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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전지현도 갈아치운 중국 ‘한한령(限韓令)’

환구시보(環球時報) “한국은 최대의 한류시장을 잃을 것”

모종혁 중국 통신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23(Fri) 17:58:54 | 14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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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1월24일 중국 뉴스사이트 ‘펑황넷(鳳凰網)’은 “중국 업체 오포(歐珀)의 스마트폰 R9S의 홍보모델이 전지현에서 중국 배우 안젤라 베이비로 교체됐다”고 보도했다. R9S는 오포가 10월에 내놓은 기대작이다. 오포는 중국에서 ‘한류여왕’으로 불리는 전지현을 앞세워 대대적 홍보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광고모델을 바꾸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펑황넷은 “중국 정부는 아직 ‘한한령(限韓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지만 그 효과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2. 11월28일 ‘인민넷(人民網)’은 “국무원 법제판공실이 여행사의 쇼핑 강요와 추가비용 청구를 금지하는 ‘여행사조례’ 개정초안을 마련해 실행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개정초안에는 ‘여행사와 가이드가 관광객의 구타, 방치, 활동자유 제한, 공갈, 모욕, 욕설 등으로 여행자들에게 쇼핑 참가나 여행경비 추가부담을 강요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이는 쇼핑을 주목적으로 한 한국관광을 타깃으로 한 것이나 다름없다. 올 들어 중국 인터넷에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쇼핑을 강요하면서 폭언을 퍼붓는 한국 가이드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유포되어 물의를 빚었다.

 

 

중국 “‘한한령’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

 

지난 7월 한·미 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에서 반한(反韓) 조치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한류를 제한하는 ‘한한령’부터 시작해서 최근 수년간 한국이 주 대상이던 국외여행 송출과 비관세 장벽까지 손대고 있다. 가장 노골적으로 제재를 가한 분야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11월20일 중국 미디어비평매체 ‘촨메이취안(傳媒圈)’이 그 실상을 공개했다. 촨메이취안은 “방송 관계자들이 모호했던 한한령의 실체를 드러냈다”며 “중앙정부의 공식 문건을 기다리는 상태일 뿐이다”고 보도했다.

 

촨메이취안이 밝힌 한한령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광범위하다.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드라마의 중국 내 방영 △한국 기업과의 드라마·예능·영화 협력 체결 △중국 기업의 한국 연예기획사에 대한 신규 투자 △한국 개인이나 단체의 중국 내 연출 △한국 가수나 그룹이 1만 명 이상을 동원하는 공연 등을 금지시켰다. 또한 기업, 브랜드, 광고모델 등 한국과 관련된 어떤 요소도 방송을 금지했다. 심지어 중국 당국은 이런 조치를 9월1일부로 소급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다음 날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강화된 한한령 조치에 관한 질문을 받고, “‘한한령’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한·중 양국 사이의 교류에 적극적으로 임해 왔다”면서도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 중국 민중들이 아주 불만스러워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한령이 중국 내 관련 업계에서 자발적으로 진행되는 움직임인 듯한 면피성 답변이었다. 그러나 11월23일 중국 언론은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의 한 간부가 8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남긴 글을 일제히 보도했다.

 

“한국 연예인의 중국 진출을 제한하는 이유는 △민족문화산업을 보호하고 발전을 촉진하며 △중국 연예인의 국민적 영향력과 호소력을 확대하고 △남성이 유약하게 표현되는 비정상적인 현상을 줄이며 △화류(華流)를 일으켜 한류를 대체해 중화권 문화를 주도하고 △천문학적 출연료를 지급하는 풍조에 경고하기 위해서다.”

광전총국은 중국 언론과 출판, TV와 영화 등을 총괄하는 부서다. 이 글을 남긴 옌웨이(閻偉)는 미디어의 편집 문제를 관할하는 관리다. 중국 공무원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 SNS를 운영하고, 정부의 방침에 따라 대외 발언을 한다. 옌웨이의 글은 곧 광전총국의 입장이라 할 수 있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11월29일에는 방송사와 엔터테인먼트 업계뿐만 아니라 온라인동영상 업체(OTT)까지 광전총국의 한한령이 전달됐음이 확인됐다. 중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예능·영화, 한국 연예인이 출연한 중국 영상물과 TV광고, 한국 프로그램의 포맷을 구입해 만든 중국 콘텐츠 등에 대해 새로운 업로드를 자제하라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내려진 한한령의 일련 조치 중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2014년부터 외국 영상물의 TV 방영을 제한하면서, OTT의 위상이 날로 커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내에서 제2의 한류 바람을 일으킨 《별에서 온 그대》와 또 다른 신드롬을 몰고 온 《태양의 후예》는 OTT 업체인 아이치이(愛奇藝)에서 방송됐다. 《푸른 바다의 전설》도 다른 OTT 업체를 통해 한·중 동시 방송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광전총국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한국에서만 방영되고 있다. 《푸른 바다의 전설》은 사전제작되기 전부터 중국을 흥분시켰다. 《별에서 온 그대》 박지은 작가가 대본을 쓰고, 이민호와 전지현이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 중국 기업이 막대한 투자를 했고, 중국 내 방송 판권은 회당 5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여행 제한’ 조치로 유커 감소

 

한한령이 한국만을 정조준했다면, 한국여행 송출에 대한 제한과 제재는 해외여행에 대한 전면적 손질이라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물론 이 제재도 한국이 주요 타깃이다. 지난 10월 중국 정부는 쇼핑을 강요하는 패키지 상품의 20% 감축을 모든 여행사들에게 지시했다. 겉으로 보면 시장을 교란시키고 불합리한 초저가 상품에 대해 철퇴를 가하는 조치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 방식이 대부분 단체관광이고, 목적은 쇼핑이라는 점에서 주된 표적이 한국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의 노림수는 성공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10월 방한한 중국 관광객은 68만 명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7%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10월은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1일부터 7일)을 끼고 있다. 2013년과 2014년의 성장률은 각각 22.8%와 63.8%였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몰아쳤지만, 15.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수년간 중국인 관광객은 최대 고객이었던 일본인을 밀어내고 우리 관광시장의 가장 큰손이었다. 아직 한·일 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중국인 관광객마저 줄어들면, 관광 업계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한국산 수출품에 대해 비관세 장벽을 높이는 조치는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이다. 설탕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폴리실리콘에 대한 반덤핑 재조사, 화장품·식품에 대한 통관 거부 등 기존 법규에 맞춰 강력히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올 들어 9월까지 중국 세관이 한국산 화장품·식품의 수입 통관을 불합격시킨 건수는 148건으로 대만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2014년부터 올 9월까지 전체 한국산 제품의 수입 불허 건수는 542건으로 대만·미국에 이어 3위다.

 

물론 일련의 반한 조치는 중국 기업에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중국 기업이 앞다퉈 한국 기업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기업이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인터넷, 게임 등에 쏟아 부은 자금은 3조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일부 중국인 전문가는 “일방적인 한류 규제가 중·한 모두에게 손실을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한국은 최대의 한류시장을 잃고 ‘문화입국론’도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위협이 중국 정부의 속마음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반한 공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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