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戰 회오리는 국민의당으로부터
  • 김현일 대기자 (hikim@sisapress.com)
  • 승인 2016.12.26 13:38
  • 호수 14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2 노무현’ 노리는 동교동계 막내 장성민

제19대 대통령선거는 아주 특이(特異)한 선거가 될 게다. 전례 없는, 전대미문의 요소들이 얽히고설켜 상상을 초월하는 희한한 장면을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기본적인 선거일마저 유동적이다. ‘대통령선거는 대통령 임기 만료 70일 전 이후 첫 수요일에 실시’하도록 법정화돼 있는데, 2017년이 시작된다 해도 예측 난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여부와 결정 시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과 여당 없이 치르는, 가히 혁명적 상황도 돌출 상황 빈발을 예고한다. 얼마 전까지의 여당은 두 동강 났고 내세울 만한 후보조차 없다. 그저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기대하는 처량한 집단이다. 그러니 문재인(文)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독주하는 모양새다. 

 

촛불시위를 통해 약진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도전이 주목되는데, 어쨌든 “벌써 대통령이 다 된 양 설친다”는 비아냥거림이 괜한 게 아닐 만큼 여권은 지리멸렬했다. 그나마 文의 민주당을 견제하는 주력이라곤 ‘반 총장’과 원내 제3당(?)인 국민의당이다. 국민의당이 개헌을 주창하며 제3지대에 머무르는 김종인 민주당 의원이나 새누리당을 탈당한 비박(非朴) 등과 제휴, 文과 맞서는 그림이다. 귀국하는 반기문 총장이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대선전에 뛰어들더라도 국민이 등 돌린 기존의 새누리당과는 거리를 둘 게 확실하므로 국민의당 주가는 오르게 돼 있다. 물론 반 총장이 국민의당에 합류한다는 말이 아니다. 연대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의미다. 국민의당과 ‘반 총장 측’이 독자 후보를 내 민주당과 3파전을 벌인다면 승리 여부를 떠나 국민의당 존재는 더 주목받게 돼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박지원 전 비대위원장이 6월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1차 정책역량 강화 집중워크숍에서 특강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정동영 의원 © 연합뉴스

위기 타개 위해 흥행이 필요한 국민의당

 

한마디로 비정상적 요소들로 버무려진 19대 대선에서 국민의당은 파란을 일으킬 핵심 변수다. 안철수(安)라는 유력 후보에다가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이 있어서다. 그런데 국민의당 자체가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얼기설기 꾸린 파란 덩어리여서 대선전 전체의 파란은 훨씬 증폭될 전망이다.

 

가뜩이나 가변적이고 촉박한 대선 일정인 데다 국민의당이 후보를 선출하더라도 ‘타 후보’와의 제휴 등 또 다른 단계가 남는 등 모든 게 미지수여서 선거판을 더욱 어지럽게 만든다. 국민의당은 후보 선출 이전,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파란의 1차 관문이다. 1월15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대표 후보로 나선 이는 박지원·정동영·문병호 의원 3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박 의원이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방심할 수 없는 상태다. 제17대 대선 당시 제1야당 대통령 후보였던 정 의원의 도전이 만만치 않은 데다 비대위원장 시절의 독주에 대한 내부 반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지율 답보 상태의 당을 살리기 위해서는 일대 변화가 시급하다는 요구도 정 의원에게 상당한 뒷배가 되고 있다. 당의 얼굴인 安의 대리인 격인 문 의원은 수도권 대의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권노갑·정대철 상임고문 등 역전의 노장들은 ‘결국은 박 의원이 될 듯하다’고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는데 전당대회가 어떻게 끝나든 열전의 서막에 불과하다.

 

 

안철수에 도전장 내민 ‘우파’ 동교동

 

국민의당의 혼선은 당의 얼굴이라고 할 安의 어정쩡함에 있다. 무엇보다 호남을 대표하는 정당의 대표 주자임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공중에 떠 있는 게 치명적이다. 2016년 총선 당시 당 대표가 돼 호남을 석권하기는 했지만 호남 태생이 아닌 安은 업혀 지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숙명적 한계를 지닌 安이 일반 국민의 지지를 대거 확보했다면 상황이 달라졌겠지만 8%에서 움쭉달싹 못하니 도전이 거세지는 것이다. 더구나 호재 중 호재인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민주당 文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이재명 성남시장에게도 한참 못 미치며 허점을 드러내니 틈새가 더욱 커졌다.

 

安이 흔들리자 대안론이 부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느 정당과 달리 국민의당 상임고문단은 당의 진로에 막강한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데, 이들이 문호 개방을 통한 당세 확장을 본격 거론했다. 그것도 2016년 말 김동철 비대위원장 체제가 출범한 바로 다음 날이다. 권노갑·정대철·신순범·김옥두·이훈평 등 18명으로 구성된 상임고문단은 가능하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정운찬 전 총리와 김종인 의원, 손학규 전 의원을 끌어들이자고 주장했다. 활발한 경쟁 모습이 安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했지만 安으로선 위험부담이 큰 경선이 달가울 리 없는 것이다. 이날 상임고문들 입에서 나온 한 인물은 安을 특히 자극한 것으로 알려진다. 장성민(張) 전 의원이 그다. 입당 가능성이 전무하다시피한 반 총장의 경우는 그렇다 치고, 張은 아주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장성민 전 의원 © 시사저널 포토

김대중(DJ) 대통령의 복심으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경력에다 최근까지 4년간 TV조선의 《장성민의 시사탱크》 MC로 지명도가 높은 그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동교동계의 파워가 살아 있는 국민의당에서 동교동계 막내의 등장은 간단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호남에서의 ‘반란’이 충분히 예상되는 데다 張의 행동반경이 호남에 국한된 게 아니어서 더욱 그러하다. 그는 《미국 외교정책의 대반격》 등 10여 권의 저서를 낸 외교안보 전문가다. 53세의 ‘젊은’ 그는 전국을 돌며 교회 등지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데 매 특강마다 2000~3000명이 몰리는 대성황을 이룬다. 서울 구로의 한 교회 특강에는 1만 명이 몰리기도 했다. 20~30대 젊은 층이 청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과 함께 그의 이념적 기조가 ‘보수 우파’라는 게 두드러진 특징이다. DJ를 잇는 지망생으로는 이례적인데 사실 이는 치밀하게 계산된 행보다. 우파 계열의 TV조선에 출연한 것도 그런 일환으로, ‘이미지 세탁’과 ‘지지층 확대’를 두루 감안한 것. 부산·대구·원주·서울·파주 등지에서의 순회강연을 마친 그는 12월21일 광주에 ‘입성’했다. 5·18묘역을 참배한 그는 K교회에서의 특강 전 대선 출마를 강력하게 시사했다. ‘제2의 노무현’ 돌풍을 장담했다. 

 

경선 초반 군소 후보의 하나였지만 종국에는 후보를 거머쥔 ‘노무현’을 재현하겠다며 야심만만하다. “강연장 여러 곳을 직접 확인했다. 젊은 층이 중심이 된 많은 청중과 열렬한 반응, 그의 호소력 있는 연설은 놀라웠다. 파괴력도 상당했다. 張이 입당 후 安과 벌일 한판 싸움은 볼 만할 거다.” 신순범·이훈평 고문 등의 평가다. 권노갑 고문은 악간 다르지만 의미심장하다. “安에게 창당을 권유한 나로서는 安과의 의리를 지킬 것이다. 그러나 張이 나서면 중립을 지킬 도리밖에 없다. 당장은 安에게 밀리지만 張이 새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대철 고문도 “아직은~”이라면서도 ‘노무현 후보’의 전례도 있는 만큼 흥미진진하다고 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