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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다시 도마 위에 오른 황우석 박사

“박 대통령과의 친분은 11년 전 일”

박준용 기자 ㅣ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7.01.02(Mon) 12:53:29 | 14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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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정부 자문회의는 아니었다. 2016년 4월28일, 서울역의 한 회의실에서 열린 회의가 그랬다. 당시 회의 참석자들과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유전자·줄기세포 전문가, 바이오 기업, 청와대,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 회의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주재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정만기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비서관(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이 회의를 만든 배경에 대해 “(2016년) 4월초나 중순 정도일 것이다. 매일경제신문에 생명공학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앞서다가 일본과 중국에 시장을 내준다는 기사가 나왔다”면서 “안종범 수석을 통해 그 기사를 확인해 보고, 문제가 있는 건지 대책방안이 있으면 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청와대 복지비서관실을 통해서 전문가를 소집해 달라고 해서 참석자가 소집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차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언급한 보도는 매일경제 2016년 4월11일자 ‘中·日 생명공학 질주…韓은 ‘황우석 브레이크’’라는 제목의 기사다. “중국과 일본에 비해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과 불법 난자 사용 때문에 꽉 막힌 (한국) 배아 연구는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보도는 ‘황우석 브레이크’를 언급했는데, 대책을 마련하자는 바로 그 회의에 황우석 박사가 참석했다. 2005년 ‘줄기세포 논문 조작’ 파문 이후 그가 청와대 자문회의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연구자 A씨는 “정만기 청와대 비서관이 들어와서 명함을 주고 보니까 황 박사와 같이 입장을 했더라. 바로 황 박사가 정 비서관 오른쪽에 앉았다. 회의하는 내내 소곤소곤 귓속말을 해서 놀랐다”면서 “회의를 마칠 때 황 박사가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연구윤리의 여러 가지 측면을 훼손한 당사자가 청와대 정책 결정을 하는 논의 과정에 초대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너무 황당했다”라고 말했다. 

 

정 차관과 황 박사는 서로 친분이 없다고 말한다. 정 차관은 “황 박사도 전문가니까 왔다. 참석한 20여 명 중 한 명일 뿐이다. 벤처 업체가 온 것도 당연하다. 성장동력인 유전자 줄기세포 사업에서 중국이 앞서 간다고 하니까, 학자 얘기만 들어서 되겠나”라면서 “전문가와 기업 관계자 20명 정도 부른 거다. 황 박사가 언제 나타나는지는 관심 없었고, 순수하게 매일경제 기사 내용을 보고 대안을 고민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비동결 난자(여성의 몸에서 얼리지 않은 상태로 채취한 난자로, 황우석 사태 이후 임신 목적으로만 사용이 제한됨) 사용을 비롯한 줄기세포 연구 규제 완화에 대해 생명윤리와 여성 인권 문제를 근거로 반대주장이 제기됐다. 참석한 복지부 관계자도 이를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직원에 대해 ‘찍어내기’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줄기세포 규제 완화를 강하게 주장한 복지부 과장은 6월께 다른 부서로 인사조치 됐다. 부임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황 박사가 靑과 관계 암시하는 언급 자주 해”

 

회의 3주 뒤 청와대는 줄기세포 규제 완화 의지를 밝힌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18일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줄기세포 연구 분야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음에도 생명 및 연구 윤리 때문에 엄격하면서도 중첩적인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윤리 논란으로 이미 문제가 된 바 있는 비동결 난자 사용 허가까지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의 지시 이후 2개월 뒤인 7월, 복지부는 차병원에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 세포 연구를 조건부로 승인해 줬다. 차병원이 난임 치료에 쓰고 남은 동결 난자와 비동결 난자를 쓰도록 해 준 것이다. 차병원에는 ‘단비’와 같은 규제 완화였다.

 

비동결 난자 허용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복지부는 11월4일 비동결 난자 사용에 대한 의견 수렴을 취지로 토론회를 열었다. 전문가 7명을 초대했는데, 이 중 비동결 난자에 비판적인 전문가는 2명이었다. 사실상 정부가 비동결 난자 사용 허가로 가닥을 잡은 것. 연구자 A씨는 “지금은 줄기세포 게이트와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기에 비동결 난자 규제 완화 움직임이 중단됐지만, 당시 정부의 시나리오는 토론회를 열어서 의견수렴을 하는 것처럼 한 뒤 11월 장관회의에서 비동결 난자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4월28일 열린 회의와 발 빠르게 이뤄진 줄기세포 규제 완화.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움직임이 황우석 박사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황 박사가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비선실세’와 관계가 두텁다는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황 박사는 최근 언론에 역술인 이세민씨(본명 이상목)와 함께 찍힌 사진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씨는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와 가까운 인물이다. 또 해당 사진에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도 있었다. 김 대표가 운영한 아이카이스트의 부사장이 정윤회씨의 동생 정민회씨였다. 김 대표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모범 사례로 꼽혔다가 사기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황박사와 함께 일했던 연구자 B씨는 “한국이 절대로 1년 안에 규제 완화가 되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청와대에서 전화를 걸든지 한 것”이라면서 “황박사는 박 대통령이 2000년대 초반 국회의원을 할 때부터 친분이 있었다. 또 황 박사 주변 인물에 따르면, 황 박사가 현재 청와대와의 관계를 암시하는 언급을 자주했다. 정윤회씨와 문고리 3인방 등과 2014년 이전에 잦은 접촉이 있었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이번 줄기세포 규제 완화로 이득을 볼 수 있었을까. 연구자 B씨는 “황 박사가 후배 앞길을 열어 달라지만 실제로는 자기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차병원 등과 한배를 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황 박사의 행보는 주식 동향을 보면 직접적으로 많이 풀리는 게 있다”고 언급했다. 황 박사가 최대주주인 에이치바이온은 코스닥 상장기업 ‘홈캐스트’를 지배하고 있다. 2016년 실적 호전을 감안하더라도 홈캐스트는 연초보다 연말 종가 기준, 세 배가 오르는 ‘고공행진’을 했다. (홈캐스트 2016년 1월4일 종가는 6200원, 12월29일 종가는 1만7600원.) 이에 대해 홈캐스트 관계자는 “주가 상승은 올해 1분기 실적이 크게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황우석 박사가 정부 규제 완화 회의에 ‘대표’로 참석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사무총장은 “줄기세포가 꼭 배아줄기세포만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괜히 배아줄기세포 쪽의 논란만 키운다. 윤리적인 논란이 있는 사람과 함께 윤리적 논란이 있는 것을 굳이 같이 해야 할 이유가 뭔가”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황우석 박사와 2000년대 초반 친분이 있었다. 사진은 2004년 5월2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날 행사에서 박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과 황 박사가 함께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상업 논리로 왜곡된 줄기세포 규제 완화

 

아울러 황 박사뿐 아니라 일부 바이오 업체 위주로 줄기세포 규제 완화 논의가 진행된 것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규진 건강과 대안 연구위원은 “황박사 등장 자체만으로도 문제 삼아야 되는 건 맞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보면, 한국 줄기세포 연구 흐름이 기초연구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게 아니라, 일부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사실상 주식 튀기기를 하는 등 다분히 상업적으로 전개되는 측면이 있다”라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복지부가 줄기세포 업계가 제대로 하고 있는 지 점검 하기는커녕, 차병원과 황 박사가 요구한 규제 완화를 검증도 없이 해 줬다는 게 큰 문제라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이세민은 알지만, 정윤회·최순실은 몰라”

- 황우석 박사 인터뷰

 

박근혜 정부의 ‘줄기세포 규제 완화’에 황우석 박사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한 걸까. 그는 2016년 12월29일 시사저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과거 친분 사실은 인정했지만, 11년 전 일”이라면서 일축했다. 아울러 ‘비선실세’ 정윤회·최순실씨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윤회·최순실씨를 만난 적이 있나. 그들과 친분이 깊었나.

소설 쓰는 것인가. 먼발치에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다. 그 사람들 목소리 한 번 들은 적도 없었다.

 

정윤회씨와 절친한 이세민씨와 가깝다는데.

이세민씨는 안다. 춥고 배고플 때 가끔 밥 사주고 하는 그런 분이다. (이씨가) 나한테는 고마우신 분이다. 나는 그분이 역술인이고 그런 것은 모른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과도 친분이 있었나.

나는 이번 사태 나기 전까지 정확히 3명의 이름도 몰랐다. 나는 언론을 안 본다. 다만 돌아가신 이춘상 보좌관(2012년 12월 교통사고로 타계)은 안다. 박 대통령과 내가 친분이 있을 때, 당시 대통령은 국회의원이셨는데, 그때 이 보좌관이 나하고 인연이 됐다. 그때 연락해서 친분을 맺었다. (박 대통령이) 나한테 의례적 선물 보내거나 그럴 때 이 보좌관을 통해 보냈다.

 

박 대통령과 잘 아는가. 최근에 만난 적 있나.

박 의원(박근혜 대통령)께서 ‘전할 말씀 있으면 이 보좌관한테 말하시면 되겠습니다’라고 해서 이춘상 보좌관 통해서 연락을 죽 했었다. 그것도 11년 전 얘기다. 11년 전 박 대통령이 내 병문안 오신 게 마지막이다. 그 뒤로는 지금부터 7~8년 전에 한 번 이 보좌관의 전화를 받았다. ‘대표님(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께서 (황우석 사태에 대해) 너무 안타까워하신다. 절대 용기 잃지 마세요. 절대 용기 잃지 마시라. 간곡하신 당부가 있었습니다’ 하는 이 보좌관의 전화였다.

 

지난 4월, 청와대에서 규제 완화 회의 참석을 요청했나.

나한테 청와대 어느 누구도 전화한 적 없었다. 정부 어느 부처에서 연락이 왔다. 어느 부처인지까지 대답할 의무는 없다. 청와대 비서관과 함께 등장하지 않았다. 줄기세포 이야기도 다른 사람이 꺼냈다. 회의 내용을 정부나 어디에서 발췌해서 정책적으로 사용하려고 그랬는지 의도는 모른다. 

 

회의에서 후배 연구자들에 대한 규제를 풀어 달라고 했다던데.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포함한 것이다. 차병원을 해 달라고 한 게 아니라 (전체) 후배들 규제를 풀어 달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 규제 완화가 줄기세포 업계의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있다. 황 박사는 홈캐스트의 실질 지배주주이기도 한데.

주가가 우리 의지와 다르게 움직인 거다. 홈캐스트는 줄기세포와 관련이 없다. 주식으로 홈캐스트를 줄기세포 테마주로 연결하는 것은 언론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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