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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때마다 반복되는 국세청의 ‘아몰랑’

“세금 가져가는 건 딱딱 떼 가면서, 돌려주는 건 우리에게 책임 전가”…매년 ‘13월’마다 근로자들 불만

유재철 시사저널e. 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28(Sat) 10:09:09 | 14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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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월급’이라 불리는 연말정산 시즌이 올해도 다가왔다. 최근 주요 공제항목에 대한 연말정산 계산방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고, 근로자가 연중에 떼는 원천징수세액도 ‘사전에 덜 떼고, 연말정산 시 덜 환급받는’ 방향으로 선택할 수 있어 연말정산 시 오히려 세금을 추가 납부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근로자들은 연말정산 시즌이 다가오면 ‘13월의 월급’은커녕, 혹시나 ‘세금폭탄을 맞지는 않을까’ 내심 마음을 졸이는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정작 근로자들의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이유는 따로 있다. 까다로운 준비를 근로자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년 연말정산 시즌 때마다 “가져가는 세금은 알아서 딱딱 잘 떼 가면서, 왜 돌려주는 세금은 근로자들에게 일일이 부담을 지우느냐”는 국세청에 대한 불만이 그치지 않고 있다.

 

매년 연말정산 시즌마다 근로자들은 자료 취합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만 믿었다간 낭패

 

연말정산은 매년 관련 조문이 개정되고 계산방법도 매우 복잡해 근로자가 스스로 자신의 예상 환급액을 계산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전문가들조차 매년 바뀌는 세법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어떤 근로자는 연말정산에 적용되는 공제항목이 수십 가지에 달해 이를 놓치고 연말정산을 마치는 경우도 많다. 이에 국세청은 근로자와 원천징수의무자(회사)의 연말정산 편의를 위해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를 연초마다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세청이 근로자들 편의를 위해 일부 공제항목의 지출내역을 제공하고 있지만, 그 책임은 전적으로 근로자가 져야 한다. 국세청이 틀린 금액을 제공하고 근로자가 이를 바탕으로 연말정산을 해도 그 책임은 근로자 몫이다. 지난해 국세청은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에서 제공한 의료비 금액이 누락되거나 중복된 사례가 발견돼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비난이 거세지자 올해 국세청은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 사이트의 초기화면에 다음과 같은 안내문을 띄웠다.

 

‘연말정산간소화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영수증 발급기관이 제출한 자료를 그대로 보여주므로 공제 요건 충족 여부를 근로자 스스로 확인하여야 한다.’

국세청은 지난 1월15일 △보장성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주택자금 △주택마련저축 △기부금 △개인연금저축 △연금저축계좌 △퇴직연금계좌 △소기업·소상공인공제부금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 △장기집합투자증권저축 △국민연금보험료 △건강보험료 등 총 14개 항목의 지출내역 조회가 가능한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를 개통했다. 그러나 여전히 △암·치매·난치성질환 등 중증환자 장애인증명서 △월세세액공제 △자녀나 형제자매의 해외교육비 △보청기·휠체어 등 장애인보장구 구입임차비용 △안경·콘택트렌즈 구입비용 △중·고생 교복구입비용 △취학 전 아동 학원비 △종교단체 기부금 및 사회복지단체·시민단체 등 지정기부금 등은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에서 조회가 안 될 수 있다.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만 믿고, 기부금이나 진단비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말정산을 진행했다가 환급은커녕 도리어 세금폭탄을 얻어맞을 수 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일부 업체에서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료제출 의무가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아서 여전히 많은 항목이 연말정산간소화에서 조회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확인 후 조회되지 않으면 근로자가 영수증 발급기관에서 일일이 발급받아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세청, 독보적 정보력 갖고서도 무관심

 

국세청은 정보를 수집하는 국가권력기관 중에서도 독보적인 정보력을 보유하고 있다. 탈세를 적발한다는 명목으로 유관기관과도 적극 공조에 나서고 있다. 연말정산에 있어선 관련 자료 확보를 위해 자료제출을 아예 법으로 명문화했다. 소득세법 시행령(216조의 3)에 따르면, 연말정산과 관련한 소득·세액공제 증명서류를 발급하는 병원·학교·은행 등은 국세청에 관련 서류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국세청이 증명서류를 많이 확보할수록 연말정산이 수월해지는 게 사실이다. 모든 연말정산 공제항목을 국세청이 제공하면 납세자는 현재처럼 증명서류를 떼기 위해 의료기관·기부금단체 등을 일일이 재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기회비용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A씨(35)는 “연초가 되면 일 자체도 너무 바쁜데 연말정산 서류를 위해 전화로 문의하고 때론 방문까지 해서 관련 서류를 받아와야 한다. 그런데 환급된 세액을 보면 얼마 되지도 않아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연말정산은 결국 내가 미리 낸 세금을 다시 돌려받는 건데, 내 돈 내가 돌려받겠다고 이렇게 뛰어다니는 게 어찌 보면 참 비효율인 듯싶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자료 확보는 관련 법령만 개정하면 바로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김선택 회장은 “전국에 안경점만 해도 셀 수 없이 많다. 이들을 포함한 자영업자들에게 연말정산 자료 제출을 강제하면 반발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입장에서도 납세협력의 큰 축을 담당하는 자영업자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국세청 관계자는 “(자료 확보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연말정산과 관련해선, 근로자가 제출한 증명서류에 담긴 개인정보 노출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연말정산 환급 구조에선 회사 내 연말정산 담당자가 근로자의 개인정보를 아무런 규제 없이 취급할 수 있다. 실제 기부금 내역이나 신용카드 사용액 등의 개인정보가 회사 내에서 노출돼 피해를 본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165조 2항)은 연말정산 증명서류를 받은 세무공무원이 타인에게 이를 제공하거나 그 내용을 누설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내 연말정산 담당자의 개인정보 취급 관련 규정은 소득세법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국세청 관계자는 “개인정보 취급과 관련해선 상위법인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다루는 게 맞는 것 같다”며 구체적인 해결책에 대해선 답변을 회피했다. 한 회계사는 “사실 연말정산 증명서류에 담긴 개인정보 노출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관련법을 개정해 개인정보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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