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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허은오 작가 “절대 손에서 붓을 놓지 않으려 한다”

10번째 개인전 여는 허은오 작가의 왕성한 작품활동…동양화 바탕 위에 서양화 기법 접목, 미술계 주목

감명국 기자 ㅣ kham@sisapress.com | 승인 2017.01.10(Tue) 09:08:21 | 14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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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만 해도 주변에선 다들 의아해했다. 한국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작품활동을 펼치던 동양화가가 돌연 미국 유학을 선택한 것이다. 동양화가 허은오 작가는 뉴욕에 5년 동안 머물며, 미국 미술 사립명문대인 RIT(Rochester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Fine Arts’(순수미술)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양에서 온 한 여성의 도전은 뉴욕 미술계에서도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처음엔 조용하고 정적인 분위기의 동양화가 내 성격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한 10년 정도 열심히 동양화 작품활동을 하다 보니 왠지 뭔가에 좀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행을 비교적 자주 하는 편인데, 기분전환을 위해 뉴욕으로 여행을 떠났다. 거기서 어떤 영감 같은 걸 얻었다. ‘이곳에서 다시 한 번 그림을 공부해 보자’ 싶었다. 바로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허은오 작가 © 시사저널 임준선


동양화가가 뉴욕 미대 유학을 선택한 까닭

 

동양화에 대한 한계는 아니라고 했다. 허 작가는 지금도 본인 작품의 근원은 동양화임을 분명히 한다. 다만 동양화를 바탕으로 뭔가를 더 가미해 보고 싶었노라고 했다.

 

“뉴욕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학사 과정인 현지 학생들을 내가 가르치기도 했다. 그들에게 동양화는 매우 신비롭게 다가왔던 듯하다. 먹과 물을 사용해 검은색과 흰색으로 이뤄지는 그림. 화선지 자체를 그들은 다뤄보지 않았으니까. 내 강의에 상당한 관심을 표명했다.”

허은오 작가는 2006년 자신의 첫 개인전을 열었다. 대학(숙명여대 회화과)을 졸업한 이듬해였다. 보통 작가들에 비해 데뷔가 빠른 편이었다. 당시에도 그의 화풍은 전통 동양화와는 다소 달랐다. 화선지보다는 캔버스를, 물보다는 오일을, 흑백보다는 컬러를 선호했다. 필법과 소재는 동양화에 기초하지만, 재료는 서양화 기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른바 동양화 바탕에 서양화 기법을 접목한 퓨전식인 셈이다. 어찌 보면 그가 한국에서의 작품활동에 대해 뭔가 갑갑함을 느낀 것도 이런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과 창작 욕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뉴욕으로 가면서 매체 실험을 많이 했다. 동서양을 접목시키고 싶어서 캔버스랑 한지(韓紙)를 같이 쓰기도 했다. 동양화는 주로 물을 많이 쓴다. 화선지에 먹물을 번지게 하는 것인데, 서양화의 유화 기법과 동양화의 선염 기법을 접목해서 유화에 선염 기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뉴욕에 머무는 5년 동안에도 현지에서 세 차례나 전시회를 가졌다. 그는 최대한 서양화에 가까운 작품을 선보였음에도 미 현지의 반응은 “동양화의 신비로움이 느껴진다”는 평이었다. 그는 “동양화 기풍이어서 미국에서 관심을 더 받은 측면도 있었다. 유화를 많이 썼음에도 동양화 작가냐고 많이들 물어보셨다”고 말했다.

 

 

“개인전, 1년에 한 번씩은 하겠다는 다짐”

 

허 작가는 1월11일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에서 자신의 10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주제는 ‘고요함이 필요한 시간’이다. 미술평론가인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허 작가의 이번 전시회에 대해 “유화로 그려진 전통화이자 실제와 가상이 뒤섞인 그림이고, 편집에 의한 구성이며,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짙게 우려내면서 유토피아적 풍경화의 계보를 잇고 있다”고 평했다. 주목되는 건 허 작가의 왕성한 작품활동이다. 석·박사 과정을 밟으면서도 거의 매년 개인전을 가지기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개인전을 다른 작가들에 비하면 많이 한 편인 건 사실이다. 그냥 내 스스로의 다짐이다.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로서, 1년에 한 번씩은 하겠다는. 작품활동과 강의를 병행하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우선순위는 작품활동이다. 박사 계획은 없었는데, 미국에 다녀와서 오히려 공부의 필요성을 더 느껴 국내에서 다시 박사 과정(숙명여대 대학원)을 밟고 있다. 강의 때 항상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다. ‘다른 일과 병행하더라도 절대 손에서 작품을 놓지는 마라.’ 붓이란 게 한번 놓으면 다시 잡기가 힘들다. 실제 작품활동을 몇 달 쉬면 다시 붓을 잡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허은오 작가는 현재 모교인 숙명여대를 비롯해 전북대와 군산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강의를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작품활동을 하다 보면 더 공부해야 될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따라온 게 강의”라고 말했다. 동양화에 서양화를 접목한 그의 화풍은 젊은 학생들에게도 상당한 관심의 대상이자 롤모델이 된다. “분명한 건 동양화과 학생으로서 먼저 동양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기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통 동양화를 먼저 가르치고 난 뒤, 그 바탕에서 내 경험을 들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허 작가는 아트페어 참가 경험도 매우 많은 편이다. 최근 작가들의 추세가 개인전 못지않게 아트페어를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다. 아트페어란 여러 작가들이 참여해서 자신의 작품을 출품하고, 출품된 그림을 팔고 사는 시장이 중시되는 전시회이기 때문에 작품성 위주의 개인전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하지만 또 그만한 명성이 뒷받침돼야 아트페어에 초대받을 수 있기도 하다. 그는 “지금껏 아트페어에는 17번 정도 참가했다. 아트페어에는 보통 한 작가당 그림 3~4개 정도를 걸 수 있는데, 아무래도 상업적이다 보니까 관람자들의 선호도를 많이 고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작가에게 있어서 그림 판매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는 게, 작품활동에 전념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허 작가는 지금까지는 순탄한 편이었다. 뉴욕 전시회에서는 전시작품이 ‘솔드아웃’(매진) 된 적도 있다. 그래도 최근 국내의 미술작품을 대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

 

“한국의 경우, 그림을 예술품이 아닌 자산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그림에 대한 호감보다 그 그림을 그린 작가의 프로필을 더 중시한다. 미국에선 자신의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으면 평판이나 작가의 이력과 상관없이 기꺼이 지갑을 연다. 하지만 비정상적일 정도로 가격이 높지도 않다. 정말 그 작품이 좋아서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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