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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개헌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면

시민을 위한 헌법 해설서 《지금 다시, 헌법》의 차병직 변호사

조철 문화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31(Sat) 14:00:24 | 14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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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법은 국가 사회 내에서 우리 현실의 삶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제도적 수단인데, 그 법의 세계는 꽤 반듯하고 체계적인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도 모든 법의 정점에 깃발처럼 세워놓은 헌법(憲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천 개의 법령은 헌법 아래 있고, 헌법은 법들을 지휘하고 감독한다.”

그런데 왜 헌법을 읽어야 하는가? ‘시민을 위한 헌법 해설서’를 표방한 《지금 다시, 헌법》은 이 질문에 답한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아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참여연대 창립멤버이자 인권변호사로 활동해 온 차병직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윤재왕 교수, 비영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와 함께 ‘시민의 교과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집필에 참여했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도록 표제부터 부칙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주석을 달았다. “헌법의 기본권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다. 따라서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할 때 국민은 헌법을 근거로 이에 대한 보장을 요구할 수 있다. 헌법을 다 읽을 수 없다면 기본권을 다룬 내용만이라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지금 다시, 헌법》의 차병직 변호사 © 위즈덤하우스 제공


“헌법은 국가기관과 시민과의 계약서”

 

하지만 지금의 사태가 대변하고 있듯 국민이 마주하는 현실과 국민이 추구하는 헌법 정신 사이에는 심각한 차이가 존재한다. 차병직 변호사는 이런 차이가 생긴 이유 또한 헌법을 펼치게 한다고 강조한다. 

 

“헌법은 한 국가의 상징이자 실체이다. 헌법은 그 주체이자 구성원인 시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그것의 실현을 담당하는 권력기관의 설치와 운영을 규정한다. 헌법만 잘 작동하면 우리는 국민주권·권력분립·법치주의 등이 보장된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저마다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그동안 선거를 통해 주권자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가가 그 권력을 사유화해 전횡을 일삼는 경우를 수없이 봐왔다. 헌법을 자신의 입맛대로 뜯어고친 독재자도 있었다. 대통령에게 제왕적 권력을 부여하는 현행 헌법하에서 정치권력은 시민 사회의 감시와 비판이 없으면 더 부패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주권자의 권리는 투표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법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 스스로,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권리와 헌법을 수호해야 할 주권자로서의 책임의식을 투철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헌법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민이 꼭 헌법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대의제 아래서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가기관과 공무담임자들이 제대로만 하면 말이다. 그러나 현상이 기대와 상반되게 나타나면 상황이 헌법을 들춰 보라고 요구하게 된다. 마치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계약서를 찾아 읽어야 하듯이 말이다.”

계약서도 잘못 만들면 속고 속이는 경우가 많지 않던가. 이 책 또한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지점과 그에 대한 견해를 통해 현재적 관점에서 헌법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강조해서 보여주고 있다. 

 

“헌법은 인간 본연의 가치로만 제작하는 순수한 결정체가 아니다. 온갖 이념과 역사, 그리고 경험과 현실을 포괄하는 정치적 산물이다. 지금 시민들이 보여주고 있는 광장에 모이는 행동은 바로 헌정의 토대를 형성하는 의사표시의 하나다. 현실은 각자로부터 시작해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만들어내는 풍경이다. 헌법은 물론 헌법 현실도 종국에는 우리가 이루어내는 것이다.”

차병직 외 2인 지음 
로고폴리스 펴냄
528쪽
1만8000원


“지금의 난국, 헌법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

 

헌법은 10개의 장(총강·국민의 권리와 의무·국회·정부·법원·헌법재판소·선거관리·지방자치·경제·헌법개정)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중 시민에게 가장 중요한 대목은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다. 2장은 10조부터 39조까지 모두 서른 개의 조문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중 의무를 규정한 것은 납세와 국방에 관한 두 개 조항뿐이다. 따라서 2장은 국민의 권리, 흔히 말하는 기본권에 관한 장이다. 《지금 다시, 헌법》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부분도 바로 2장이다.

 

“인간의 권리는 국가나 사회가 없으면, 그리고 그 인간의 제도 속에서 우리 각자가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면 아무런 가치나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부(天賦)의 권리라는 관념은 우리의 정신을 고양시킨다. 실제로 헌법이나 제도가 인권을 지켜주지 못할 경우에는, 권리의 천부성(天賦性)을 근거로 국가와 사회와 제도에 대항할 수 있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모든 기본권은 그런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은 기본권을 추상적이지 않고 쉽게 설명하기 위해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의 수면권을 예로 들고 있다. 또 전자주민카드 발급에 열 손가락 지문 날인을 의무화한 정부 방침에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한 제17조를 들어 지문 날인 거부 운동을 펼친 시민들의 행동을 국가권력에 대한 견제의 의미로 짚어내기도 한다. 차 변호사는 1987년 체제로 성립된 현행 헌법의 해설서를 쓴 저자로서 지금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대한 입장을 이렇게 밝힌다.

 

“개헌은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헌법을 거의 매년 바꾸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한 번 제정한 헌법을 글자 한 자 고치지 않고 유지하는 국가도 있다. 우리가 당면한 난국은 헌법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이다. 개헌은 헌법 정신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우리의 마음을 고쳐먹는 계기를 마련해 줄 뿐이라고 생각해야 옳다. 헌법은 법임에도 불구하고 상징적이고 장식적인 치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은 문학 작품이 아니다. 어느 한 구절에 밑줄을 긋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실현을 위해서 어떻게 서로 협력하느냐가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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