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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 다 놓친다

반기문 지지율 정체…“중도층에 어필하려다 보수층 반감 살 수도”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26(Thu) 14:00:08 | 14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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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상공을 날아 대한민국 대선 한복판에 착륙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입국하면서 집중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전 세계를 누비듯 대선 주자로 영남, 호남, 충청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을 돌았다. 민심을 듣고, 자신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귀국 후 대중과 미디어의 집중도가 높을 때 과감한 행보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 충분한 효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기문 귀국 ‘컨벤션 효과’ 미미

 

귀국 전후의 반 전 총장의 대선 주자 지지율을 비교해 보면 아직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1월12일 귀국한 이후 조사된 결과를 보면, 다자구도에서 20%로 귀국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하지만 일단 귀국에 따른 컨벤션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왜일까. 먼저 반 전 총장의 메시지가 파괴력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귀국 일성으로 ‘정치교체’란 화두를 던졌다. 야권의 ‘정권교체’에 맞서는 프레임으로 선정한 것이다. 반 전 총장이 기존 정치권 인사가 아닌 점과 정치권 전반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선택할 수 있는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 프레임은 본인에게 어울려야 하기도 하지만 대중의 막연한 요구가 아닌 실제적인 요구를 담아야 한다. 그래야 경쟁자의 프레임을 넘어서는 효과가 나온다.

 

1월20일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회원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면담 요청 및 공개질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하지만 정치교체는 정권교체에 비해 파괴력이 제한적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혜성처럼 정치권에 나타날 때 외친 새정치를 익히 들어온 대중에겐 신선함이 약하다. 기존 정치인과 다른 이미지였던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시절 정치교체를 언급한 바 있다. 정권교체 프레임이 현재 상당히 강하게 먹히고 있어 단순 맞대응 프레임보다는 보다 상위 차원의 새로운 프레임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귀국 후 발언과 행보와 관련한 사소한 사건들도 반 전 총장에 대한 우호적 시선을 제약하고 있다. 반 전 총장 측으로선 억울한 부분도 적지 않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일이 별로 없었고, 오랜 외국생활 후였기에 자동발권기를 통해 전철표를 구입하는 게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능수능란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니겠는가. 고향 선영에서 있었던 ‘퇴주잔 논란’은 왜곡 편집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온라인 환경은 부정적 뉴스를 빛의 속도로 확산시켰다. 미디어로부터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다는 것은 기회를 얻는 것과 동시에 위험에도 노출됨을 보여준다.

 

ⓒ 시사저널 미술팀


보수층 허물어진 것도 지지율 정체 원인

 

지지율이 정체되고 있는 원인을 반 전 총장 개인에게만 돌리긴 어렵다. 핵심 지지기반인 보수층 자체가 사실상 허물어져 있는 이유가 더 클 수 있다. 오랜 기간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40%가 넘었다. 여당이면서도 역대 최고치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그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보수층은 두터웠다. 하지만 2개의 정당으로 쪼개진 지금 보수 양당의 지지율 합은 20% 내외다. 적극적 의견을 피력하는 보수층의 규모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보수층이 협소해졌기 때문에, 다시 말해 보수 유권자의 수가 적어졌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했던 반 전 총장의 지지율도 제약될 수밖에 없다.

 

보수층이 위축된 배경엔 단연 최순실 게이트가 있다. 보수정권이 두 번 연속 이어지면서 평가의 대상이 되고 있던 상황, 그리고 경제를 잘 다룬다는 인식도 무너진 상황에서 보수층의 결집도는 느슨해져 가고 있었다. 이때 벌어진 보수정권 내부의 비상식적인 사건은 이런 흐름을 강화했다.

 

반 전 총장의 다자구도 지지율의 추이를 보면 좀 더 분명해진다. 2016년 10월까지만 해도 반 전 총장은 월등한 1위였다. 한국갤럽 정례조사 결과를 보면, 8월 28%, 9월 27%, 10월 27%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우위가 분명했다. 하지만 11월 조사에서는 21%로 낮아지면서 타 후보들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시점과 겹친다. 한국에 없던 상황에서 갑자기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최순실 게이트의 발생 외에는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1월17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 연합뉴스


반 전 총장 측도 이런 환경변화를 인지하고 있는 듯싶다. 귀국 후 중도확장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좁아진 보수층만 갖고서는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비록 박 대통령에 전화인사는 했지만 “지도자의 실패가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 갔다”며 냉정한 인식을 분명히 했다. 세월호 참사의 인근 장소인 팽목항에도 다녀오고, 기회가 되면 촛불집회에도 가보겠다고 했다.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이 커진 중도층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의 중도층 지지율은 15.3%에 그치고 있다(한국일보-한국리서치, 2017년 1월15~16일). 중도층에서의 강세현상이 약화돼 있음을 보여준다. ‘보수의 후보’라는 인식이 2016년 하반기 매우 강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 시사저널 미술팀


황교안, 보수층 지지 받아가고 있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중도층의 지지 회복이 필요한데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중도층에 어필하기 위해 보수 정체성이 약화되는 것으로 비춰지면 강경 보수층에서 반감이 형성될 수 있다. 당선 여부와 무관하게 별도의 선명한 보수후보를 내세우려 할 수도 있다. 이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보수층의 지지를 의미 있게 얻어내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양쪽을 모두 흡수하려는 전략이 ‘순풍에 돛 단 듯’ 실행되는 데는 장애가 존재한다.

 

사실상 대선 전 마지막 명절인 이번 설 연휴 기간은 다른 대선 주자들보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과 지역이 만나고, 세대와 세대가 만나 새로운 여론이 형성되기도 하는 명절에 반전의 기회를 얻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반 전 총장의 대선 진로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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