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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일본·유럽도 못하는 ‘윤리적 자라(ZARA)’로 승부수

[신년기획] 세계 최초 의류 생산 플랫폼 만든 김방호 오르그닷 대표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7.01.08(Sun) 11:33:38 | 14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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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그닷(ORGDOT)은 윤리적 패션을 지향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스스로를 ‘윤리적 자라’(ZARA·유명 패스트패션 브랜드)라고 부른다. ‘윤리경영’과 ‘패스트패션’을 결합한 개념이다. 네이버·다음·예스24 등 IT(정보기술) 기업에 다니던 대학 선후배들이 2009년 윤리경영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기업을 세웠을 때 주변 반응은 시큰둥했다. ‘금수저’ 출신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이 ‘도원결의(桃園結義)’를 하게 된 것은 ‘환경’과 ‘공정거래’라는 개념을 의류·패션에 도입하는 것이 기업 경영 측면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연 매출은 1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SK행복나눔재단·미래에셋 등 대기업의 투자도 이끌어 내면서 가능성은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이재웅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가 만든 소셜펀드 ‘소풍’의 투자도 받았다.

 

오르그닷의 사업영역은 친환경 소재로 만드는 단체복과 자체 캐주얼 브랜드 ‘A.F.M’ 판매, ‘디자이너스 앤드 메이커스’(Designers & Makers)라 불리는 패션 생산 플랫폼 등 세 가지다. 이 중 신진 디자이너와 봉제 생산자를 연결하는 패션 생산 플랫폼 사업은 세계 최초다. 김방호 오르그닷 대표는 “10만 명에 달하는 수준급 디자이너와 60만 명의 봉제 인력을 모두 갖춘 것은 우리 패션업의 엄청난 경쟁력”이라면서 “영국·일본·호주 등 해외 봉제 기업과 사회적 기업들의 관심도 높다”고 설명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패션 생산 플랫폼, 단체복, 자체 브랜드 제작 중 매출이 가장 큰 분야는 어디인가.

 

아직까지는 단체복 매출 비중이 가장 크다.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가 친환경 재생 폴리에스터로 만든 ‘그린 유니폼’을 맞춰 입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에는 친환경 유기농 면 캠페인 티셔츠를 납품했다. SPC그룹의 프랜차이즈 ‘쉑쉑버거’에 가면 판매용 아동복이 진열돼 있는데, 이 또한 우리 제품이다. 한국지엠 내 한마음재단에서 만든 유니폼(조끼)도 우리의 재생 폴리에스터로 만들었다.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09년 IT 기업에 다니던 사람들이 모여 ‘돈만 버는 것 말고 의미 있는 것을 하자’는 데서 시작했다.

 

 

IT 기업 출신들이 선택한 종목이 왜 하필 의류였을까.

 

개인적으로 전태일 열사 동생인 전순옥 박사(19대 국회의원·現 소상공인연구원 상임이사)를 잘 안다. 영국에서 공부하신 그분의 조언이 컸다. 솔직히 산업분야에서 생활 오·폐수 배출량은 의류·패션업이 가장 많을 것이다. 더군다나 패션업은 노동력 착취가 심한 편이다.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우리에게는 여러 면에서 적합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규모로 치면 가장 큰 산업은 식품업이고, 그다음이 패션업이다. 종사 인력만 약 60만 명이다. 우리처럼 산업화된 나라에서 이 정도로 패션업 규모가 큰 나라가 없다.

 

 

중국 및 동남아로 상당수 봉제 시스템이 빠져나간 걸로 알고 있었다. 아닌가.

 

이렇게나마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세계 패스트패션의 원조는 ‘동대문’(서울 동대문시장 주변 의류상가 지칭)이라고 생각한다. ‘왕홍(중국 파워 블로거를 지칭)’이라고 아는가? 이들이 동대문에서 사가는 옷이 굉장히 많다. 인스타그램을 이용해 옷을 판다고 들었다. 자라·유니클로 등 패스트패션은 동대문에 옛날부터 있었던 모델이다. 소량으로 만들어 소비자 반응을 살핀 뒤, 괜찮겠다 싶으면 바로 대량으로 찍어내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모든 게 생산처가 바로 붙어 있어 가능했던 거다. 우리가 꿈꾸는 ‘윤리적 자라’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생산 원가를 낮춘다면 이익은 늘어날 텐데, 경영자 입장에서 고민되지 않나.

 

솔직히 고민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건 생산자의 몫을 가져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생산처에서 되레 우리에게 묻는다.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데 왜 그러지 않느냐고 말이다.

 

 

만일 공정 거래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매출이 얼마나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는가.

 

10배 이상은 충분하다. 쥐어짜면 매출은 확실히 는다.

 

 

사업 모델에 대한 외부 평가는 어떤가.

 

2009년 국내에서 열린 ‘소셜벤처 컴페티션’에서 우승해 인도(아시아·태평양 대회)와 미국(세계 대회)에서 열린 대회에까지 참가했다. 당시 우리의 사업 모델은 친환경 의류 생산에 국한돼 있었다.

 

 

생산자와 디자이너를 연결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어떻게 탄생한 건가.

 

전 직장인 네이버에서 맡은 업무가 ‘지식인’ 서비스였다. 플랫폼 비즈니스다. 오르그닷을 세우고 의류산업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너무도 많은 생산자와 너무도 많은 디자이너가 있더라. 그런데 방식은 너무 주먹구구였다. 이 두 가지를 연결해 주면 되겠다 싶어 시작한 거다. 우리가 디자인을 사전에 검사하고, 제품 생산이 가능한지 생산자와 연결해 주면 문턱은 한결 낮아진다.

 

 

플랫폼에 소속된 디자이너는 몇 명인가.

 

약 6000명이다. 좀 더 솔직히 하면 6000개 브랜드다. 원래 판매까지 생각했는데, 관리 비용이 너무 힘들어 판매는 디자이너가 직접 맡고 있다.

 

 

이런 생산 시스템이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다고 들었다.

 

디자인과 생산 규모가 받쳐주니 가능한 거다. 미국·중국 기업으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는다. 2년 전 호주 기업과 1억원 규모로 거래해 봤다. 호주에서 디자인을 보내면 우리가 만들어 보내주는 구조였다. 얼마 전 스코틀랜드에 가서 우리와 유사한 방식의 ‘메이크 어스’(Make us)라는 업체를 만나봤는데, ‘소량 주문, 소량 생산’이었다. 주문량이 10장 내외였다. 우리랑은 급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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