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정도전·장자방 같은 분 없습니까”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7.01.16 09:58
  • 호수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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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으로 진지 구축 분주한 대선 주자 5인 캠프 해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헌재)의 결정이 빨라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차기 대통령을 뽑는 대선 시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헌재에서 탄핵소추안을 인용할 경우 헌법에 의거, 차기 대선은 60일 이내에 치러야 한다. 헌법 전문가들 중 다수는 헌재의 결정이 이르면 2월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 주자들도 빠르면 2월초, 늦어도 3월말까지는 헌재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선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의 경우 4월초에도 대선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각 대선 주자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시사저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지지율 1위부터 5위 안에 있는 주자들의 캠프 구성 현황과 핵심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문재인, 2012년 대선 캠프 출신 중용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 줄곧 1~2위를 다퉈 왔던 만큼 캠프 구성도 일찌감치 마무리됐다. 현재도 역할 분장(分掌)이 비교적 확실하게 이뤄져 캠프가 굴러가고 있다. 시사저널이 문 전 대표 측 복수의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12년 대선 당시 문 전 대표를 도왔던 인물들이나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이 여전히 캠프 내 요직을 맡고 있다. 이는 양날의 칼이다. 호흡은 잘 맞지만, 폐쇄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 문 전 대표를 도왔던 한 민주당 인사는 “지난 대선 당시 ‘인(人)의 장막’을 치고 있다는 인물들이 여전히 문 전 대표 주변에 있다는 것이 캠프 최대의 문제”라며 “일부 외부 인사들이 영입되기는 했지만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월11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청주시 상당구 성안길에서 시민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 전 대표 캠프의 핵심 인물은 참여정부에서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양정철 전 비서관이다. 그는 이른바 ‘3철’(양정철, 이호철, 전해철)로 불리는 문 전 대표 핵심 3인방 중 가장 많은 역할을 맡고 있다. 양 전 비서관은 캠프 내에서 문 전 대표의 메시지를 담당하면서 팀장 구성 등 인력 운용과 관련한 실무를 맡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메시지 관련 업무를 하는 한 인사는 “메시지라는 것이 단순히 말 한마디를 코치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후보의 철학 및 생각을 정제해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핵심적 자리”라고 말했다. 양 전 비서관은 이뿐만 아니라 물밑에서 종교계 인사들을 찾아다니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발간되는 문 전 대표의 대담집도 양 전 비서관이 사실상 총괄 업무를 담당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한병도 전 의원은 캠프 조직을 담당하고 있으며, 최재성 전 의원은 전략을 맡고 있다. 기획파트는 백원우 전 의원이, 공약 및 정책은 전병헌 전 의원과 조윤제 전 청와대 경제비서관이 맡았다. 현역 의원 중에서는 잘 알려진 대로 김경수·전해철 의원 등이 문 전 대표를 돕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캠프 핵심 인사들이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비판을 염두에 둔 듯, 지난해 연말부터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 중 눈에 띄는 인물이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다. 임 실장은 박원순 서울시장 측 사람이었으나 최근 문 전 대표에게 왔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임 실장에게 힘을 많이 실어주고 있으나, 이로 인해 기존 핵심 그룹과의 마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외교관·MB 정부 인사 합류

 

1월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돕고 있는 인사들은 주로 외교관 그룹이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나 충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인사들이 합류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어떤 인물들이 공식 캠프 인사로 분류되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반 전 총장이 그동안 보여 온 애매모호한 태도와 연관이 있다. 반 전 총장은 1년 넘게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돼 왔으면서도, 여기에 대한 공식적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 그러다 보니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너도나도 반 전 총장의 연락책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인사들 중에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는 사람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제1차장을 지낸 김숙 전 유엔대사다. 그는 반 전 총장이 외교부 장관일 때 외교부 북미국장으로 일하며 손발을 맞췄다. 김 전 대사가 2011년 유엔대사로 임명된 데는 이 같은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사는 캠프 전체 역할을 조율하면서 귀국 전까지 반 전 총장의 일정도 관리해 왔다. 이외에도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을 비롯해 박인국·오준 전 유엔대사와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반 전 총장을 돕고 있다.

 

1월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이명박 정부 인사 중에서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국정기획수석으로 일했던 곽승준 고려대 교수, 박진 전 의원 등이 캠프에 합류했다. 이 전 수석은 캠프 홍보 총괄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곽 교수는 메시지를 담당하면서 정책까지 맡을 예정이다. 현직 언론인으로는 이도운 서울신문 부국장이 반 전 총장 대변인을 맡았다.

 

이외에도 드러나지 않은 그룹으로는 충청 출신으로 민주당 전 사무총장을 지냈던 박상규 전 의원과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 등이 거명되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의도 대산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해 놓고 반 전 총장과의 연락책 역할을 해 왔다. 박 전 의원의 한 지인은 “지난해에는 반 전 총장에게 줄을 대려는 인사들이 박 전 의원 사무실을 많이 오갔으며, 공식 캠프가 꾸려지면서 최근에는 발걸음이 뜸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손 전 총장은 종교계와 반 전 총장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구성 초기단계…교수 그룹 많이 도와

 

지지율 3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 아직 캠프라고 할 만한 조직을 꾸리진 않았다. 현직 시장으로서 대선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기가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 때문이다. 따라서 일정관리 등의 실무는 비서실이 겸임하되, 본격적 대선 준비는 현역 의원 및 교수 그룹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이 시장을 돕는 인물들은 김영진·정성호·제윤경 민주당 의원이다. 김 의원은 김진표 민주당 의원의 정책 특별보좌관을 맡은 바 있으며,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의 2014년 7월 재·보궐선거 당시 총괄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정 의원은 이 시장의 사시 동기다. 제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 부대변인과 지난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 시장을 돕는 학계 인사로 이한주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와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정승일 사회민주주의센터 공동대표 등이 꼽힌다. 이 교수는 이 시장의 성남시장 취임 초반 때부터 정책 관련 조언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가 시행한 청년배당 정책의 이론적 토대도 이 교수의 작품이라고 한다. 강남훈 교수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을 맡아 정부의 기본소득 지급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이 시장이 “2800만 국민에게 연간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주겠다”고 한 주장도 강 교수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이태규·박선숙…‘내일’ 핵심인사 포진

 

지지율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경우 본격 캠프는 1월15일 국민의당 전당대회 이후 가동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여의도 산정빌딩 한 층을 캠프로 사용하기 위해 가계약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의 주변에는 새로 그를 돕겠다고 나선 인물보다는 2012년 대선 당시 그를 도왔던 인물들이 여전히 요직에 포진 중이다. 이태규·박선숙 의원을 캠프 양대 축으로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핵심 인사들이 실무를 맡고 있다.

 

이 의원은 메시지와 조직, 박 의원이 홍보를 맡고 있으며, ‘내일’ 소속 박인복 전 국민의당 대표 비서실장과 박왕규 부소장이 캠프 구성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안 전 대표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박선숙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월11일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박 의원과 이태규 의원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은 대선 가도의 걸림돌로 거론된다.

 

 

안희정, 윤태영·이병완 등 참여정부 출신 다수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해 말부터 여의도 금영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해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안 지사 캠프의 핵심 인물들은 역시 참여정부 인사들인데, 특징적인 것은 문재인 전 대표를 돕다 안 지사에게 넘어온 인물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윤 전 대변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장 가까웠던 인물이며 문 전 대표의 신뢰도 많이 받았다. 윤 전 대변인이 안 지사를 돕기로 했을 때 문 전 대표가 크게 안타까워했다는 후문이다.

 

이외에도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이광재 전 강원지사, 서갑원 전 의원, 여택수 전 행정관, 황이수 전 행사기획비서관,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 등이 안 지사를 돕고 있다. 외부로 드러나지 않지만 친노 조직을 움직이는 물밑 인사들도 안 지사 쪽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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