적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원칙론을 내세우며 법정관리로 내몬 것은 눈에 보이는 경제적 효과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시민들은 최근 지역 경제 사정이 사상 최악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조사하는 ‘10월 중 부산지역 경제동향’을 보면, 생산(-11.2%), 출하(-5.0%), 재고(-8.4) 등 전 분야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컨테이너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줄었다. 해운 물류업은 산업의 특성상 부침(浮沈)이 심하지 않다. 하지만 8월(-0.8%)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한진해운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운업은 해운회사 아래에 선박 견인·정박 지원·선박 수리 등을 담당하는 선박 산업과 배에 기름·식수·부식품·면세품 등을 공급하는 선용품 산업 등이 받치고 있다. 부산항 주변에만 두 산업과 관련된 업체 수가 8000~9000개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J사는 올 1월부터 8월까지 선박 수리비로 6억원만 받았을 뿐, 잔금 2억원은 여전히 받지 못하고 있다.

 

12월14일 부산신항 부근은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화물차량이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과 인접한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 수출기지다. 부산신항이 착공에 들어간 것은 지난 1995년.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공공 7조4551억원, 민간 9조2272억원 등 총 16조6823억원을 들여 44개의 선석(船席)을 갖춘 수출항을 만들고 있다. 부산신항은 동북아 해상 물류 허브를 꿈꿔온 대한민국의 야심작이다. 하지만 올 하반기 해운업 불황으로 물동량이 크게 줄었다. 부산신항에서 만난 해운업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 이후 물동량이 3분의 1가량 줄었다”며 “한진해운 선박은 아예 한 달 전부터 입항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이런 불황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유관 업종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진해운 소속 선박을 전문으로 수리하는 유수에스엠은 전체 직원 160명 중 60명을 조만간 정리 해고할 계획이며, 40명을 추가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선원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유수토탈서비스도 30여 명가량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다. 이들 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한진해운이 부도 처리된 후 부산항을 찾는 외국 해운사의 배가 줄어드는 것은 관련 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든다. 김영득 부산항만산업협회 회장은 “환적(換積) 화물량이 줄게 되면 관련 업종에 근무하는 1만1000여 명의 생존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 해상연합노조는 한진해운 청산 시 피해 규모를 17조1400억원으로 보고 있다.

 

12월13일 부산광역시 남구 신선대에서 바라본 감만부두 © 시사저널 고성준


현대상선, 글로벌 해운동맹 왕따 되나?

 

해운업에 있어서 동맹(同盟)은 생존과 직결돼 있다. 해운동맹은 주요 해운사들이 과당경쟁을 피하기 위해 운임·영업조건 등을 제휴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 해운동맹은 물동량 기준 세계 1·2위인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의 ‘2M’, 독일 하팍로이드와 일본 MOL·NYK·K라인, 대만 양밍 등이 참여한 ‘더 얼라이언스’, 프랑스 CMA-CGM과 중국 중국원양해운, 홍콩 OOCL, 대만 에버그린, 싱가포르 APL 등이 결성한 ‘오션’ 등 세 곳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한진해운은 더 얼라이언스 결성을 주도했다. 기사회생한 현대상선은 2M 가입을 노렸지만, 12월11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는 선에서 협상을 마쳤다.

 

부산 현지에서는 현대상선과 2M 간 전략적 제휴에 대해 ‘반쪽 가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계약 체결 직후 국내 언론들이 ‘2020년 3월까지 2M의 동의를 받아야만 선박 신조(新造)를 할 수 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해운 관련 공공기관 관계자는 “2M이 우리 국적사의 주력시장이었던 아시아-북미 시장에서 신주 발주를 제한했다는 것은 한진해운 퇴출 후 지역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아시아-북미를 제외한 나머지 시장은 이미 2M의 위상이 막강한데, 굳이 현대상선 배를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후 현대상선은 해명자료를 통해 “현대상선과 2M의 협상 결과에는 ‘2M의 동의 없이 선박 신조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해운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한진해운 파산→부산항 물동량 감소→국적 해운사 역할 축소→운임 인상→해운 시스템 붕괴’다. 시기상으로 볼 때, 지금은 첫 번째에서 두 번째 국면으로 가고 있다. 글로벌 해운 동맹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지 못할 경우, 부산항을 비롯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원양(遠洋) 화물선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부도 처리된 직후인 9월 한 달 부산항의 환적화물량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9.1% 감소했다. 올 들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10월에는 전년 대비 2.7%로 다시 회복됐지만, 한진해운이 퇴출되면 한국에 기항(寄港)해야 할 이유가 그만큼 줄어든다.

 

그동안 부산신항은 아시아와 북미를 잇는 미주노선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했다. 지난해 부산항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컨테이너를 많이 실어 날랐다. 환적화물량 처리로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이어 두 번째다. 박인호 부산항발전협의회 공동대표는 “한진해운이 사리지면 모항(母港)인 부산항 물류의 10%가 줄어들 것이며, 내년에는 부산항이 물동량 처리 기준 세계 6~7위권으로 추락하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 (부산)신항을 개발하는 것 자체가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참고로, 올해는 부산항이 문을 연 지 정확히 140년째 되는 해다. 부산 해운 업계 관계자들은 “개항 이후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며 한진해운 사태가 몰고 올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한진해운 처리에 대한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규모나 위상 면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진해운은 잠재적 가치가 가장 높은 아시아-북미 항로에서 지난해 대만 에버그린(10.19%), 덴마크 머스크(9.03%)에 이어 세 번째(7.39%)로 시장점유율이 높았다. 반면 현대상선은 4.46%로 13위를 차지했다. 중간에 물류업체(포워더)를 끼지 않고 화주(貨主)와 직접 거래하는 비중은 한진해운이 12.8%로, 세계 21개 해운사 중 1위를 차지했다.

 

12월14일 경남 창원시 부산 신항만 한진해운 컨테이너 터미널. 화물 하역량이 예년에 비해 3분의 1가량 줄었다. © 시사저널 고성준


“‘한진해운을 죽이겠다고? 설마…’ 했다”

 

특히 한진해운은 전기전자제품을 가장 많이 실어 나른 해운사로 꼽힌다. 지난해 삼성은 45.5%, HP는 58%를 한진해운 배로 실어 날랐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정주영 회장 시절 현대그룹 물량을 주로 취급한 해운사라면, 한진해운은 맨땅에 헤딩하기 식으로 업력(業力)을 키워온 회사”라면서 “해외 영업 능력에 있어 두 회사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운 업계 관계자도 “현 한진해운 인력이 빨리 국내 해운사로 흡수되지 않으면, 이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외국 해운사에 취업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반세기에 걸쳐 이룩한 우리 해운업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해외로 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산지역에서 한진해운 처리 과정에 ‘보이지 않는 권력의 손’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올 4월까지만 해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중 한 개를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현대상선이라는 의견이 많았어요.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에서도 그런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6월부터인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갔어요. 금융권에서 ‘자칫하면 한진해운이 없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더군요. 그때만 해도 저를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은 ‘한진해운을 죽이고 현대상선을 살리겠다고? 설마….’ 그랬어요. 그런데 보세요. 진짜 일어나잖아요.” 한 연구기관 연구원의 말이다.

 

해운 업계는 정부의 이번 한진해운 처리가 ‘경제적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글로벌 동맹이 견고해지고 M&A(인수·합병)로 덩치를 키우는 상황에서 규모가 큰 회사를 작은 회사와 합치는 것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도 올 8월 발표한 보고서(한진해운 법정관리 시 검토 참고 자료)에서 “한진해운·현대상선 모두를 살리는 것이 1순위며, 만약 두 회사 중 한 회사를 살려야 한다면 한진해운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실제 처리 과정에 있어서는 정반대 결정이 났다.

 

지금으로선 현대상선을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형 해운사로 만드는 게 급선무다. 정부도 현대상선을 세계 5위권 해운사로 키우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암담하다. 해운 업계에서는 “덩치를 키우고 있는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빠른 시간 내 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현대상선 역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현대상선마저 해외시장에서 퇴출되면 한국 경제는 반세기 만에 물류 인프라 붕괴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주력인 북미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일도 불투명하다. 해운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현재 북미노선에서 한진해운의 시장점유율은 6.12%로, 지난해 말(7.37%)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같은 기간 현대상선의 시장점유율도 4.50%에서 4.42%로 줄었다는 데 있다. 반면 해운동맹 ‘2M’ 소속사인 머스크는 8.79%에서 9.32%, MSC는 7.37%에서 7.44%로 오히려 점유율을 높였다.

 

더 큰 문제는 최근 글로벌 해운 업계에 불고 있는 기업 M&A 바람이다. 현재 머스크는 12월2일 세계 7위인 독일 함부르크수드를 전격 인수했다. 보유한 배만 728척에다 처리 가능한 운송량은 377만TEU(20피트 표준 컨테이너 1대)다. 6위 해운사인 독일 하팍로이드는 중동 해운사 UASC를 인수할 계획이다. 인수가 확정되면 하팍로이드는 처리 가능한 운송량이 148만TEU(5위)로 뛴다. 일본 해운 3사인 MOL·NYK·K라인도 10월31일 컨테이너 부문 합병을 전격 합의했다. 이보다 앞선 올 3월에는 중국 1·2위 해운사인 중국원양운송(COSCO)과 중국해운(CSCL)이 합쳐져 세계 4위 규모의 중국원양해운이 탄생했다. 대만도 국적사인 에버그린과 양밍을 합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홍콩 OCL과의 통합도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대두된다. 이렇게 되면 200만TEU급의 범(汎)중화권 초대형 해운사가 탄생할 수 있다. 세계 해운시장이 평균 150만TEU급 6~7개 대형 해운사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꼬마’ 현대상선(45만TEU)이 왕따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국내 업체 간 통합을 유도하면서 신주 발주를 하든, 중고 배를 매입하든지 간에 덩치를 최대한 빨리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 센터장은 “앞으로의 해운시장은 이익보다는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의 눈으로 해운을 본 공직사회 대참사”

 

운임 인상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지금까지 국내 해운 운임은 사실상 한진해운이 결정해 왔다고 봐야 한다. 우리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한진해운이 일종의 방어막 노릇을 톡톡히 해 온 것이다. “예전에 한진해운은 성수기 우리 기업 화물을 먼저 실어주거나 납품 일정이 급하다고 하면 가장 가까운 항구로 물건을 보내주는 등 맞춤형 서비스를 종종 해 줬습니다. 그러니 외국 해운사보다 운임을 10% 더 준 거죠. 그런데 이제 우리 국적 해운사가 힘을 못 쓰는 마당에 이런 게 가능하겠습니까.”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수출 기업 사장의 설명이다.

 

박인호 부산항발전협회 공동대표는 “국책은행의 무책임, 정권의 무능, 정책 당국자의 무지 등 ‘3무’(無)가 반세기 걸쳐 만든 해운 인프라를 반년 만에 망가뜨렸다”고 개탄했다. 또 다른 국책은행 해운업 전문가도 “한진해운 처리는 박근혜 정부의 최대 실책 중 하나라고 꼽을 만하다”며 “금융의 눈으로 해운을 바라본 공직사회가 만든 대참사”라고 꼬집었다. 땅바닥까지 떨어진 신뢰를 쌓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한 물류 업계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로부터 ‘세계 7위 해운사를 하루아침에 없애는 한국 정부가 세계 14위(해운사)를 없애는 것은 너무 쉬운 일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말했다.

 

만약 법원이 내년 파산선고를 하게 되면 한진해운은 설립 40년 만에 우리 경제무대에서 사라진다. 설립자인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은 1997년 겨울 《군사논단》을 통해 “수송은 국가 기간사업의 하나로서, 국가경제 및 사회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업종”이라고 밝혔다. 삼성에 ‘사업보국’(事業報國)이 사훈이었다면, 한진에는 ‘운송보국’(運送報國)이 사훈인 것이다. 살아생전 조 전 회장의 집무실에는 ‘운송보국’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고 전해진다. 제대로 된 국적 해운사 없이 수출 대국을 이룬다? 그건 어쩌면 꿈같은 일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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