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뇌물죄 입증, 朴 대통령 구속 사안”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7.01.05 10:29
  • 호수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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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 출범 한 달, 박근혜 대통령 향하는 칼날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목전에 둔 2016년 12월2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자그마한 상자 하나가 배달됐다. ‘박영수 검사님께’라고 적힌 카드가 붙은 상자에는 곰 인형과 함께 초콜릿이 들어 있었다. 특검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특검팀도 이에 부응하고 있다. 곰 인형이 배달된 이날, 특검팀은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2월21일 현판식을 갖고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사한 지 8일 만이다. 특히 특검팀이 첫 구속영장 대상으로 문 이사장을 선택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문 이사장은 직권남용과 국회위증 혐의 등을 받고 있는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아줌마 비선진료’ 의혹도 제기

 

즉,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문 이사장이 삼성그룹의 숙원사업인 경영권 승계를 지원해 주고, 이에 대한 ‘대가’로 삼성이 미르·K스포츠 재단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최순실씨 모녀에게 수백억원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는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죄는 최대 형량이 무기징역에 이를 정도로 중죄에 해당한다”며 “특검이 이를 입증할 경우 박 대통령은 구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 역사상 최대 업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과 박근혜 대통령 비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가 2016년 12월3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검에 앞서 검찰은 대기업들의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과 관련해 강요·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을 적용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재벌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특검이 박 대통령을 정조준하면서 대기업들의 사법 처리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삼성이 그 첫 번째 타깃이다. 특검은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고강도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가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원을 후원하는 데 관여한 인물이다. 삼성 측은 이 밖에도 최씨의 독일 현지법인에 200억여원을 부당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 안팎에서는 김 사장이 곧 피의자 신분으로 구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뒤를 이어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들의 줄소환이 예상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특검의 칼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국조특위 청문회에 출석해 최씨 일가에 대한 지원 의혹에 대해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며 대가성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메모에서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협조 요청’이라는 문구를 확인했다. 이 메모가 적힌 2015년 7월25일은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독대를 했던 날이다. 특검팀은 이 메모가 제3자 뇌물죄를 입증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의 사정권에는 또 다른 태풍의 눈인 이른바 ‘사라진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수사도 포함돼 있다. 당초 실정법 위반으로 박 대통령을 기소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유로 특검의 수사 영역에 세월호 7시간이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특검은 출범 초기부터 “국민적 의혹을 풀어주는 것이 특검의 의무”라며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수사 의지를 확고히 했다. 현재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수사는 박 대통령에 대한 비선진료 의혹으로 모이고 있다. 특검은 비선진료의 핵심으로 지목된 성형외과 원장 김영재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적절한 의료 행위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전 청와대 간호장교였던 조여옥 대위도 특검에 소환돼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조 대위는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을 전담하는 청와대 관저 의무동에서 근무했다고 밝혔다가 청문회에서는 직원을 담당하는 의무실에서 근무했다고 말을 바꾸는 등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도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이었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문자에서 ‘주사 아줌마 들어가십니다’와 ‘기(氣)치료 아줌마 들어가십니다’라는 문자가 발견되면서 ‘아줌마 비선진료’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박영수 특검팀이 2016년 12월2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 앞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최씨 일가 부정축재 수사도 朴 대통령 겨냥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가 SNS에 남긴 “부모 잘 만난 것도 능력”이라는 말은 국민적 공분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이를 계기로 수백억원으로 알려진 최씨 일가의 재산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다. 특검은 이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 대상 14개 항목 중에 ‘최순실과 그 일가가 불법적으로 재산을 형성하고 은닉했다는 의혹 사건’도 포함돼 있다.

 

부정축재 의혹의 중심에는 유사종교 행위로 박 대통령에게 접근한 최태민씨가 있다. 최근 공개된 최씨의 의붓아들 조순제씨 녹취록을 보면 “박정희 사후 뭉칫돈이 최태민 일가로 흘러들어갔다” “10·26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 관저에 있던 현재 가치 2000억~3000억원가량의 채권 등이 최태민에게 넘어갔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때 형성된 돈이 최순실씨 등 자손들에게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태민씨 사후 최순실씨의 재산이 급증해 국세청이 공식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 일가가 경제적으로 ‘공생관계’를 맺어 왔는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만일 최씨 일가가 박 대통령의 재산을 함께 관리해 왔다면, 최씨 일가의 국정 농단은 박 대통령의 사익 추구로 해석될 수 있다. 제3자 뇌물죄가 아닌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특검팀은 금융감독원에 최씨 일가 40여 명의 재산내역 및 자금 흐름 조회를 요청했다. 특검팀은 이 중에 박 대통령이 포함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최씨 일가의 부정축재에 대한 수사 역시 박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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