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시사저널

노인들이 생각하는 18세 선거권 “공부할 나이에 선거는…”

탑골공원에서 ‘18세 선거권’ 물어보니…“선동 당한다” 반응도

조문희 인턴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12(Thu) 10:26:03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link

“선거 연령을 낮추자는 건 미친놈들이 하는 소리야. 대통령 되고 싶어서 헛소리 하는 거지. 애들은 선동당하는 거야.”

 

1월11일 오전,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을 찾았다. 영하 9.4도. 새해 들어 가장 추운 아침을 맞은 이 날, 검은색 털모자를 걸친 유아무개씨(85)는 부르튼 입술로 ‘선거권 18세 하향’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사람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학생들은 공부가 본분”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현재 야권을 중심으로 선거 연령을 하향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선거 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의결됐지만, 새누리당이 개정안 처리를 거부하면서 관련 논의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찬반양론도 거세다. 리얼미터가 1월4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데 ‘찬성한다’는 응답은 46.0%, ‘반대한다’는 응답은 48.1%로 조사됐다. 그 중 60대 이상은 70.7%가 반대해 유독 선거연령 하향에 부정적인 의사를 표시했다.

 

그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만 18세 청년들이 선거권을 가지는 것에 대해 노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날 탑골공원을 찾은 이유다.

 

ⓒ 시사저널 포토


“고3은 공부할 나이” “사리 판단 안 돼”

 

이곳에서 만난 대부분의 노인들은 ‘18세는 너무 어린 나이’라고 여겼다. 만 18세는 그들에게 ‘공부를 할 때’지 ‘정치에 참여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탑골공원 안 정자에 앉아 있던 한아무개씨(70대)는 “18세는 공부할 때가 아니냐”며 “고3은 할 일이 많은데 나라 일까지 신경 써서 되겠냐”며 고개를 저었다. 

 

익명을 요구한 A씨(85)는 “나라가 안팎으로 어지러운 때”라며 “이런 때일수록 경험을 많이 쌓은 어른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들이 이런 걸 알겠나” “말도 안되는 소리다”라며 격앙된 반응도 보인 이들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만 18세는 공부만 해야 될 나이는 아니다. 법적으로 공무담임, 혼인, 면허 취득 등이 가능하고 병역과 납세의 의무를 진다. 18세 선거권 찬성 측은 ‘의무와 권리를 동시에 갖춰야 한다’며 이들의 선거권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백아무개씨(80)는 “권리랑 선거는 별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 권리가 있다고 해도 그 나이 때 애들이 어리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사리 판단이 안 되는 애들이라 선거에서 답 없는 사람을 뽑을 수 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색깔론’은 여전히 이 세대를 관통하는 담론이었다. 노인들에게 만 18세 청년들은 ‘종북 좌파’ 세력에 선동 당할 수도 있는 ‘애들’이었다. 촛불집회를 부정적으로 보는 일부 노인들은 광화문에 몰려나온 청년들을 ‘의식이 있어서’가 아닌 ‘주변에 휩쓸려서 나온’ 수동적인 존재로 바라봤다.

 

탑골공원 입구에서 만난 이아무개씨(76)는 기자의 질문에 지팡이부터 들어 올리며 목소리가 커졌다. “애들은 정치가 뭔지 잘 모른다. 애들을 끌어들이는 건 야권의 노림수다. 맹목적인 아이들이 좌파 세력에 놀아나선 안 된다”면서 “학생들은 공부나 하라”는 당부로 말을 끝맺었다.

 

 

“우리보다 낫다” “미래는 아이들이 이끌어 나가야”

 

선거 연령을 낮추는데 모든 노인이 고개를 끄덕거리진 않았다. ‘요즘 애들이 노인보다 낫다’고 말한 소수의견도 있었지만 그들의 말에 주변 노인들은 질타를 보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B씨(72)는 “노인들의 생각은 구닥다리다. 요즘 애들이 우리보다 생각이 바르다”고 말하며 “아이들이 미래를 설계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돌담에 앉아 있던 이아무개씨(85) 역시 “요즘 애들은 배운 게 많아서 영리하다”며 “옛날하고 지금을 비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외국에선 18세가 다 선거권 가지고 있지 않냐. 우리 아이들도 못할 게 뭐가 있냐”는 그의 말은 사실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4개국 중 폴란드와 한국만 유일하게 선거 연령을 19세로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 32개국은 18세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link

TOP STORIES

사회 2017.04.25 Tue
문화예술인들의 대선 후보 지지, 블랙리스트가 발목 잡나
ECONOMY > IT 2017.04.25 Tue
아이폰8을 기다리는 이들은 안타깝다
사회 2017.04.25 Tue
[단독] “승무원 채용대행은 사실상 채용장사다”
정치 2017.04.25 Tue
문재인 “북핵 폐기 한반도 평화 위해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
한반도 > 연재 > 이영종의 평양인사이트 2017.04.25 Tue
北, 대선 개입 노골화…약발은 ‘글쎄’
국제 2017.04.25 Tue
39살 ‘미확인 정치물체’가 프랑스에 뜨다
정치 2017.04.25 Tue
[Today] 이번엔 ‘법인차 개인사용’ 논란 휩싸인 문재인
사회 2017.04.25 Tue
“김성주 총재, 내부 비리 일벌백계한다더니…”
OPINION 2017.04.25 화
[한강로에서] LA서 보니 사람이 경쟁력
LIFE > 연재 > Health > 김철수 원장의 건강Q&A 2017.04.25 화
“우리 아버지 아직 말짱해요”
정치 2017.04.25 화
‘2040’ vs ‘5060’ 투표율이 당락 가른다
정치 2017.04.24 월
북핵 문제에 함몰된 대선 주자들, 한∙일 문제에는 ‘답답’
LIFE > Culture 2017.04.24 월
거대 블랙홀 포착할까
정치 2017.04.24 월
“당신에게 맞는 대선 후보는 ○○○입니다.”
정치 2017.04.24 월
막장으로 치닫는 ‘洪의 막말’
갤러리 > 포토뉴스 2017.04.24 월
‘한 명이라도 더’ 바쁜 발걸음
LIFE > Health 2017.04.24 월
GMO에 대한 전문가와 소비자의 온도 차이
LIFE > Culture 2017.04.24 월
방송사 아닌 PD 중심 드라마 업계 패러다임 바꿔라
정치 2017.04.24 월
[Today] ‘갑철수’와 ‘MB아바타’만 기억된 TV토론회
정치 2017.04.24 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리스트 더보기
Welcome

SNS 로그인

facebook 로그인 naver 로그인
기존 회원 비밀번호 재발급
비밀번호 재발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