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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깔아놓은 길, 주커버그가 밟고 간다?

점점 확산되는 페이스북 CEO의 현실정치 참여 루머

김회권 기자 ㅣ khg@sisapress.com | 승인 2017.01.05(Thu) 16: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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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주커버그는 매년 연초에 자신이 올해 해야 할 일을 공개했다. ‘365마일 달리기’와 ‘중국어 배우기’, ‘자신의 가정용 인공지능을 구축하기’ 등이다. 일종의 새해맞이 개인과제를 발표하는 셈이다.  

 

과거에는 이런 게 새해다짐이었다. 매년 개인적인 차원에서 자기 자신에게 숙제를 던지던 주커버그였는데, 올해는 조금 다르다. 2017년 과제의 성격은 좀 달랐다. 그가 내놓은 과제는 ‘현실 속에 파고 들어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2017년 말까지 미국 전역을 돌며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주커버그, 올해 개인 과제로 ‘민생 탐방’ 발표

 

“2017년에는 미국 전체를 돌며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생활과 일,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듣고 토론하는 걸 과제로 삼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주커버그는 “최근 세계 각지를 여행하고 많은 도시들을 방문했지만 이번에는 미국을 더 탐구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커버그의 이번 과제의 속뜻은 이렇다.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사람들의 삶에 끼치는 현실을 알고 싶다는 거다. 예를 들어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자동화는 편리성도 높이지만 반대로 누군가의 일을 대체해 실업자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주커버그의 올해 숙제다. 

 

“이 과제를 하기 전에 우리는 역사의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수십 년 동안 발전된 기술과 세계화로 생산성은 향상되고 네트워크는 강화됐다. 다수가 이로운 효과를 얻었지만 반대로 이전보다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들도 많다”고 주커버그는 밝혔다. 

 

페이스북 CEO의 현장 방문은 마치 정치인들의 민생 탐방과 닮았다. 자세를 낮춘 정치인이 전국을 돌며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의견을 교류하는, 그들만의 행사와 닮았다. 그래서일까. 주커버그가 현실 정치에 뛰어들 수도 있다는 소문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커버그의 새해 과제 발표 역시 그런 과정의 하나로 해석되고 있다. 

 

ⓒ AP연합


실제로 주커버그가 2017년 개인 과제를 발표하고 난 뒤 미국 IT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는 이를 정치적 행보로 해석했다. 가디언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경영하면서 동시에 정치 경력을 쌓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논의한 적이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주커버그와 정치. 어울리지 않는 듯한 두 단어지만 따로 놀지 않는다. 주커버그는 2013년 4월11일자 워싱턴포스트에 기고문을 하나 썼다. IT업계 임원들과 함께 이민 제도 개혁 등을 목표로 하는 정치 단체 ‘FWD.us’를 설립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민 제도를 포괄적으로 개혁하고 교육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우수한 인력을 외부에서 수혈해야 하는 실리콘밸리 입장에서는 유연한 이민 제도가 필수적이었다. 그래서 그런 입장을 반영한 단체를 만든 걸로 볼 수 있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법 개혁에 적극적이었지만, 의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이 반대해 법안 통과가 비관적인 상황이었다. 일종의 이익단체가 벌이는 캠페인 정도로 해석될 수도 있었지만, 주커버그와 현실 정치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놓여 있었다.

 

일각에서는 그의 종교관이 최근 변한 점에 주목한다. 현실 정치 참여를 위한 하나의 키워드로 읽기도 한다. 주커버그는 그동안 무신론자였다. 페이스북 프로필에도 ‘무신론자’로 기록돼 있었다. 그런 그가 최근 변심했다. 12월25일 크리스마스를 맞아 메시지를 보낸 주커버그는 “무신론자가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다. 유대인으로 자랐고 여러 생각을 갖게 되는 시기를 거쳤다. 그리고 지금은 종교가 매우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 정치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특히 백악관에 도전하는 정치인들의 종교는 매번 뜨거운 감자였고 때로는 검증의 대상이기도 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미국 최초의 카톨릭 신자였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교황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잠재워야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2012년에 대결했던 미트 롬니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몰몬교도라는 꼬리표 때문에 곤혹스러워 했다.

 

최근 미국 정치의 상황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번만큼 미국 대선이 리얼리티쇼처럼 진행된 적은 없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후보자간 토론회, 그리고 거액의 자금이 투입된 선거 이벤트들, 그 결과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정치 경험이 없던 트럼프가 승리한 결과는 그의 사업가적 경험과 실적이 지지로 연결됐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 Penta Press 연합


트럼프 대선 승리로 주커버그 정치 참여 가능성 높아 

 

트럼프는 자산가의 아들로 큰 고생 없이 아버지대의 영광을 이어받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뉴욕 한복판에 서 있는 트럼프 타워로 대표되는 부(富)의 위력은 누가 봐도 엄청난 힘이었다. 건물 안 유리벽으로 현실 세계와 마주해오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백악관으로 가는 새로운 루트가 뚫렸다. 트럼프가 미국의 미래에 있어서 중요한 선례를 만든 셈이다. 

 

만약 트럼프가 없었다면 주커버그의 경력은 미국의 여타 정치인과 이질적으로 여겨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자수성가한 인물에다 실패와 성공 모두가 세상에 공개돼 왔기 때문에 투명성이 높은 인물로 비춰질 수 있다. 

 

트럼프는 ‘어프렌티스’라는 TV 프로그램을 가졌다. 반면 주커버그는 그의 삶 자체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되고 그를 모델로 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매스컴을 통해 대중에게 소구됐다는 점에서도 비슷한 길을 걷는 셈이다. 트럼프가 막 새로운 길을 뚫은 지금이 어찌보면 주커버그의 현실 정치 참여의 적기일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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