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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김광석을 죽였을까’

김광석 죽음 다룬 다큐 영화 《일어나 김광석》 “영화 관계자들이 배급 고사” 개봉 안 돼

나원정 매거진M 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15(Sun) 08:42:18 | 14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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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세 살. 대표곡 《서른 즈음에》 제목처럼 세상을 떠난 고(故) 김광석. 사인(死因)은 자살로 알려졌다. 집에서 아내와 맥주를 마시고 싸우다가 전선으로 목을 감아 자살했다는 것이다. 의혹은 부풀어 올랐다. 끊임없이 타살설이 제기됐다. 그리고 김광석이 사망한 1996년 1월6일로부터 20년이 흐른 지난 2016년, 자신의 죽음을 파헤친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는 또 한 번 세상에 회자됐다.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가 감독한 다큐멘터리 영화 《일어나 김광석》 얘기다. ‘81분짜리 충격 영상’이란 후기가 떠돈다. 지난해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먼저 설명을 곁들이자면, 이상호 기자가 다큐멘터리를 감독한 건 두 번째다. 그는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안해룡 감독과 공동 연출했다. 당시 진도 팽목항 참사에서 해경과 정부, 언론이 벌이는 요지경 같은 일들을 그가 직접 쫓은 이 다큐멘터리는,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가 이 작품의 상영을 취소해 달라는 부산시 요구에 영화제 측이 응하지 않으면서 지난해까지 끌어온 양측의 지난한 갈등의 원인이 됐다. 이후 감사원 감사,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한 정부 국비 예산 대폭 축소 등 3년에 걸쳐 부산국제영화제가 겪은 압박과 시련은 시시각각 그 제목이 바뀌었지만,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보복성 ‘흔들기’라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었다. 그만큼, 참사 바로 그해 현장에서 갓 포착한 화면들은 무조건 정권의 위협이 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2016년 12월13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청광사에서 1996년 1월6일 세상을 떠난 故 김광석의 기일(음력 11월15일) 추도식이 열렸다. © 연합뉴스


“20년 동안 취재한 영상으로 김광석 죽음의 ‘충격적’ 비밀을 추적”

하려는 얘기는, 《일어나 김광석》이 김광석의 사망 20주기에 맞춰 기획된 영화라는 것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이어, 같은 달 열린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시기가 딱 떨어진 만큼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영화제에서 이를 본 관객들 사이에선 제법 진득하게 입소문을 탔다. 온라인 김광석 추모 카페 ‘김광석 매니아’에 한 팬(어떤구름)은 “상당한 충격과 경악을 경험했다. 영화 제목이 ‘곡성2’ 정도여야 하지 않을까”라는 글을 남겼다. 알다시피 《곡성》은 어느 시골의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에 무당과 굿판, 좀비까지 끌어들인 수수께끼 가득한 스릴러였다. 《일어나 김광석》의 강도를 짐작할 만하다.

《일어나 김광석》은 가수 김광석의 ‘타살설’을 사망 당일로부터 본격적으로 파고든다. 당시 MBC 소속이었던 이상호 기자는 사망 당일 김광석의 자택을 찾은 취재진 중 하나였다. 지난해 고발뉴스를 통해 이 기자는 직접 이 다큐멘터리의 영화제 초청 소식을 알리며, “20년 동안 취재한 영상으로 김광석 죽음의 ‘충격적’ 비밀을 추적했다”고 했다. “사망조사가 불철저했다”는 믿음에 따라 당시 찍은 취재기록들을 국내 1호 프로파일러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 등 전문가에게 재검토하게 했다. 자그마치 20년이다. 이미 공소시효가 다한 사건이지만, “언론에는 공소시효가 없으니까.”

의문의 시작은 사건 당일 진술들의 불일치였다. 취재를 위해 당시 영안실을 찾은 이상호 기자는 김광석의 장모를 먼저 만났다. 그런데 이후 아내 서씨의 진술은 엇갈렸다. 어머니에게 “거실에서 소리가 나서 나갔다”던 서씨는 이후 두 차례의 경찰 조사에서도 진술을 계속 번복했다. 결국 자살로 판명 나, 이 기자 역시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때 라디오에서 김광석의 노래가 들려왔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그 순간 “날 야단치는 것 같았고, 미안해졌다”고 털어놨다.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가 감독한 다큐멘터리 영화 《일어나 김광석》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가 감독한 다큐멘터리 영화 《일어나 김광석》


이상호 기자 “김광석은 자살 아니다”

이 영화는 김광석의 사망 즈음 서씨가 이혼을 결심했다는 주변 증언과 남편 사후 서씨에게 돌아간 10억원짜리 건물과 100억원대 저작권 수입에 주목했다. 그러나 취재는 녹록지 않았다. 김광석의 지인들은 “명예롭게 결단한 고인을 욕보이지 말라”고 그를 질타했다. 그러나 차츰 제보와 지지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김광석 재수사팀이 꾸려졌고, 서씨 인터뷰 내용이 거짓말 탐지기로 ‘거짓’이란 판명도 나왔다. 그러나 전혀 다른 사건으로 담당 검사가 구속되면서, 재수사팀은 해체되고 말았다. MBC 방송국 내부 사태가 악화되면서, 취재는 갈수록 어려워졌다. 《일어나 김광석》은 김광석이 사망한 날, 같은 건물에 있었던 서씨 오빠에게 위험한 전과가 있었다고 언급한다. 경찰 라인을 통해 사건을 묻으려는 로비가 있었다고도 주장한다. 이미 팬들 사이에서 알려졌거나, 비교적 새로운 사실들이다. 그러나 이 영화 역시 완전한 결론을 내리진 못한다. 여러 인터뷰에서 이상호 기자는 “뉴스나 보고서처럼 밑줄 쳐 얘기하진 않았지만, 타살설을 뒷받침할 만한 팩트는 담았다”며 “적어도 자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일어나 김광석》이 극장가에서 공식 개봉한다는 고지는 없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 당시 극장을 찾은 이상호 기자는 관객들과의 대화에서 “영화 관계자들이 배급을 고사하고 있다”고 호소하며 후속편 계획을 알렸다. “계속해서 취재할 테니, 끝까지 진실을 목격해 달라”고 말이다.

《일어나 김광석》이 아닌 다른 한국영화에서도 김광석 명곡이 이따금 들려왔다. 손예진·조승우·조인성 주연 멜로영화 《클래식》에선 친구의 연애편지를 대필해 주던 남자가 상대 여성을 사랑하고 마는 가슴 시린 이야기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가사와 선율에 고스란히 실려 왔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는 《부치지 않은 편지》와 《이등병의 편지》가 수록되며 2000년 개봉 당시 새삼 유행하기도 했다. 극 중에는 이런 대사도 나온다. 남한군 병장 이수혁(이병헌)에게 북한군 중사 오중필(송강호)이 묻는다. “광석이는 왜 죽었다니?” 참고로, 《일어나 김광석》의 영어 제목도 비슷하다. ‘Who Killed Kim Kwang-seok?’ ‘누가 김광석을 죽였을까’라는 뜻이다. 언제쯤이면 그 시원스러운 답변을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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