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1월1일 여론조사는 조사일 뿐, 대선 결과와는 달랐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press.com)
  • 승인 2017.01.02 13:34
  • 호수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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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선 1월1일 여론조사 분석, 2017년은 조기 대선 예상돼 예측 불가

역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던 해의 1월1일자 신문 1면엔 빠짐없이 실리는 기사가 있다. 붉은 일출 사진, 그리고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떠오른 일출이 한 해의 출발을 상징하듯, 대선이 열리는 새해 첫날 실리는 지지율 기사는 본격적인 대선 정국이 시작됐다는 신호탄을 의미한다. 언론은 유력한 후보들을 집중분석하며 향후 대결 구도를 전망한다. 대선 레이스 출발선에 선 후보들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당선 전략을 세워 나간다. 새해 첫 여론조사는 약 1년 앞으로 다가온 선거를 예상해 보고 남은 기간을 대비하는 기상도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모든 여론조사가 그렇듯, 그간 1월1일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 역시 실제 결과를 100% 적중하진 못했다. 실제로 여론조사 발표 후 급격히 지지율이 상승해 기적의 주인공이 된 후보가 있는가 하면, 순식간에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져 버린 비운의 후보도 있었다. 이러한 변동 속에서 한때 ‘대선 1년 전 지지율 1위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한다’는 징크스가 나돌기도 했다. 대선 판세를 도무지 예측할 수 없으니 새해 첫 1위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02년 이회창·이인제 대결, 盧 우세 전무

 

2002년 16대 대선은 이 징크스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놀라운 역전극이었다. 선거가 있던 그해 1월1일자 여론조사 기사만 해도 노무현 이름은 한눈에 찾기 힘들었다. 언론마다 오직 이회창·이인제 두 후보 간의 양자대결 결과에만 집중했다. 당시 조선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회창 후보는 민주당 내 대선 주자 모두와의 양자대결에서 압도적으로 앞섰다.

 

한겨레 등 일부 매체에서 이인제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이긴다는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거의 모든 조사에서 이회창 후보는 명실상부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자리매김해 있었다. 반면 노무현 후보는 민주당 내 대권후보 적임자 지지율에서도 이인제 후보에게 한참 밀렸다. 이 후보는 41.0%로 과반 가까운 지지를 받았지만 노 후보는 21.6%로 한참 떨어진 2위에 머물렀다(중앙일보). 그나마 수도권에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지만, 연고지인 부산·경남에서도 이회창 후보 지지율의 3분의 1에 그치는 등 대부분 지역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모든 대선후보들을 줄 세운 다자대결 구도에서도 노 후보는 단 1.6%를 얻어, 양강 구도 속 미미한 3위에 머물렀다(조선일보).

 

다만 당시 MBC 등 일부 언론은 노 후보가 여론조사 한 달 전과 비교해 꾸준히 상승선을 그리고 있다고 주목했다. 반면 민주당 내 부동의 1위 이인제 후보와 노 후보를 추격하던 정동영 후보 지지율은 하락세라고도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조사에서 ‘모름/무응답’을 택한 응답비율이 최고 80% 이상까지 나타나는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 본 선거에선 반전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여론조사 두 달 후 열린 당내 후보 경선에서 노 후보는 지난 4년간 줄곧 유력 주자로 꼽혀 온 이인제 후보를 꺾고 민주당 대선후보에 올랐다. 이때부터 시작된 ‘노풍’은 12월19일 대선까지 이어졌고, 최종적으로 48.9%의 득표율로 극적인 당선을 이뤄냈다.

 

 

2007년 이명박 독주, 여권에선 고건 1위

 

16대만큼 대역전극은 없었지만 2007년 17대 대선 역시 새해 여론조사와 사뭇 다른 대결구도가 펼쳐졌다. 대선을 1년여 앞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나날이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었다.

 

자연히 야당인 한나라당과 그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은 반대급부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려 나갔다. 한나라당 대표 대선 주자인 이명박·박근혜·손학규 세 후보의 지지율 합이 60%를 훌쩍 넘기는 선전(善戰)을 보이기도 했다(중앙일보). 한나라당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 중 누가 대선에 나오든 범여권 후보들 모두를 이긴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중에서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독주가 유독 돋보였다. 부동산값 폭등과 일자리 부족 등 경제가 최대 이슈인 상황에서 이 후보는 일찍이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단단히 구축해 나갔다. 2007년 1월1일 발표된 여론조사는 적수(敵手) 없는 이 후보의 독주를 다시금 증명해 줬다. 대부분의 조사에서 이 후보는 4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해, 뒤따르는 박근혜·고건 후보를 20% 이상 크게 앞질렀다. 지역별로도 이 후보는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1위 자리에 올랐다. 그 때문에 대다수 응답자는 실제 대선에선 이명박과 고건의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경향신문).

 

그러나 여권의 최종 대선 주자는 정동영 후보로 결정됐다. 이보다 앞선 1월1일 모든 조사에서 정 후보는 이명박·박근혜·고건 등 세 후보와 손학규 후보에 이어 5위 자리를 겨우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조사 발표 보름 후인 1월16일 “현실 정치의 벽을 느꼈다”며 고건 후보가 돌연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혼돈에 빠진 여권은 대선을 두 달 앞둔 10월16일이 돼서야 정 후보를 이명박 후보의 대항마로 확정지었다. 하지만 정 후보는 그 후 여론조사에서 단 한 번도 이 후보를 꺾어보지 못하고 만년 2위에 머물렀다. 최종 대선 결과 역시 이변 없이 압도적 득표율로 이명박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2012년 박근혜·안철수 접전, 文은 한 자릿수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둔 새해 여론조사에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양자대결이 벌어졌다. 일찍이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대접전을 벌인 상대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정계 진출을 선언하지도 않은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다. 모든 언론들은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원장의 양자대결이 이뤄질 경우 안 원장이 박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이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박근혜 대 문재인 대결 구도에선 박 후보가 모두 10%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 내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안 원장은 36.2%로 손학규·문재인 후보를 꺾고 1위에 올랐다(경향신문).

 

그러나 이러한 ‘안철수 열풍’도 다자대결 구도 속에선 주춤했다. 문재인 후보 쪽으로 지지율이 다소 분산되면서 박근혜 후보에게 1위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박 후보는 보수 지지층 결집으로 30% 안팎의 지지율을 얻었으며, 안 원장은 그보다 5~10% 낮은 지지율로 2위 자리를 차지했다. 당시 3위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자연스럽게 야권 내에선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요구가 거세졌다. 누구로 단일화를 할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둘은 대선을 불과 13일 앞둔 2012년 12월6일 문재인 후보로의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다. 하지만 그 후 발표된 선거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꺾지 못했다. 문 후보는 한 자릿수의 근소한 차이를 두고 2위 자리에 머물렀다. 그 작은 차이는 끝내 좁혀지지 않았고 51.6% 득표율을 얻은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대선 후 전문가들은 두 야권 후보가 당내 경선과 단일화에 지나치게 기운을 소진해 본 선거에서 제대로 된 전략을 내놓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1월1일 발표된 2017년 19대 대선 여론조사 역시 줄곧 지지율 1·2위를 다퉈온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양자 대결에 집중됐다. 문화일보 신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26.9%, 반 총장은 20.2%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본 선거 역시 두 후보 간 대결로 치러질 것이며 다른 반전은 더 나오지 않을 거라고 분석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이르면 4월에 선거를 치를 수도 있는 조기 대선 정국에서, 지금과 전혀 다른 구도가 형성되거나 새 인물이 급부상하기엔 물리적인 시간 제약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1·2위 간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두 후보 중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지지율 30%는 넘어야 비로소 ‘당선 유력 후보’로 볼 수 있다”며 “2007년 이명박, 2012년 박근혜 후보 모두 새해 무렵 지지율이 30% 이상이었던 만큼, 문 전 대표와 반 총장 모두 20%대에 머물고 있는 지금으로선 쉽사리 결과를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양한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확한 날짜조차 모르는 19대 대선 결과가 이번 여론조사와 얼마나 일치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혹 그 사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 드라마가 쓰일지도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정치는 생물이며 선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란 말이 있다. 섣부른 짐작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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