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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직격탄 꽁꽁 얼어붙은 그린

미국 진출 앞둔 ‘대세’ 박성현, 스폰서 계약 깜깜 무소식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27(Tue) 17:19:27 | 14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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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이 얼어붙었다. 스토브리그(stove league)로 후끈할 연말연시가 한겨울 한파(寒波)로 뒤덮였다. ‘최순실 게이트’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과 관련된 대기업들이 몸을 사리면서 프로골퍼들과의 계약이 실종됐다.

 

야구에서 일반적인 용어로 쓰이는 스토브리그는 시즌이 끝난 뒤 겨울, 혹은 비시즌 기간에 선수들의 동향과 다음 시즌에 대한 예측 등 야구팬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이야기를 의미한다. 경기 시즌이 끝난 후 팬들이 난롯가에 둘러앉아 선수들의 연봉 협상이나 트레이드 등에 관해 입씨름을 벌이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이 때문에 ‘핫(Hot)스토브리그’라고도 한다.

 

하지만 골프판은 ‘핫’은 커녕 ‘얼음장’이다. 최순실씨가 개입된 미르·K스포츠 재단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대기업들의 신년 계획이 불투명해지면서 선수들은 아예 뒷전이다.

 

선수들의 몸값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점도 계약을 막고 있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동안 선수들과의 계약이 기량보다는 기업 오너의 의지에 좌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너의 취향에 따라 선수들의 계약 여부와 조건이 결정된다는 것이 통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일부 선수들은 부모의 인맥으로 스폰서를 만들기도 했다.

 

박성현 © 연합뉴스


실적만 놓고 보면 ‘대박’ 터트려야 정상

 

신예들이나 몸값이 그다지 높지 않은 일부 선수들이 12월에 계약을 끝냈지만, 정상급 여자프로골퍼들은 스폰서가 결정된 선수가 거의 없다. 현재 KB금융그룹과 계약을 하고 있는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인비(28)만이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한 기업이 2016년 12월31일로 프리미엄 주방가구 업체인 넵스와 계약이 만료되는 박성현(23)과 연간 15억원 이상의 계약을 검토했으나 최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그룹의 한 관계자도 “우리는 1순위 계약 대상자가 박인비다. 박성현과는 접촉조차 하지 않았다”며 “우리 회사의 모토가 ‘스타를 키우자’이지 ‘스타 영입’은 아니다. 때문에 박인비와의 재계약을 우선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박성현과의 계약설에 선을 그었다.

 

사실 박성현은 ‘대어(大魚)’임에 틀림없다. 박성현은 2016 시즌 한국 여자골프선수 중 최고의 주가를 올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7승과 함께 상금왕·최저타수상·다승왕·인기상·베스트플레이어상 등 5관왕에 올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도 7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은 없었지만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에서 각각 2위와 3위에 올라, LPGA투어에 대한 경쟁력도 확실히 입증했다. 그의 기량이라면 2017년 시즌에 LPGA투어 연착륙이 확실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업 입장에서 박성현은 ‘매력적인 빅 카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원기업으로 선뜻 나서는 곳이 없다. 박성현의 메인 스폰서 계약 규모는 연간 최대 15억~20억원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박성현이 이룬 실적을 보면 ‘대박’을 터트려야 정상이다. 김효주(22·롯데)와 비교해 보면 박성현이 초대형 스타임을 금방 알 수 있다.

 

2014년 12월 롯데와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한 김효주는 연간 계약금 13억원에 5년 장기계약을 맺었다. 박세리(40·하나금융그룹)가 2002년 CJ와 맺은 연간 20억원 계약에 이어 한국여자프로골프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었다. 김효주는 여기에 우승 시 상금의 70% 등 ‘무제한’ 인센티브 계약까지 따냈다. 김효주는 2014 시즌 KLPGA투어 5승을 포함해 상금 12억897만8590원을 벌어들여 단일 시즌 상금 최고액을 달성했다.

 

김세영(위), 장하나(아래) © AP·EPA 연합


김세영·장하나만 재계약 확정

 

그런데 박성현은 김효주보다 더 큰 기록을 세웠다. KLPGA투어에서만 통산 7승에다 총상금 13억3300만원을 획득했고, 외국에서 벌어들인 상금까지 합치면 무려 21억6000만원이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순실 게이트’로 대기업에 불똥이 튀면서 아직 박성현의 계약 소식은 잠잠하다.

 

비단 박성현뿐만이 아니다.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굵직한 선수들의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생 골프단이 4~5개 늘었으나 이들 업체는 대부분 스폰서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신인이나 마이너급을 중심으로 몇몇 선수들과만 계약을 하고 있다.

 

나름대로 여자프로들 후원 폭이 넓은 하나금융그룹도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LPGA투어를 개최하는 하나금융그룹은 유소연(27)·허미정(28)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비씨카드도 KLPGA투어 시드를 잃은 정재은(27)과 전 국가대표 출신 김지희(23)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비교적 프로골퍼의 스폰서십을 많이 하는 롯데와 CJ그룹이 추가 선수를 영입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만 봐도 대기업의 골프단 운영이 불투명해졌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재계약이 확정된 선수는 LPGA투어 2016 시즌 2승을 올린 김세영(24·미래에셋)과 시즌 3승의 장하나(25·비씨카드)밖에 없다. 미국에서 루키시즌에 성공하며 신인왕과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을 수상한 전인지(23)도 몸값이 10억원대로 뛸 조짐을 보이면서 아직 하이트진로와 재계약이 안 된 상태다.

 

박성현과 함께 넵스의 간판스타로 활약한 고진영(22)도 몸값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넵스는 이변이 없는 한 KLPGA 대상을 받은 고진영을 안고 갈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초대형 선수가 없는 상태에서 고진영이 독주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6년 12월 NH투자증권과 계약한 국가대표 출신 ‘슈퍼루키’ 박민지(19·보영여고) 정도가 눈에 띈다.

 

이처럼 여자프로골프 선수들의 영입경쟁에 무관심한 것은 ‘버블 몸값’도 한몫하고 있다. 여자프로골프가 인기를 끌다 보니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선수들 중 미모를 겸비하고 시드를 확보하면 ‘억대 연봉’을 요구한다. 검증도 안 된 선수에게 기업이 ‘큰돈’을 내놓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한 골프 관련 스포츠마케팅 전문가는 “다른 스포츠보다 몸값이 너무 비싼 것이 사실이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정규투어 시드만 받아도 억대 연봉이고, 우승이라도 하면 서너 배 이상 껑충 뛴다”고 말했다.

 

이렇게 연봉이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는 체계적인 연봉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다른 선수가 받은 것과 비교해 연봉이 결정된다. 여기에다 기업 오너의 의지나 선수의 이름값 등 성적보다 다른 변수들이 연봉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12월28일 미국으로 날아간 박성현은 LPGA투어에서 뛰기 전에 계약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메인 스폰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골프 특성상 경제적인 불안정이 경기에 뛰는 선수의 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대기업들의 선수 스폰서 계약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세’ 박성현의 메인 스폰서 계약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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