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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때마다 불거지는 정치 테마주 주의보

반기문 前 총장 불출마 선언으로 정치 테마주 요동…전문가들 “투자 주의해야”

이석 기자 ㅣ ls@sisapress.com | 승인 2017.02.07(Tue) 10:14:32 | 14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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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시장에 ‘정치 테마주’ 주의보가 발령됐다. 2월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갑자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 테마주들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주목되는 것이 ‘반기문 테마주’다.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돼 온 종목은 한창과 성문전자, 지엔코, 광림 등이다. 한창은 최승환 대표가 유엔 환경계획 상임위원으로 재직 중이라는 이유로 반기문 테마주에 꼽혔다. 성문전자의 경우 신준섭 전무가 반 전 총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엔코는 반 전 총장의 외조카가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광림은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호씨가 사외이사를 맡아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돼 왔다.

 

이들 종목은 ‘반기문 대망론’의 군불이 일었던 2016년 초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1월10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주가는 적게는 50%, 많게는 500%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하지만 최근 조카의 병역기피설이 나오면서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 반기문 테마주 역시 이 기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 시사저널 최준필·시사저널 미술팀


동반 하락한 반기문 테마주 어떤 게 있나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은’ 격이 됐다. 반 전 총장은 2월1일 오후 3시30분쯤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대통합을 이루겠다는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밝혔다.

 

성문전자와 지엔코, 한창, 광림 등의 주가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0.62%, 1.23%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나마 대선 불출마 선언 시점이 장 마감 직전이어서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시간외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이들 종목은 모두 하한가(제한폭 10%)를 기록했다. 시간외 거래대금은 783억5000만원으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결과가 나온 2016년 6월24일(657억7000만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기문 테마주’의 하락세는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지엔코와 한창 등은 개장 직후 하한가로 직행했다. 보성파워텍과 파인디앤씨 등 반 전 총장과 연관이 있다고 소문이 퍼진 테마주들까지도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했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황교안 테마주’나 ‘유승민 테마주’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황교안 테마주로 꼽히는 인터엠과 국일신동, 유승민 테마주로 거론되는 세우글로벌·대신정보통신 등은 2월1일 시간외 거래에서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다. 유력한 여권 후보의 불출마 선언으로 다른 여권 후보 관련주들에 투기성 매수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 후보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테마주’로 꼽히는 우리들제약과 우리들휴브레인, 고려산업, DSR제강은 이날 5%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비상근 등기임원이 지난 대선에서 문 전 대표의 법률 자문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성파인텍은 16.85%나 급등했다. 안희정 테마주인 SG충방과 KD건설은 전 거래일 대비 20%포인트 이상 치솟았다.

 

정치 테마주가 요동을 치면서 투자자들의 희비 역시 크게 엇갈렸다. 반기문 테마주에 투자했던 개미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아야 했다. 특히 반 전 총장이 불출마 선언 직전에 지지율 2위였다는 점에서 ‘충격파’가 적지 않았다. 반면 황교안·유승민·문재인·안희정 테마주 투자자들은 주가 급등의 달콤한 과실을 맛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반 전 총장의 돌연 사퇴를 계기로 정치 테마주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테마주 중 일부 종목의 주가상승은 단기 시세조종 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치 테마주 등 이상 급등 종목들이 나올 경우 움직이는 비상시장감시TF도 필요하면 가동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도 정치 테마주 투자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전통적으로 정치인 테마주들은 실체 없이 정치 상황에 따라 급등했다가 급락하는 상황을 반복했다”며 “회사의 실적이나 미래 성장 가치가 반영되지 않은 만큼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부는 정치 테마주를 ‘개미들의 무덤’이라고 표현했다. 거품이 꺼지면 손해를 입는 투자자는 모두 개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박근혜·이회창·정동영 등 대선후보들의 테마주나, 2012년 박근혜·안철수·문재인 테마주들도 같은 전철을 밟았다. 2012년 말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테마주’로 꼽혔던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은 각각 3640원과 34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거품이 꺼졌다. 이들 회사의 주가는 각각 388원, 407원으로 10분의 1 토막이 났다. 하락률은 89.3%와 88%에 달한다. 최고가에 투자했다고 가정할 경우 대부분 투자 원금조차 찾지 못하고 쪽박을 찬 셈이 된다.

 

 

대선 때마다 테마주 거품 꺼지며 투자자 낭패

 

2007년 대선 때도 상장사 대표나 친인척이 대선후보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으면 무턱대고 주가가 오르는 과열 양상을 보였다. 막연한 기대감에다 한 방을 노린 ‘묻지마식’ 투자 관행이 빚어낸 결과였다. 일부 테마주의 경우 시세조종 세력까지 개입하기도 했다. 일례로 써니전자는 송태종 전 대표가 안랩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됐다. 이후 써니전자의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송 전 대표가 “안 의원과는 연락도 안 되는 사이”라고 해명했음에도 ‘묻지마 투자’는 그치지 않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국거래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시장 전체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65%지만 정치 테마주는 97%에 이른다.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단기 수익 추구 성향의 투자자들이 자연스레 주가 변동 폭이 큰 테마주 쪽으로 몰려가고 있다”며 “폭탄 돌리기식 단기적 투기 거래에 매몰됐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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