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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파 “난민이 문제” 공세 시험대 오른 독일 난민정책

‘베를린 테러’ 후 메르켈 총리 “인도주의는 테러보다 강하다” 버티기

강성운 독일 통신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05(Thu) 09:03:35 | 14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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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초 60여 명의 튀니지 난민을 실은 보트 한 척이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에 도착했다. 배에는 웨스라티아 빈민가 출신 아니스 암리가 타고 있었다. 암리는 튀니지에서 절도와 상해죄를 짓고 구속형을 피해 배에 올랐다. 아무 신분증 없이 도착한 그는 나이를 속여 미성년자로 분류됐다. 이후 2011년 10월 그는 난민 시설에 불을 질러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수감생활 동안 암리는 단순 폭력범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로 변신했다. 출소 후 2015년 7월 독일에 입국한 그는 독일 중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의 난민 생활시설로 옮겨졌다. 암리는 여러 지역에서 다섯 개의 다른 이름으로 난민 등록을 했다. 한 곳에서 난민 지위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신분을 세탁하고 재신청하기 위해서다.

 

규정상 암리는 난민 지위가 확정되기 전까지 지정된 거주지를 떠나선 안 됐다. 그러나 그는 2016년 초부터 빈번하게 베를린을 오갔고, 이슬람 근본주의 살라피 종파의 일원들과도 활발히 교류했다. 하지만 경찰과 난민 관리청 어느 쪽도 그를 제재하지 않았다. 그해 6월 결국 암리는 NRW주 지방법원으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독일 연방 이주 및 난민청(BAMF)은 그를 고국인 튀니지로 돌려보내지 못했다. 그에게 여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년 간 추방연기 상태에 있던 암리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19일 밤 8시쯤 다시 베를린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25톤의 철강 화물을 실은 잿빛 트럭을 몰고 시내 한복판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돌진했다. 조수석에는 트럭을 탈취당한 폴란드인 루카시 우르반이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숨져 있었다. 트럭은 인도와 마켓을 가로지르며 80m가량 질주한 후에야 멈춰 섰다. 암리는 12명의 사망자와 5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도주했다. 이틀 뒤인 12월21일 그는 무장 이슬람 단체 이슬람국가(ISIS)에 충성을 맹세하는 동영상을 공개했고, 23일 새벽 이탈리아 경찰은 밀라노 인근 기차역에서 총격전 끝에 암리를 사살했다.

 

2016년 12월21일 독일의 극우정당 ‘독일대안당(AfD)’이 주도한 집회 참가자들이 메르켈 퇴진을 요구하는 포스터를 들고 있다. © AP연합


불안 조장 극우파, 위축되는 시민 자유

 

암리의 죽음으로 비극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테러로 인한 독일 시민들의 불안은 이미 극에 달했다. 12월25일 여론조사기관 유가브(YouGov)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경찰력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했고, ‘감시 카메라를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에도 60%가 동의했다.

 

그동안 독일에선 감시 카메라, 통신기록 저장 등 정부의 정보 수집이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최소화돼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과거 나치 정권과 동독 정부가 감시를 통해 권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러라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독일 사회의 가치관은 뚜렷하게 변화하고 있다.

 

한편 독일 극우파는 불안을 틈타 혐오 선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대안당(AfD) 마르쿠스 프레첼 NRW주 원내대표는 SNS에 “베를린 사건 희생자들은 (난민 포용정책을 펼친) 메르켈이 죽인 것”이라는 메시지를 올렸고, 신(新)나치 정당인 독일국가사회당(NPD) 역시 “메르켈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다”며 그녀의 난민정책을 집중 공격했다.

 

 

강제 추방에 내몰리는 난민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 같은 선동은 허황된 소리로 일축됐다. 그러나 2015년 12월31일 독일 쾰른 중앙역에서 북아프리카 난민 남성들이 여성들을 집단 성추행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난민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난민과 독일 국적자의 강력 범죄 비율이 사실은 비슷하며, 극우파가 오히려 외국인 혐오를 조장한다는 설명도 불안을 잠재우진 못했다. 오히려 AfD는 2016년 실시된 다섯 차례 지방선거에서 최고 24.2% 득표율을 기록하며 기존 정치권을 위협하고 있다.

 

기독민주연합(CDU)과 기독사회연합(CSU), 사회민주당(SPD) 등 기존 정당들은 빼앗긴 표를 되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추방 유예상태에 있는 난민들을 강제 추방하는 것이다. 실제 12월15일 추방 유예상태에 있던 난민 34명이 전용기편으로 강제 추방됐다. 목적지는 아프가니스탄의 힌두쿠쉬였다. 토마스 드 메지에르(CDU) 독일 내무부 장관은 “이들 중 3분의 1은 절도, 강도, 강간 등을 저지른 범죄자”라며 집단 추방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힌두쿠쉬는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안전한 축에 속한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힌두쿠쉬에서 무장단체에 살해당한 민간인 수는 2016년 상반기에만 1600명에 이른다. 게다가 이번에 강제 추방된 난민 중에는 21년째 독일에 거주하며 가정까지 꾸린 사람도 있었다. 이 때문에 디트마르 바르취 좌파당 연방의회 원내대표는 “아프가니스탄으로 난민을 되돌려보내는 건 살인 행위”라며 여당을 강력히 규탄했다. 난민구호단체 프로 아쥘(Pro Asyl)의 귄터 부르크하르트 대표 역시 “집단 추방은 독일의 외국인 혐오 정서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베를린 테러로부터 공포가 아닌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보 성향의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SZ)’의 헤리베르트 프란틀 정치국장은 칼럼을 통해 ‘암리의 케이스는 위험인물을 잡기 위해 (난민 관련) 법을 새로 만들 필요가 없음을 보여준다’며 극우파와 보수정당의 주장에 반대했다. 엄격한 난민법은 이미 마련돼 있는데 경찰과 관할 관청에서 이를 적용하지 않아 문제라는 것이다.

 

암리가 사살된 후 메르켈 총리는 담화를 통해 “우리의 민주주의, 법치국가, 가치관, 인도주의는 테러보다 강하다”며 어떠한 선동에도 흔들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현재 메르켈과 연방범죄수사청(BKA)이 모색 중인 테러 방지책에는 EU(유럽연합) 내 정보기관 협력 강화, 여권 없는 난민 대응센터 설치와 함께 신속한 난민 추방도 포함돼 있다. 과연 ‘착한 난민’과 ‘나쁜 난민’을 가려낼 기준은 무엇이며, ‘나쁜 난민’을 사지로 내모는 건 또 정당한 일일까. 메르켈이 난민 정국에서 인도주의를 표방하려 한다면 반드시 답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요란한 혐오 선동과 불안에 흔들리는 민심 앞에서 정답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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