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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한반도 진출 ‘포석’ 놓는 일본

‘박근혜 탄핵 정국’에도 한반도 상륙 근거 만들려는 일본의 야욕

이규석 일본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07(Sat) 10:44:08 | 14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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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관저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마른침을 삼키며 지켜보고 있다. 한국의 형세에 따라서는 반일 감정이 격화해 아베 정권이 어려운 상황에 몰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12월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탄핵 정국은 외교에 있어서는 물론 안전 보장과 경제 분야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한·일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일본이 의장국이 돼 12월19~20일 도쿄에서 개최하기로 돼 있던 한·중·일 서밋(정상회담)이 무산됐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2016년 12월13일 기자회견에서 “2017년 적당한 시기에 한·중·일 정상회담을 다시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탄핵 정국 등 한국의 제반 사정이 녹록지 않아 회담이 개최될지는 미지수다.

 

일본이 ‘한반도 진출’을 가능케 하는 여러 포석을 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6년 10월23일 도쿄 네리마(練馬)구 아사카(朝霞) 주둔지에서 육상자위대를 사열하고 있다. © AP 연합


日, 북핵 도발로 사드 배치 계획 앞당겨

 

탄핵 정국을 맞이한 한국 사회 일각에선 2015년 말 타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가 ‘무효’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2016년 11월23일 한·일 간에 최종 서명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대해서도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또 야권에서는 중국의 제재와 압박을 이유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으로선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일본도 사드 도입을 위해 11월말부터 구체적인 검토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은 중기(中期)방위력정비계획에 따라 2019~2023년에 사드를 본격 배치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2016년 들어 빈번해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인해 배치 계획을 앞당기게 됐다.

 

일본은 기존의 SM3나 PAC3보다는 요격기능을 더욱 강화시킨 사드를 본격 배치하는 방위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북한에서 날아오는 모든 미사일을 요격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원점(지점)에 대한 정밀타격도 가능하게 한다는 게 일본 방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일본이 조기에 사드 기지를 운용하게 되면, 일본의 미사일방어(MD)체계는 확장·확충될 것이다. 미·일 협력하에서 일본의 MD체계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일본은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따를 경우, 미·일의 MD체계에 편입되면서 한·미·일 군사협력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 기대를 걸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는 여전한 상황이다. 여기에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이 경제와 군사, 문화콘텐츠 영역에서 가시적인 압력을 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상황을 바라보는 일본도 좌불안석이다. 일본 정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와 2016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한반도 사드 배치 등의 존속과 이행을 바라면서도 그저 ‘속수무책’으로 한국의 불안정한 정세를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 숙영지 공동방호, 한반도 상륙 가능

 

한편 일본 자위대는 2016년 12월부터 남(南)수단에서 ‘출동경호’를 실시하고 있다. 자위대는 유엔 직원이나 NGO 직원, 일본인 등이 해외 분쟁지역이나 전쟁터에서 무력집단에 의해 공격이나 학대를 받을 때 현장으로 급히 출동해 각종 무기를 사용해 그들을 구해내는 새로운 특수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이 출동경호를 빌미로 유사시에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북한군이 남한으로 치고 내려와 전쟁을 일으킨다면 한국에 살고 있는 수많은 일본인들을 구출해 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한국 측의 동의나 허가 없이는 한반도와 근해에 발도 못 붙였던 자위대였지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체결로 법률상의 근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일본 측은 한국의 ‘허가’ 대신 ‘협의’만으로도 한반도에 들어와 일본인들을 구조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역사문제 등으로 얽힌 첨예한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수정하거나 추가협상이나 재협상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한국 내 일각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또 일본 자위대는 2016년 12월부터 분쟁·전쟁 지역에서 각국의 지원군 부대들이 숙영(宿營)하고 있는 유엔 숙영지가 적군이나 폭도 등으로부터 습격당했을 때 타국 군대와 협력해 그들을 격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새 임무인 ‘숙영지 공동방호’도 실시할 수 있게 됐다. 유사시 북한군이 남한으로 밀고 내려온다면 유엔은 한국 땅에 숙영지를 지정할 수 있다. 각국의 지원부대가 유엔 결의로 정해진 숙영지에 머물게 될 것이고 미국은 우선 가까이 있는 주일미군부터 투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주일미군을 따라 일본 자위대도 한국에 상륙해 숙영지에 숙영하며 미군과는 긴밀한 공동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유엔 규정에 의거한 것이므로 별다른 하자가 없어 보인다는 견해가 있다. 이를테면 자위대의 출동경호와 유엔 숙영지 공동방호는 일본이 한반도에 상륙해 활동할 수 있는 묘수가 되는 셈이다.

 

내친김에 일본은 한반도 진출을 위한 법적 근거를 더욱 튼튼히 하기 위해 조만간 한국 측과 또 하나의 협정을 체결하려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 바로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이다. 이명박 정권 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동시에 추진하다가 2012년 6월에 결렬된 협정으로, 일본 측은 이 군사협정까지 체결해 한·일 안보협력의 ‘화룡점정’을 찍으려는 눈치를 내비치고 있다.

결국 일본의 한반도 진출 시나리오는, 한·일 위안부 합의와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출동경호, 유엔 숙영지 공동방호, ACSA 등으로 짜이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한반도로 통할 수 있는 ‘비밀의 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국민적 지지와 정당성을 잃은 박근혜 정권하에서 추진·실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효력이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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