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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락의 풍수미학] 해남 천년고찰 대흥사의 터

땅끝기맥 흐르는 해남의 명당길지…한국불교의 종통 이어와

박재락 국풍환경설계연구소장·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14(Sat) 11: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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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을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의 용맥중에서 최남단으로 이어진 해남의 땅끝기맥을 주시해봤다. 한반도의 시작과 끝을 맺고 있는 산줄기이자, 풍수지리적으로도 이곳을 타고 흐르는 용맥은 큰 역량을 품고 있기 곳이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용맥들은 백두산을 근간으로 뻗어 내린 백두대간맥이다. 백두대간맥은 북에서 남으로 행룡하면서 12정맥(正脈:관북·관서·청천·해서·예성·한북·낙동·호서·한남·호남·금강·낙남)과 13기맥(岐脈:온성·정진·중강·장자·대령·남강·장산·한강·금북·금남·영산·땅끝·진양), 그리고 수많은 지맥(枝脈)들을 형성한다. 한반도의 65%가 산으로 형성된 것은 바로 이러한 백두대간의 역량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집안도 조상에 의해 가문을 형성하듯이, 산 역시 근간을 이루는 용맥들로 구성돼 각처에 자리 잡고 있다.

 

해남 두륜산 대흥사 ⓒ 연합뉴스


산들은 각각의 역량을 품고 있다. 예를 들면 입향조에 의해 처음 터를 잡은 곳에서 출중한 인물들이 탄생하고 대대로 후손들이 이어져 훌륭한 가문을 형성하면 그곳은 ‘생기 터’가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많은 사찰 중에서 천년고찰로 남아 있는 곳은 개산조(開山祖:절을 처음으로 창건한 스님) 스님에 의해 좋은 터를 잡은 곳이다. 

 

특히 호남정맥은 백두대간의 영취봉(1,076m)에서 분맥해 두 기맥을 품고 있는데 영산기맥과 땅끝기맥이다. 영산기맥은 정읍 내장산(764m) 신선봉에서 고창-영광-함평-무안을 거쳐 목포 유달산으로 이어져 멈춘다. 땅끝기맥은 영암의 월출산(813m), 해남의 두륜산(700m)과 달마산(500m)을 거친 뒤 땅끝 사자봉에 멈춰 선 산줄기를 말한다. 땅끝지맥은 우리나라 최남단 끝자락인 해남(海南)을 만들면서 도처에다 명당 터를 남겨 놓았다. 명당으로는 특히 해남의 고산 생가지와 두륜산자락의 대흥사(大興寺)를 들 수 있다. 

 

필자는 두 곳을 양택지와 도량처로써 현존하고 있는 명당길지 터라 판단했다. 지난 연말엔 먼저 땅끝기맥의 덕음산을 의지하면서 조선조 훌륭한 가문을 형성한 ‘고산 윤선도 생가지’를 분석해봤다(2016년 12월28일 박재락의 풍수미학 ‘부와 발복 원한다면 땅 끝에서 신년 일출을 보라’ 참조). 그리고 이번엔 두륜산을 의지한 천년 도량처인 대흥사 터를 살펴봤다. 과연 어떠한 곳에 입지했기에 지금껏 현존하고 있을까. 

 

지금의 대흥사는 서산대사께서 “전쟁과 삼재가 미치지 못해 만년동안 훼손되지 않는 터”라 하면서 그의 의발(衣鉢)을 보관해 둔 것으로 전해지는 도량이다. 이곳 대흥사의 입지가 안전하고 온화한 지기가 머문 곳이라는 뜻이다. 살펴보면 대흥사의 주산은 두륜산이다. 이곳에서 좌우로 활짝 개장한 용맥에 의해 봉우리들이 기봉했다. 먼저 좌선용맥은 동방엔 두륜봉, 남방엔 연화봉, 서방엔 혈망봉을 세웠고, 우선지맥은 동북방엔 고계봉과 서북방엔 향로봉을 세웠다. 대흥사의 터는 마치 꽃잎이 겹겹이 둘러싸인 혈심에 위치한 모란반개형의 터다. 반개형은 지속적으로 발전이 이어지는 형국을 말한다. 만개가 돼 기우는 것이 아닌, 반개 상태로 계속 채워지는 형국이다.

 

ⓒ 박재락 제공


또한 대흥사는 한국불교의 종통이 이어지는 곳이다. 풍담(風潭)스님으로부터 초의(草衣)스님에 이르기까지 13분의 대종사(大宗師)가 배출된 곳이며, 13분의 대강사(大講師)가 배출됐다. 이러한 터는 지기가 큰 역량이 분출되는 곳이다. 반드시 스님의 사리를 모신 부도탑이 좋은 터에 모셔져야 한다. 절의 첫 출입구인 일주문을 지나면 바로 우측 산자락을 의지한 곳에 부도탑들을 조성해 놓았다. 부도탑이 있는 공간은 절의 초입인 일주문 안으로 들어와 배치돼 있다. 서쪽 봉우리인 혈망봉을 의지해 그곳에서 뻗어 내린 중심룡맥이 내려오다가 내수인 대흥사천과 마주하면서 혈처를 이룬 곳에 터를 이룬 것이다. 이 터가 의지한 혈망봉의 지기는 좋은 터를 바라보는 것을 상징하는 기를 머금고 있다. 서방위는 불교의 서방인 극락정토세계를 상징하는 곳이다. 큰스님들의 사리가 이곳에 보존돼 있다. 출입구를 통해 방문하는 불자님들을 제일 먼저 만나는 공간이다. 또 거주하는 스님들에게 정신적 지주로써 계속적인 동기감응을 보내줄 수 있는 터에 자리하고 있다.

 

다음 해탈문을 들어서면 마주한 두륜산을 중심으로 좌측의 두륜봉과 우측의 고계봉이 있다. 이러한 산봉우리는 와불 형상을 하고 있다. 즉 부처가 누워있는 형상이 마치 두륜봉은 부처님 얼굴, 두륜산은 비로자나 부처님 수인인 왼손과 오른손, 고계봉은 부처님 발의 모습을 하고 있다. 먼저 부처님 얼굴 형상인 두류봉의 용맥은 부처님의 정신적인 기를 품은 채 혈망봉으로 이어져와 다시 부도탑에 모셔진 스님들에게 전해지게 된다. 

 

ⓒ 박재락 제공


부처님의 수인 형상은 해탈문을 들어서는 불자들에게 자비를 베풀도록 포응하는 것을 상징한다. 대흥사의 지명처럼 크게 번창할 수 있는 기를 분출하는 것이다. 또한 부처님의 발형상을 이룬 고계봉의 지맥은 부처님상을 모신 대웅보전으로 이어져 내려와 혈처를 맺게 한다. 사찰에서의 대웅보전은 혈처가 머무는 곳이자 중심공간이다. 그러므로 이곳 대웅보전은  큰 스님들의 도량처이면서 가장 낮은 곳으로 자리하여 중생 누구나 다가와 부처님의 좋은 기를 받아 발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배려한 곳이다. 해남 대흥사가 천년고찰로 현존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어느 곳에 터를 선정하느냐에 따라 기의 역량은 달라진다. 사람에게도 저마다 인격이 있듯이, 산에도 저마다 정기를 품고 있는 역량들이 다르게 존재한다. 예전에 우리 선현들이 풍수지리를 적용해 터를 선정했던 것은 입지가 오래도록 훼손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이 바로 지기를 받을 수 있는 곳임을 알았다는 뜻이다. 이러한 풍수지리는 지금의 한국학으로 발전해 제도권의 ‘풍수지리학’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단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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