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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기자의 If] 만일 사람마다 벌금을 다르게 매긴다면?

‘황제노역’이 보여주는 벌금의 차별성…소득·재산 연동제 도입해야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press.com | 승인 2017.01.29(Sun) 20:00:31 | 14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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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시리즈 연재를 시작한 이후 몇 차례 문의가 왔습니다. 돈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주변 지인들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부 예산이 한정된 상태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지적이었습니다. 때문에 세출뿐 아니라 세입 문제, 즉 세금 이야기가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세금 문제는 늘 이슈가 됩니다. 연말정산 시즌이 다가오면서 한 차례 논의가 됩니다. 세금에 대한 관심은 정부가 매년 8월 국회에 세법 개정안을 제출할 때, 11월 전후로 국회에서 세법 개정안이 논의될 무렵에 더욱 커집니다. 법 조항 한 군데가 바뀔 때마다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다른 누군가는 손해를 봅니다. 세금은 훨씬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합니다. 앞으로 법인세나 소득세, 상속세 등에 대해 논의하겠지만, 우선 간단한 세외수입(벌금 및 과태료) 이야기를 먼저 꺼내보고자 합니다.

 


“벌금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현행법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적용됩니다. 적어도 규정상으론 그렇습니다. 지위고하와 무관하게 저지른 범죄에 따라 동일한 처벌 규정을 담고 있습니다. 연봉이 10억원인 사람과 1000만원인 사람도 같은 죄를 저질렀다면 동일한 처벌을 받습니다. 언뜻 보면 평등해 보이지만, 그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 폭행으로 상대에게 전치 2주에 해당하는 상해를 입혀 벌금 200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합시다. 연봉 10억원인 사람에게는 하루 일당에도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하지만 연봉 1000만원인 사람에게는 2달 월급을 안 쓰고 꼬박 모아도 부족한 돈입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그 형벌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 때 재벌가 2세가 50대 노동자를 폭행하고 ‘매값’이라며 돈을 던져준 일이 있습니다. 야구 배트와 주먹으로 마구 폭행한 뒤 매값 2000만원을 주고 합의서를 쓰도록 했던 일이었습니다. 만약 피해자가 알리지 않았다면, 혹은 경찰에 고소한 뒤 합의서를 법정에 제출했다면 고작 몇백만원의 벌금으로 끝날 일이었습니다. 그들이 느끼는 벌금의 무게가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벌금 대체할 ‘황제노역’마저 여전

 

물론 서민들이 상상할 수 없는 큰 규모의 벌금을 받는 사람도 있지만, 이를 대체할 길도 열려 있습니다. 바로 ‘황제노역’입니다. 2014년 대주그룹의 허재호 회장은 벌금 249억원을 노역으로 대신하려다가 논란의 대상이 됐습니다. 일당이 무려 5억원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벌금이나 과태료를 내지 못할 경우 노역으로 대신하는 ‘환형유치제’는 애초 재산이 없는 취약계층이 벌금 부담 없이 재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이를 악용해 거액의 벌금을 하루 수백만~수억원에 이르는 노역으로 때우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일당 400만원 이상의 노역자들이 400여 명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논란이 일자 제도 개선의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졌습니다.

 

국회는 2014년 부랴부랴 개정안을 처리했습니다. 이전까지 형법은 노역 일수에 대해 최장 3년을 넘을 수 없다고 규정했습니다. 벌금 미납 액수에 따라 하루 일당이 천차만별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국회는 노역 기간의 하한선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2014년 벌금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은 300일 이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이면 1000일 이상 노역형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천만원짜리 노역이 여전하다고 합니다. 한 고철 처리 업체의 대표는 7400억원대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만들어 탈세 도구로 사용했다가 징역 7년에 벌금 770억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돈을 내지 않고 3년 노역형을 받았습니다. 일당 7700만원짜리 노역이었습니다. 

 


“벌금은 소득·자산 따라 다르게”

 

현재의 제도를 거꾸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벌금을 매길 때 소득과 자산에 연동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범죄자의 경제적 격차를 감안해 비슷한 처벌 효과를 주는 방식입니다. 벌금을 ‘XXX만원’이 아니라 ‘XX일’로 선고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3일의 벌금을 받았다면 연봉 10억원인 사람은 약 820만원을, 연봉 1000만원인 사람은 약 8만원을 내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일수벌금제는 핀란드․스웨덴․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과 독일․오스트리아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노키아의 안시 반요끼 부사장은 시속 50km 구간에서 75km로 주행하다 11만6000유로(당시 환율로 1억8000만원)의 벌금을 받았습니다. 유씨 살로노야라는 육가공식품업체 상속자는 시속 40km 구간에서 80km로 달렸다가 17만 유로(당시 환율로 2억6000만원)를 내야 했습니다. 그 금액도 어마어마하지만, 사람마다 천차만별인 셈입니다.

 

이 같은 내용은 국회에서 몇 차례 발의된 적이 있습니다. 2009년 조승수 당시 진보신당 의원은 ‘일수벌금제도의 도입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거대 정당의 반대로 심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4년에도 김기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단순한 황제노역 근절 방안 “노역 일당은 같게”

 

이와 별도로 노역형의 총액제를 도입할 필요도 있습니다. 수백억원의 벌금을 받고 노역으로 때우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일반 형사 사범들의 노역 일당은 10만원 수준으로 책정됩니다. 이를 반영해 노역 기간의 상한선이 아니라 노역 일당을 정해놓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역 일당이 10만원이라면 ‘황제노역’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허재호 회장은 무려 682년을 노역해야 합니다.

 

일각에선 반기업-반재벌 정서에 편승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 아니냐고 말합니다. 법무부도 ‘형벌은 행위의 불법과 행위자의 책임 내에서 부과돼야지 경제적 사정과 같이 범죄와 무관한 요소를 양형에 고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실질적인 재산 조사가 어렵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지적대로 소득이 높은 사람을, 자산이 많은 사람을 역차별 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아 더욱 큰 역차별이 발생되진 않을까요. 각종 세금이나 4대 보험 등 자산 등을 활용하는 제도들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자산 조사가 어려워서 제도 도입이 어렵다’는 논리 또한 성립되지 않습니다.

 

《정의론》의 저자인 존 롤스는 정의를 “정당화될 수 없는 불평등이 없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과연 현행 벌금 제도가 정의롭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벌금의 자산·소득 연계제, 노역 일당 총액제가 더 정의에 가깝다고 보십니까. 정부 정책의 방향은 결국 사회 구성원들의 선택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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