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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왜 미우라가 없나

日 ‘축구 영웅’ 미우라 가즈요시, 50세 세계 최고령 선수 등극​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30(Mon) 17:00:43 | 14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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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가즈요시(三浦知良). 중년의 한국 남성이라면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1990년대 치열했던 축구 한·일전에서 경계 대상 1호였던 일본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브라질 유학파다운 뛰어난 골 결정력과 화려한 발재간으로 한국이 압도하던 한·일전의 양상을 뒤바꾼 주인공이다. 1994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미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10년 만에 한국을 꺾는 결승골을 넣은 뒤 펼친 특유의 댄스 세리머니를 통해 일본 축구의 영웅인 동시에 한국 축구팬들의 영원한 밉상으로 자리매김했다.

 

황선홍·홍명보 등과 동시대를 살았던 추억의 선수 미우라는 2017년에도 어김없이 괌에서 새해를 맞았다. 휴가가 아니다. 그의 곁에는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훈련을 돕는 트레이너가 있었다. 벌써 10년 넘게 지속되는 그의 새해맞이 모습이다. 그보다 어린 홍명보와 황선홍이 이미 10년도 전에 은퇴를 하고 프로팀의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이끌고 있지만 미우라는 여전히 현역 선수다. 1967년생인 그는 올해로 정확히 만 50세가 됐다.

만 50세가 된 미우라 가즈요시는 2017년 요코하마FC와 재계약을 통해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로 했다. 연합


日 축구팬들 ‘킹 카즈’ 현역 연장 환영

일본 프로축구 2부리그(J2)의 요코하마FC는 1월11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우라와 재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항상 11번을 단 미우라의 등번호에 맞춘 소식이었다. 미우라는 2005년부터 요코하마FC에 몸담고 있다. 2016년 미우라는 20경기에 출전해서 2골을 기록했다. 더 이상 국가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였던 20대 시절의 환상적인 플레이와 득점 기록은 없다. 그래도 일본 축구팬들은 ‘킹 카즈’(King Kazu·미우라의 성을 딴 별명)의 현역 연장을 환영했다. 그가 프로무대에서 선수 생활을 지속한다는 것이 주는 상징성 때문이다.

2016년 8월7일 열린 요코하마FC와 세레소 오사카의 리그 맞대결에서 미우라는 후반 29분 만회골을 터트렸다. 교체 투입된 지 5분 만이었다.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상대 수비수가 놓치자 가슴으로 잡아 정교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세레소 오사카의 골키퍼는 현재 한국 국가대표팀의 일원인 김진현이었다. 2개월 전 자신이 세운 일본 프로축구 최고령 득점 기록을 스스로 깼다. 당시 그에게 크로스를 보낸 오노세 고우스케는 미우라가 프로 무대에 데뷔한 1993년에 태어난 선수였다. 0대2로 지던 상황에서 미우라가 추격골을 넣은 요코하마FC는 기어코 3대2 역전승을 만들었다. 미우라는 “지난번 골을 넣고 팀이 졌다. 다음 골은 꼭 승리를 돕길 원했다”라고 말했다. 일본 전역이 그의 인터뷰에 또 한 번 감동했다.


최고령 선수를 바라보는 韓·日의 차이

일본은 ‘장인(匠人)의 나라’다. 분야를 막론하고 숙련된 전문가의 능력과 경험을 높이 산다. 아들뻘 선수들과 몸을 부딪치는 열정을 보이며 골대를 향하는 미우라의 정신과 집념에 일본 사회 전체가 흥분한다. 득점 숫자가 문제가 아니다. 그가 그라운드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K리그는 1970년생으로 현역 생활을 이어가던 김병지와 허무하게 작별했다. 김병지는 미우라와 달리 주전 골키퍼로서 자신을 증명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이제 그만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하지 않느냐’였다. 결국 김병지는 45년5개월15일의 최고령 출전 기록을 남기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현재 SPOTV의 축구 해설위원이자 자신의 이름을 딴 스포츠문화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김병지는 “미우라의 현역 연장은 내게 늘 자극을 줬다. 그보다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아쉬워했다.

한국 최고령 출전 기록을 보유한 김병지는 2016년 9월 은퇴했다. © 연합뉴스


미우라에 대한 일본의 대접은 완전히 다르다. 요코하마FC는 미우라로 인해 존재한다는 얘기가 있다. 현재도 미우라를 존경하고 따르는 기업과 개인들이 요코하마FC의 스폰서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의 닉네임인 KAZU와 등번호 11번을 넣은 유니폼과 상품도 여전히 불티나게 팔린다. 2014년에는 오른발 부상으로 2경기에 출전한 뒤 개점 휴업했다. 하지만 구단은 믿고 기다렸다. 2015년 미우라가 복귀전에서 골을 터트리던 날 일본 언론은 다시 2부리그 이야기를 대서특필했다. 미우라 본인도 “2014년은 현역 생활을 지속하는 데 가장 큰 위기였다. 믿고 기다려준 구단과 팬들에게 감사하다”며 인사했다.

50세 현역 선수의 탄생에 세계 곳곳에서도 찬사를 보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미우라를 40세가 넘어서도 활약했던 세계 베스트11에 포함시켰다. 라이언 긱스, 히바우두, 파올로 말디니, 하비에르 사네티, 에드가 다비즈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1915년생으로 1965년까지 스토크시티에서 현역으로 활약했던 잉글랜드 축구의 전설 스탠리 매튜스에 비견하기도 했다. 스페인 축구의 황금기를 이끈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FC포르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는 40세까지 뛰고 싶지만 당신은 50세의 현역이다. 존경한다”는 글을 남겼다. 카시야스는 1981년생이다. 한국 프로축구 필드플레이어 최고령 기록은 현재 포항 스틸러스의 코치인 김기동으로 39세9개월18일이다. 현재 이 기록에 도전 중인 선수는 1979년생 이동국(전북 현대)과 현영민(전남 드래곤즈)뿐이다.

미우라는 “영원한 현역을 꿈꾼다. 이제는 속도보다는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라고 말한다. 그에게 자극을 주는 존재는 일본의 야구 영웅 스즈키 이치로(鈴木一朗)다. 자신보다 여섯 살 아래인 이치로가 세계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여전히 활약하는 것을 보며 자신의 길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훈련장에 나오기 전 오전에 이치로의 플레이를 본다. 그가 진루(進壘)하는 걸 보면서 나도 골을 넣어야겠다고 다짐한다”며 종목을 초월해 같은 길을 걷는 이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스카이스포츠는 새 시즌 경기에 출전하면 미우라가 세계 최고령 프로축구 선수가 된다고 보도했다. 혹자는 집착에 가깝다고 말했던 미우라의 끊임없는 걸음이 만들게 된 대기록이다. “후배의 길을 막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존재”라며 그 걸음을 응원했던 일본 축구계와 사회는 대기록을 도운 조연이다. 그렇게 그라운드를 휘젓던 혈기 왕성했던 축구장이는 흰머리의 축구장인으로 올라서고 있다. 2017년에도 미우라는 그라운드 위에서 외칠 것이다. “나 아직 여기 있다. 여전히 현역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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