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갇힌 ‘은둔형 외톨이’ 방치하면 범죄자로 둔갑
  • 정락인 객원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20 09:48
  • 호수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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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이상 인간관계 단절 시 의심해야…분노 표출할 곳 못 찾아 범죄 저지를 확률 높아져

바깥세상과의 접촉을 끊고 방 안에 갇혀 지내는 사람을 ‘은둔형 외톨이’라고 한다. 이들의 특징은 하루 종일 집 안에만 틀어박혀 혼자 생활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 만약 당신이 6개월 이상 집 안에만 칩거한 채 다른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지 않고 생활한다면 ‘은둔형 외톨이’일 가능성이 크다.

 

일본 내각부의 조사에 따르면,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의 특징은 직장생활 부적응, 지병, 취업 실패, 등교 거부, 대인관계 어려움, 학교생활 부적응, 입시 실패 등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핵가족화와 인터넷 보급 등 사회구조와 환경변화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올해 29살인 남성 A씨는 23살부터 현재까지 6년 동안 ‘은둔형 외톨이’로 살고 있다. 그는 “17세 때 경제적인 몰락과 부모님 불화로 인해 방황하다가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그 이후로 쭉 집에서 컴퓨터나 하고 살았다”고 말했다. A씨는 군 복무를 마치고 난 후에는 국숫집과 편의점 아르바이트, 대형마트 보안요원 등을 했지만 석 달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뒀다. 그러면서 점점 자신감을 잃게 됐다.

 

© EPA 연합

밤과 낮이 뒤바뀐 사람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외부와 담을 더욱더 견고하게 쌓았다. A씨는 “백수가 돼서도 알바조차 구할 생각을 안 하고 부모님한테 기대고 사는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면서 “어디서든 간에 사람을 사귀지 못하는 성격이라 편하게 연락할 친구 하나 없는 인생이다”고 한탄했다.

 

A씨는 정신과에서 우울증과 조울증 진단을 받아 두 번이나 입원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뿐만이 아니다. A씨는 물건을 훔치는 도벽 증세도 있으나 아직까지 고치지 못했다. 방 안에 틀어박혀 게임 중독에 빠져 있고, 이로 인해 게임머니로 상당한 금액을 탕진했다.

 

A씨는 지금이라도 사람답게 살고 싶어 아르바이트도 하고 대학에 들어갈 계획도 세웠지만, 자신도 없고 용기도 없다고 말한다. 스스로 대인관계를 어떻게 맺고 개선해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외롭고 힘든 순간이 와도 연락할 친구가 없다. 누군가에게 ‘밥이나 먹자’ ‘술이나 마시자’고 하는 것이 솔직히 거부감이 든다. 이러다 인생 폐인이 될 것 같아 너무 무섭다.”

 

A씨의 말에 공감을 표시한 B씨는 “나와 살아온 환경과 현재 상태가 90% 이상 일치한다. 나도 친구 하나 없고 가족밖에 없다. 30년 이상 이렇게 살다 보니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B씨는 요즘 하루에도 수십 통씩 오갈 휴대전화 문자 한 통도 없이 늘 혼자 지낸다고 했다.

 

C씨는 자신의 동생이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다고 전했다. 그는 “내 동생이 한 5년 가까이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고 있다.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계속 이렇게 방치하는 것은 가족도 힘들고, 동생한테도 도리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C씨는 “동생을 이렇게 방치했다가는 정말 위험할 것 같다”며 “대책을 찾고 싶다”고 했다.

 

아들이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다는 D씨도 C씨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D씨가 토로한 아들의 증상은 이렇다. D씨의 아들은 올해 27살이다. 중학교 다닐 때 컴퓨터 게임에 빠져 지내다가 컴퓨터 관련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학교에 다닐 때는 1학년을 빼고는 반에서 1등을 놓쳐 본 적이 없고 장학금까지 받았다.

 

대학 입시에 실패하면서 아들이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뒤부터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군대를 다녀오면 나아지겠지 했지만 아들의 습관은 변하지 않았다. D씨는 “(아들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예비군 훈련도 밀렸다가 어쩔 수 없이 나갔다. 등산이나 여행을 가자고 해도 ‘내가 알아서 한다’며 사람도 만나지 않으려고 한다. 소심한 성격인 데다 하루 종일 방 안에만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아들의) 성장기에 내가 사업을 하다가 부도로 어려움을 당했다. 지금도 생활형편은 좋지 못한 편이다. 어디서 상담하고 치료는 가능한지 궁금하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이대로 방치하면 위험하다. ‘나홀로 문화’가 낳은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여기에는 사회병리적인 원인이 있다. 가정의 붕괴와 부모의 폭행, 학교에서의 왕따, 여기에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 등에 노출된 사람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사회병리적 원인부터 치료해야


정신분석가들은 “은둔형 외톨이들은 ‘올빼미족’이 많다.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만 주로 활동하는 특성이 있다. 낮에도 커튼으로 빛을 가리고, 밤에도 컴퓨터 외에는 전등을 켜지 않는다. 이들의 성격을 보면 우울증, 성격장애, 강박증, 공격적 폭력성 등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때문에 ‘은둔형 외톨이’는 반드시 정신병적 치료가 뒤따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묻지마 범죄’와도 연결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가해자의 대부분이 ‘은둔형 외톨이’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발생한 ‘묻지마 범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그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건이 2008년에 발생한 생수배달업자인 오아무개씨 살해 사건이다. 오씨는 서울 서대문의 한 초등학교 앞을 지나다 김아무개씨(당시 25살)에게 살해당했다. 김씨는 5년 동안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던 ‘은둔형 외톨이’로 사건 당일 흉기를 소지하고 길을 지나던 오씨의 목을 찔렀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부산 사상 묻지마 폭행 사건, 서울 강북구 오패산 터널 사제총기 경찰 살해 사건의 범인들도 ‘은둔형 외톨이’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주로 청소년기부터 시작된다. 

 

경찰이 분석한 ‘은둔형 외톨이’의 특성 6가지를 보면 첫째, 학교 가기를 거부하는 비율이 높다. 학교생활도 흥미를 갖지 못하고 친구를 사귀지 못해 잘 적응하지 못한다. 따라서 등교거부가 쉽게 이뤄진다.

 

둘째, 왕따와 폭력의 대상이 되기 쉽다. 몸과 마음이 약한 아이들이 왕따와 폭력의 대상이 되는데, 지켜봐주거나 돌봐줄 친구가 없으면 가능성은 더 커진다. 

 

셋째, 정서적 안정감이 낮다. 외톨이는 우울한 정도가 심하고 불안 등의 정서적 문제로 학교 부적응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넷째, 생활 만족도가 낮다. 친구가 없어 흥미를 잃은 학교생활의 불만이 가정 등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생활 만족도가 떨어진다. 

 

다섯째, 이성교제가 힘들다. 친구관계의 기본원리는 이성 친구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여섯째, 성인이 된 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성장기 친구관계에 문제가 있으면 성인이 된 후에도 사회성 전반에 영향을 줘 결국 조직생활에 대한 거부와 부적응으로 확대된다.

 

이런 ‘은둔형 외톨이’를 방치하면 개인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한다. 청소년기에 ‘은둔형 외톨이’가 됐을 때는 학업을 포기하고 취업 의욕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인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분노를 표출할 곳을 찾지 못해 ‘묻지마 살인’을 저지를 확률도 높아진다. 심지어 은둔 생활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 밖에도 인터넷 중독, 실업, 범죄 등 엄청난 사회비용을 유발하는 부작용과 직결되고 경제적 생산성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가족의 역할이 가장 중요

 

‘은둔형 외톨이’는 스스로 현 상황을 벗어나기 어렵다. 때문에 무엇보다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찰이 분석한 ‘은둔형 외톨이’ 해결방법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만 보여도 ‘은둔형 외톨이’의 문제가 다수 해결될 것으로 봤다. 가족의 배려가 그만큼 중요하다. 각오와 신념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특히 초기 증상일 때는 부모가 일치단결해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 방치하면 해결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형제나 친척에게는 가능한 한 의지하지 않는 게 좋다. 그 이유는 형제의 관여는 관련된 형제까지 ‘은둔형 외톨이’가 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은둔형 외톨이’는 스킨십보다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더 빠르다. 이때 전문 상담자가 가정을 방문해서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인터넷 중독과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청소년의 경우 가족이 한마음으로 자녀의 인터넷 중독, 스마트폰 중독 치료를 도와준다면 가족 간의 단절도 치료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은둔형 외톨이’ 사례가 학계에 보고된 것은 대략 2000년쯤이다. 현재 그 숫자가 정확하게 파악되고 있지는 않다. 대략 최소 30만 명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은둔형 외톨이’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사회적인 시스템이 없다는 뜻이다. 더 이상 ‘은둔형 외톨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큰 사회적 손실을 야기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日 사회 병폐로 자리 잡은 골칫거리 ‘히키코모리’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사회적인 문제로 등장한 지 오래됐다. 1990년대 이후부터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해 9월 일본 내각부 발표를 보면 일터나 학교에 가지 않고 6개월 이상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거의 교류 없이 집에 머무는 히키코모리가 전국에 54만1000명(15〜39세)이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의 히키코모리를 다룬 영화 ≪도쿄!≫의 한 장면 © 비터즈 앤드·싸이더스 FNH

특히 히키코모리 기간이 7년 이상인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35세가 넘어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이 증가하는 등 장기화·고령화하는 추세다. 은둔형 외톨이 가운데 약 63%는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히키코모리 연령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들의 부모가 사망한 후에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사회 병폐로 자리 잡은 히키코모리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는 모든 현(縣)에 ‘히키코모리 지원센터’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럼에도 아직 히키코모리의 원인과 치료법이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고 있다.

《철부지 사회》의 저자인 일본 정신과 의사 가타타 다마미는 “늘어나는 등교 거부자, 은둔형 외톨이, 연애하지 않는 청년, 남 탓하는 사람들과 묻지마 범죄에서 공통적으로 현실 도피의 욕망, 곧 성장하기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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