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판 넥센 히어로즈 꿈꾸는 강원FC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12 15:50
  • 호수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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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룡 대표의 강원FC, 그라운드 뒤흔드는 혁명 일으킬까

프로축구 K리그의 강원FC는 만년 하위권 팀이다. 2009년부터 K리그에 참가한 강원은 1부 리그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 12위였다. 2011년에는 최하위를 경험했고,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에는 2부 리그로 추락했다. 2009년 상반기에 창단 효과를 등에 업고 잠시 평균 관중 1위에 올랐지만 그 뒤에는 흥행 역시 부진의 연속이었다. 6만8000여 명의 도민 주주가 창단에 힘을 보태 탄생했지만 자금력에서 기업이나 타 광역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시·도민구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위대한 결합(Great Union)’을 팀 모토로 내세웠으나 부진한 성적, 매년 약해지는 선수단, 각종 내부 비리로 강원 도민들의 차가운 무관심에 직면했다.

 

그런 강원FC가 올겨울 오프시즌의 뉴스를 이끌고 있다. 강원FC가 이적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전 국가대표 공격수 이근호를 영입하며 모두를 놀라게 하더니, 오범석·김경중·김승용·이범영·황진성·문창진 등 국내외에서 뛰던 유명 선수를 차례로 쓸어 모았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MVP와 득점왕을 차지해 화려하게 부활한 ‘골잡이’ 정조국까지 광주FC에서 데려오며 화룡점정에 성공했다.

 

강원FC 정조국(왼쪽)과 이근호, 맨 오른쪽은 조태룡 대표이사 © 연합뉴스·시사저널 임준선


야구에서 축구로 옮겨진 조태룡의 도전

 

두 가지 계기가 강원FC를 바꿨다. 하나는 1부 리그인 K리그 클래식으로의 승격이다. 3년간 2부 리그인 K리그 챌린지에 머물렀던 강원FC는 지난 시즌 극적으로 승격에 성공했다. K리그 챌린지 4위로 플레이오프를 차례차례 돌파했고,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는 1부 리그 우승 7회에 빛나는 명가 성남FC를 꺾었다. 하지만 승격이 전부가 아니었다. 현재 강원FC의 스쿼드는 K리그 클래식 6위 이상에게 주어지는 상위 스플릿을 넘어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리그 3위 이상 혹은 FA컵 우승 시) 획득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런 극적인 변화를 이끈 진짜 계기는 지난해 3월 부임한 조태룡 대표이사의 존재다.

 

조태룡 대표는 프로야구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였다. 보험 업계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2009년 대학동기인 이장석 현 넥센 히어로즈 대표와 함께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하며 스포츠에 뛰어들었다. 기업에 명칭권을 팔고 100여 개 스폰서를 끌어들이는 인상적인 영업전략의 중심에 조태룡 단장이 있었다. 넥센 히어로즈의 성공은 모기업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성적을 내는 데만 집중하던 프로스포츠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태룡 단장은 2016년 초 강원FC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강원FC 구단주인 최문순 강원지사의 적극적인 러브콜이 그를 새로운 무대 도전으로 이끌었다. 프로야구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은 프로축구, 팬 층이 될 인구수와 스폰서로 참여할 향토 기업이 적은 강원도를 연고로 하는 2부 리그 팀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는 도전을 받아들였다.

 

조태룡 대표는 2016년 여름부터 인상적인 행보를 보였다. K리그 클래식 선두를 달리던 전북 현대의 외국인 선수 루이스를 과감히 영입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키점프 종목이 열리는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를 새로운 홈구장으로 활용하는 파격적인 시도도 했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 후 최대 숙제인 시설 활용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시즌 종료 후에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선수 영입에는 단순한 전력 보강 이상의 전략이 깔려 있다. 이근호·정조국 등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선수를 영입한 것은 팬들과 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 강원FC는 다시 강등이 유력한 최하위권 팀에서 리그 상위권에 도전할 다크호스로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했다. 조태룡 대표는 “선수와 협상을 마치면 늦은 밤까지 홍보팀과 머리를 맞대 보도자료를 준비했다. 표현 하나까지 깊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혁명과 도박 사이, 패러다임을 바꿔라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강원FC의 이런 행보를 극찬했다. 그는 “다음 시즌은 강원이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 기업구단조차도 투자에 주저하는 현재 K리그 상황에서 강원FC의 과감한 도전은 박수를 받아야 한다. 이런 시도가 성공을 해야 K리그가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갓 승격한 팀으로의 이적이라는 뜻밖의 선택을 한 이근호와 정조국은 “대표님이 직접 강원FC의 비전과 구상을 소개하며 설득해 줬다. 주변에서는 우려도 했지만 잘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여기에 왔다”라며 새 도전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강원FC의 도전은 단순히 신선한 충격을 주는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다. 시·도민구단이 연봉 수억원의 선수를 데려오고 성적과 흥행을 모두 잡는 패러다임의 변화로 판 자체를 흔드는 것이 진짜 목표다.

 

이제 강원FC와 조태룡 대표는 자신들이 선포한 혁명을 위한 현실적 과제를 달성해야 한다. 바로 자금 조달이다. 2017년 강원FC에 필요한 최소 예산은 150억원이다. 올 시즌 선수단에 드는 인건비만 80억원에 달한다. 2016시즌 전북 현대가 146억원, FC서울이 89억원을 선수단 인건비로 썼다. 강원FC는 단숨에 리그 3위 규모의 선수 연봉을 감당하게 됐다. 지난 시즌 강원FC가 K리그 챌린지에서 쓴 선수단 인건비는 22억원이었고, 전체 예산은 65억원이었다. 올 시즌 선수단 인건비만으로도 지난 시즌 예산을 넘어섰다.

 

강원FC는 축구판 넥센 히어로즈가 될 수 있을까. 넥센 히어로즈는 모기업의 지원 없이도 팀을 운영할 수 있는 자생력을 지닌 유일한 프로스포츠 구단이다. 총 관중 800만 명을 돌파한 프로야구와 달리 200만 명 돌파에 연거푸 실패하며 제자리걸음인 프로축구로서는 조태룡 대표의 도전이 신선한 자극제다. 프로야구에서 이단아로 시작해 혁명아가 됐던 그는 1월5일 시무식에서 “시즌이 끝난 뒤 화폐로써 평가받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혁명과 도박 사이에 선 강원FC와 조태룡 대표의 도전은 2017시즌 K리그의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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