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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박근혜 대한민국’의 고위공무원들은 아는 게 없다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12.22(Thu) 17: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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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민정수석이 아는 게 뭐에요?”

“도대체 민정수석은 뭐하셨습니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 5차 청문회가 열린 12월22일, 청문회장에선 탄식이 터져나왔다. 증인으로 참석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답변 때문이었다. 우 전 수석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 사실 없다”를 반복하며 끝내 어떠한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민정수석으로서 마땅히 알았어야 할 직무 사항에 대해서도, 그는 “몰랐다”고만 답했다. 한숨을 내뱉으며 의원 질의 중 메모에만 집중하는 태도로 김성태 위원장으로부터 ‘자세 불량’ 지적을 여러 번 받기도 했다. 질문을 하는 국조 특위 의원들 역시 이젠 익숙하다는 듯 “그렇게 답할 줄 알았다”며 일방향식 질의를 이어나가기도 했다. 

 

3차, 5차 청문회 증인으로 나온 김기춘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 사진공동취재단


사실 청문회에서 ‘아니오’ ‘모르겠습니다’로 일관하는 증인의 태도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고위직 정․재계 인사를 대상으로 한 수많은 청문회들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답변이다. 지난 네 차례의 국정농단 국조특위 청문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정권 초기부터 장장 19개월 동안 대통령실 비서실장으로 재임했던 김기춘 전 실장도, ‘스포츠 대통령’으로 군림하며 업계를 쥐락펴락했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도,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현 주중대사)도 모두 같은 대답을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터져나온 직후부터 대한민국에는 장관, 전․현직 의원, 공무원, 교수 할 것 없이 '최순실을 모르는‘ 사람들뿐이었다.

 

“모른다”는 그들의 답변이 위증이 아니라고 전제한다면, 더욱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며 요직을 두루 거친 ‘지도자들’의 자질이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김기춘 전 실장이 장으로 있었던 대통령비서실은 청와대 조직도에서 대통령 직속이다. 비서실장 아래에는 10개의 수석비서관이 있으며, 각각은 하나의 부서 개념이다. 민정수석도 그 중 하나다. 비서실장은 장관급, 수석비서관은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이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는 대한민국의 중앙행정기관이다. 대통령의 직무 보좌 외에도 대통령의 명을 받아 대통령비서실의 사무를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 민정수석 역시 중요한 역할이 있다. 크게 민정, 공직기강, 법무, 민원으로 분류되는데, 국가기관의 인사를 관여하고 감시한다. 

 

청와대 조직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했다면 그는 청와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을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특히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청와대 내부에서 일어나는 각종 상황보고 타임라인은 물론 내용까지 상당 부분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우 전 수석이 몸 담았던 민정수석실은 공직기강에 대해 훤히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자신이 무슨 일을 알고 있어야 하는지 몰랐던 지도자들. 이번 청문회에서 밝혀진 사실이 있다면, 대한민국이라는 커다란 배의 방향키를 쥔 고위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직무유기’를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해 “직무유기로 특검이 구속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10월25일, 11월4일, 11월29일 세 차례 있었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자신은 최순실의 전횡을 몰랐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 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습니다.” 

(10월25일 대국민사과)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입니다.” (11월4일 대국민담화)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입니다.”

(11월29일 대국민담화)

국가의 원수가 그토록 주변을 몰랐다고 하니, 그를 따라 나랏일을 도운 이들 역시 멋모르고 국정 운영을 했다고 봐야 할지, 이래저래 씁쓸한 청문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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