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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투성이’ 박근혜 대통령 5촌 조카 살인 사건

박 대통령 남매간 법적 다툼 도중 사망…부검에서 ‘약물 복용’ 발견, 유서 내용 조작 가능성도

조해수 기자 ㅣ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6.12.28(Wed) 11:06:48 | 14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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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9월6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북한산 인근에서 변사체 두 구가 발견됐다. 시신 한 구는 북한산 둘레길 탐방안내센터 주차장에 세워진 자동차 뒷자석에서 발견됐는데,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모습이었다. 머리에는 망치로 가격당한 상처가 3군데 발견됐고, 옆구리 등에는 칼에 찔린 상처가 8군데 나왔다. 또 다른 시신 한 구는 북한산 용암문 등산로에서 발견됐다. 주차장에서 3km 떨어진 곳으로, 목을 매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에 이 사건은 범죄의 잔혹성 외에는 별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변사체의 신원 확인이 이뤄진 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두 구의 시신이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표의 5촌 조카들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박근혜 5촌 조카 살인’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박근혜 대통령 5촌 조카 박용철씨가 자신의 사촌 형인 박용수씨에게 흉기에 찔려 살해된 현장 © 시사저널 포토


경찰, 국과수 부검 결과 왜 발표 안 했나

 

비선실세 국정 농단으로 불거진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는 물론 그 이전까지도 해당된다. 박근혜 5촌 조카 살인 사건도 그중 하나다.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이 흘렀지만 재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금도 뜨겁다.

 

경찰은 이 사건을 ‘계획된 단독 범행’으로 결론 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사건 발생 후 한 달여 만인 10월12일 “사촌 형 박용수씨가 사촌 동생 박용철씨를 (주차장에서)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며 “피의자(박용수씨)가 목숨을 끊어 기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확한 살해 동기를 밝히지 못하는 등 경찰수사 결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시사저널은 사건 직후 “‘주검’ 되어 말하는 박근혜 오촌 조카들(2011년 9월20일)” “미로 헤매는 ‘박근혜 조카 살인 사건’(2011년 10월16일)” 등의 기사를 통해 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발표에서 누락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감정서와 박용수씨 유서 필적 감정서를 단독 입수했다(“‘육영재단에서 여교사 술시중도 시켰다’(2012년 12월4일)”).

 

감정서에는 당시 경찰이 발표하지 않은 결정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박용철씨와 박용수씨의 혈액 및 위 내용물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이 발견된 것이다. 박용철씨의 몸에서는 졸피뎀의 혈중 농도가 0.52mg/L로 측정됐다. 졸피뎀은 불면증 등에 사용되는 신경안정제로, 독성 농도는 0.5mg/L다. 용철씨의 몸에서 독성 농도 이상의 졸피뎀이 나온 것이다. 또 디아제팜 역시 0.25mg/L 나왔다. 디아제팜은 불안·긴장, 골격근 경련의 완화, 간질 발작의 치료 보조제 등으로 사용되는 신경안정제다. 독성 농도는 3~20mg/L다. 이 두 약품은 술과 함께 복용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박용철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96%였다. 운전면허가 취소(0.1% 이상)될 정도로 만취상태였다.

 

이와 관련해 국과수는 “본 변사자(박용철씨)의 경우 사건 발생 당시 이러한 약물 및 알코올의 영향하에서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사망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음”이라고 밝혔다. 즉, 경찰의 발표와는 달리 박용철씨는 박용수씨의 흉기에 찔려 살해당하기 이전에 약물 중독으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박용수씨의 몸에서도 소량의 졸피뎀(0.01㎎g/L)이 검출됐다. 사건 당일 박용철씨와 박용수씨는 함께 술을 마셨다. 즉, 누군가 향정신성의약품을 술에 탔을 수도 있다. 그런데 졸피뎀과 디아제팜은 의사 처방전 없이는 절대 구할 수 없는 약품이다. 이와 관련해 한 현직 약사는 “두 약을 함께 처방하는 일은 결코 없다. 디아제팜의 경우 구강 복용(알약) 형태로 처방하지 않는 병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박용철씨와 박용수씨 모두 해당 약품에 대한 처방전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국과수의 부검 감정서


유서 내용 조작 가능성도 제기돼

 

유서 역시 의혹이 제기된다. 경찰은 박용수씨의 바지 주머니 속에서 유서를 발견했다. 또 수사 과정에서 박용수씨가 거주했던 서울 강북구 수유동 여관방에서 수첩을 찾아냈다. 이 수첩은 유서와 동일한 재질이었고, 유서 필적과 같은 내용의 필압 흔적이 발견됐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유서의 일부 내용은 필압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유서와 수첩의 필적이 동일한지 여부를 국과수에 의뢰했다. 이에 대해 국과수는 감정 결과에서 “유서 필적과 비교수첩 필적은 비교할 문자가 없어서 필적의 특징 부분 등을 분석할 자료가 부적합하므로 제시된 증거물만으로는 필적의 동일 여부를 논단하기 곤란함”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박용수씨가 유서를 직접 쓰지 않았을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경찰은 이와 같은 국과수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 심지어 국과수 감정서를 받기 이전에 사건을 마무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이 사건을 추적했던 임내현 전 민주당 의원 측은 “사건 담당자에게 국과수 감정 내용을 발표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 담당관이 ‘수사 결과 발표 후 국과수의 감정서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부실 수사를 스스로 시인한 꼴이다. 국과수의 과학적 검증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수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한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살해 동기 역시 밝혀지지 않았다. 이 사건처럼 목격자나 주요 증거가 나오지 않은 경우 살해 동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시 경찰은 “박용수씨가 개인적인 원한으로 준비된 계획 아래 박용철씨를 살해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명확한 근거는 없었다.

 

 


박 대통령 남매간 법적 다툼 도중 사망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박용철씨와 박용수씨 가족·친지들을 다각도로 접촉했다. 당시 만난 박용철씨의 친형은 “용수는 10여 년 전 이혼을 하고 줄곧 혼자 살아왔다.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격이 점점 폐쇄적으로 변했다. 또 용철이는 성격이 모나고 직설적인 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 용철이가 사촌 형인 용수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켜서 용수가 기분 나빠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용수가 욱하는 마음에 이런 일을 저질렀을지도 모를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당시 대부분의 유족들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이 사건이 부각되는 것을 대단히 꺼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된 의견은 미리 살해 계획을 세울 정도로 박용철씨와 박용수씨의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유족은 “술김에 화가 나서 우발적으로 그랬다면 모를까 과연 경찰 조사 결과처럼 박용수씨가 미리부터 사전에 철저히 계획을 하고 박용철씨를 그렇게 잔인하게 살해할 정도로 두 사람 간에 원한 관계가 깊었을 리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 살해 동기가 중요한 이유는 박용철씨가 박 대통령의 친동생들인 박근령씨와 박지만 EG 회장 남매간의 법정 분쟁에 깊숙이 관여돼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제부, 즉 박근령씨의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지만씨가 용철씨를 시켜 나를 중국 청도로 납치해 죽이려고 했다”며 2010년 9월 박 회장을 살인교사 혐의로, 박용철씨를 살인교사 공범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2011년 3월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오히려 신 총재가 박 대통령과 박 회장을 비방한 혐의로 기소돼 2012년 11월29일 대법원으로부터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명예훼손 재판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2010년 7월28일 박용철씨가 돌연 육영재단 법인실 부장으로 있던 이아무개씨에게 전화를 걸어 “박지만 회장의 비서실장인 정○○씨가 나에게 신동욱을 납치·살해하라고 지시했다. 정씨는 이것이 ‘회장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정씨와의 통화 내용을 저장한 휴대전화를 캐나다 밴쿠버에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총재 측은 박용철씨를 즉각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러나 박용철씨는 법정에서 관련 내용을 모두 번복했다. 신 총재 측은 박용철씨의 증언만이 혐의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보고 그를 설득하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박용철씨가 갑자기 비명횡사하고 만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 총재의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동래의 조성래 대표 변호사는 “용철씨는 근혜·근령·지만 3남매의 모든 분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었다. 용철씨의 죽음으로 누가 가장 큰 이익을 누리게 될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솔직히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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