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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 관객의 선택은 시국 영화? 脫시국 영화?

설 극장가 정면충돌한 《더 킹》과 《공조》…‘최순실’ 정국이 관객들에게 미칠 영향은

나원정 매거진M 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27(Fri) 12:30:29 | 14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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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대목을 앞두고 극장가가 단단히 채비를 마쳤다. 주요 경쟁작들은 1월28일 설 당일보다 1~2주 앞서 이미 스크린 장악에 나섰다. 2013년 900만 관객을 동원한 《관상》 한재림 감독의 정치 드라마 《더 킹》과 2014년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국제시장》 등 흥행작을 잇달아 배출한 윤제균 감독의 영화 제작사 JK필름의 신작 코미디 《공조》가 맞붙는다. 각각 시국 겨냥 영화와 탈(脫)시국 영화란 점도 주목된다. 연일 ‘최순실’ 정국이 쏟아내는 뉴스 속에 살고 있는 관객들이 극장에서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영화계의 이목이 쏠린다.

 

 

현대사 권력 비리 조명한 《더 킹》

 

사실 과거 성룡 영화가 장악했던 설 극장가에 한국영화들이 격돌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말부터다. 데뷔작 《은행나무 침대》로 1996년 설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강제규 감독은 1999년 《쉬리》로 다시 한 번 설 시즌 정상에 올랐다. 이후 2000년대부터 한국영화는 설 극장가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7번방의 선물》(2012), 《댄싱퀸》(2012), 《말아톤》(2005),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과속 스캔들》(2008), 《워낭소리》(2008) 등이 감동 코드를 내세웠다면, 《수상한 그녀》(2014),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4), 《반칙왕》(2000), 《공공의 적》(2002), 《투사부일체》(2006) 등은 코미디로 재미를 봤다. 매해 달라진 흥행 공식을 변용해 새로운 전략을 짜는 게 관건이다. 이를테면, 최근 몇 년간 설 흥행에 성공한 《의형제》(2010), 《베를린》(2012), 《검사외전》(2015) 등은 송강호·하정우·강동원·전지현 같은 ‘흥행 배우’를 내세워 최근 5년간 가장 사랑받은 범죄·액션 장르에 코미디와 감동을 적절히 배합한 케이스다. 《더 킹》이 이 영화들의 계보를 잇는다면, 《공조》는 설 연휴엔 역시 코미디라는 흥행 공식을 다시 꺼내든 셈이다.

 

한재림 감독, 조인성·정우성 주연의 정치 드라마 영화 《더 킹》 © NEW


먼저 기선제압에 성공한 건 《더 킹》이다. 1월18일 개봉 첫날 1125개 스크린에서 하루 만에 29만 관객을 모으며 일일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상대적으로 적은 899개 스크린에서 15만 명이 관람한 《공조》는 이날 2위에 안착했다. 조인성·정우성·류준열·배성우 등 흥행 스타가 포진한 《더 킹》은 멀티캐스팅의 대표적인 예다. 또 《내부자들》 《마스터》 등 현실 시국을 연상케 하는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한 최근의 시류에 더없이 부합하는 영화다. 시대 배경은 1980년부터 현재까지 장장 30년. 주인공 박태수(조인성)는 권력의 중심에서 폼 나게 살고 싶어 검사가 된다. 정권 교체기, 검사장 후보 한강식(정우성)의 측근이 된 그는 정치판을 ‘설계하며’ 탄탄대로를 걷는다. ‘정치 깡패’ 최두일(류준열)은 친구 태수를 어둠의 경로로 물심양면 보좌한다.

 

《더 킹》은 익히 알려진 현대사와 한강식이 들려주는 감춰진 현대사를 교차하며 흘러간다. 오프닝 신부터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편집한 화면으로 시작한다. 1980년대 초에 시작해 전두환 군사정권에 맞선 1987년 6월항쟁, 1988년 서울올림픽, 1997년 외환위기 등을 차례로 비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료 화면은 더욱 집요하게 다룬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부터 이듬해 탄핵, 2009년 노무현 서거 당시의 정황들이 고스란히 영화에 담긴다. 한재림 감독의 명백한 의도다. “(노무현 서거 장면은) 현대사의 큰 비극이자 내겐 트라우마 같은 일이었다. 태수가 욕망의 끝, 권력의 끝으로 다가가서 보게 되는 비극이 그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줄 것 같아 영화에 쓰게 됐다”고 그는 밝혔다. 촉망받는 검사가 권력의 정상에 오르며 정치 비리의 추악한 이면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김기춘·우병우가 연상된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공조》는 온 가족이 유쾌하게 즐길 만한 오락영화의 미덕에 충실한 영화다. 소재부터 독특하다. 바로 사상 최초의 남북 공조 수사. 북한은 비밀리에 제작한 미국 달러 위조지폐 동판을 내부 변절자 차기성(김주혁)에게 도난당한다. 차기성의 도주 루트가 서울임을 입수한 북한이 남한 정부에 도움을 청하면서 남북한 형사의 공조 수사가 시작된다. 주어진 시간은 단 3일. 차기성에게 동료들을 희생당한 북한 형사 임철령(현빈)은 서울 파견 즉시 추격전에 몸을 던지고, 상부에서 지시받은 다른 꿍꿍이가 있는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는 임철령과 엇박자를 낸다. 그러나 강진태의 집에서 ‘합숙’하며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두 사람. 결국 남북, 아니, 서로를 위한 진짜 공조 수사에 나선다.

 

김성훈 감독, 현빈·유해진 주연의 신작 코미디 영화 《공조》 © CJ 엔터테인먼트


온 가족이 즐기는 오락영화 《공조》

 

하이라이트 신을 두세 개는 꼽을 수 있을 만큼 스케일 큰 추격 액션 신이 호쾌하게 마음을 사로잡는다. 두루마리 휴지마저 무기로 사용하는 기발한 장면도 적지 않다. 《퀵》(2011), 《최종병기 활》(2011)에서 한국영화 액션의 경계에 도전해 온 오세영 무술감독과 3~4개월 훈련하며 몸을 사리지 않은 현빈의 조합이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서로 다른 꿍꿍이를 품고 삐걱대던 두 형사가 점차 이념을 뛰어넘어 인간적인 정에 이끌리는 과정도 애틋하다. 지난해 《럭키》로 코믹한 생활 연기의 본좌임을 증명한 유해진이 일당백의 입담으로 관객의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철령을 좋아하는 진태의 처제 역을 맡은 걸그룹 소녀시대 윤아의 감초 연기도 안정감 있다. 궁극적으로 가족애를 부각하는 결말이 뭉클하다는 평가다. 캐스팅부터 연출 스타일까지 모든 게 화려한 《더 킹》보다 ‘탈시국’을 겨냥한 《공조》 쪽이 좀 더 편안하게 즐기기 좋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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