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냄새는 속이 좋지 않다는 증거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7.02.09 15:02
  • 호수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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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 근거 없는 왜곡된 건강 상식 백태(2)

불과 100년 전 라듐은 화장품·스타킹·치약 등의 원료로 사용됐다. 방사능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당시에 라듐은 질병 치료와 미용에 좋은 물질이라는 게 상식으로 통했다. 라듐의 위험성을 깨닫기까지는 20년이 걸렸다. 이처럼 당연하게 여기는 상식이 사실과 다른 경우가 있다. 만인의 관심사인 건강에 대한 얘기는 더욱 그렇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건강 상식이 누군가의 경험에 업체의 상술까지 더해져 왜곡된 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퍼진다. 사실과 다른 얘기가 뇌리에 똬리를 틀면 어느새 건강 상식으로 통한다. 왜곡된 건강 상식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예컨대 간에 좋다는 특정 식품으로 간 기능이 더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 시사저널은 의사·식품학자·약사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시중에 떠도는 잘못됐거나 왜곡된 건강 상식을 바로잡기 위한 기사를 여러 회에 걸쳐 게재한다.​

 


#커피는 건강에 나쁘다?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의 연구 결과에서 하루 3~5잔의 커피를 마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수명이 3~7년 긴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병․파킨슨병․당뇨병․뇌졸중에 따른 사망률이 줄고 자살 가능성도 낮았다. 약 30년 동안 여성 16만8000명과 남성 4만 명을 대상으로 4년마다 커피의 분량과 수명 관계를 추적한 결과다. 이처럼 커피에 순기능이 있지만 과하게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삼성서울병원 임상영양팀에 따르면, 성인은 인스턴트커피 기준 5~6잔이 하루 최대치다. 원두커피는 이보다 1~2잔 적게 마시는 게 좋다. 이 이상은 카페인 과다섭취로 숙면에 방해가 되고 긴장감․메스꺼움․불안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커피는 살을 빼는 묘약이다? 

커피 속 카페인은 단기간 식욕을 억제하고 체내 신진대사를 증가시키므로 살이 찌는 것을 방지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카페인이 체중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카페인을 지속적으로 섭취해도 체중이 꾸준히 감소한다는 근거도 없다.


#커피는 뜨거워야 제맛이다? 

커피를 가열하는 과정에 퓨란이라는 발암물질이 생성된다. 인체에 치명적일 정도의 양은 아니고 고(高)휘발성 물질이어서 믹스 커피나 원두커피를 끓인 지 5분 만에 이 물질의 약 90%는 감소한다. 뜨거운 커피를 바로 마시기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마시는 게 건강한 커피 섭취법이다. 


#특정 증상이 사라지면 항생제를 먹지 않아도 된다? 

항생제 처방에는 흔히 진통제가 따라온다. 진통제가 증상을 완화해 주므로 환자는 병이 나은 것으로 여기고 항생제 복용을 중단한다. 그러나 균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특정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처방받은 약을 다 먹는 게 원칙이다.


#아이에게 성인용 약을 쪼개 먹여도 된다? 

위험한 생각이다. 아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라 성인과 다른 개체로 봐야 한다. 최근 한 제약사가 성인용 감기약 광고에 아이를 등장시켜 마치 어린이가 성인용 감기약을 먹어도 되는 것처럼 오해를 샀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서 성명까지 내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성인도 감기약을 먹고 어지럼증, 간 독성 등의 부작용이 생기는데 영․유아는 더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어린이용 약은 단순히 용량만 적은 게 아니라 간 해독 능력, 콩팥의 약 성분 배설 기능이 완전하지 않은 아이의 특성을 고려해서 개발됐다.


#소화가 안 될 때는 소화제가 최고다?

소화가 안 되는 이유로는 위산 저하나 위장 운동장애인 경우가 많다. 위염․위궤양․위암이 원인일 수도 있다. 또 상당수는 경련으로 소화가 안 되는데 이때는 진경제(위의 경련을 진정시키는 약)가 도움이 된다. 따라서 평소 소화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소화제만 먹을 게 아니라 병원을 찾아 정확한 이유를 확인하고 자신에게 맞는 치료제를 찾을 필요가 있다.


#정상혈압(120/80mmHg)이라면 무조건 안심해도 된다? 

본래 자신의 혈압이 정상 수치보다 낮은 사람이 있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혈압이 정상 범위까지 상승했다면 고혈압을 의심해야 한다. 또 동맥경화가 이미 시작됐을 수도 있다. 혈압의 변화는 심장혈관 관리에 관심을 가지라는 우리 몸의 신호다. 


#고혈압은 남성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사한 2015년 고혈압성 심장병 발병 추이를 보면 40대까지는 남성의 유병률이 높다. 그러나 40대에 이르면 남녀 비율이 비슷해지고 50대부터는 오히려 여성의 유병률이 상승한다. 고혈압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위협적인 셈이다. 특히 가임기 여성에게 고혈압은 임신중독으로 인한 혈관 및 콩팥 이상을 초래할 수 있고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라면 신장염․골반염 등을 불러올 수도 있다. 폐경기 이후의 고혈압은 자칫 자각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증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주의할 대상이다.


#고혈압약과 고지혈증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

대개 혈압의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혈압은 정상을 되찾는다. 동맥경화증이나 심장비대와 같이 치료가 어려운 질병이 원인이라면 혈압을 낮춰 심장과 혈관의 부담을 덜고 합병증 발생을 줄이기 위해 평생 약을 복용한다. 그러나 소금 섭취를 많이 줄이거나 운동을 열심히 하거나 심리적 안정 상태를 유지하면 혈압이 떨어져 약을 줄이거나 일정 기간 또는 평생 끊을 수 있다. 고지혈증약도 생활습관 개선으로 줄이거나 끊을 수 있다. 고혈압약과 고지혈증약은 질환을 관리하면서 복용량을 조절하는 것이지 한번 먹기 시작했다고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양치질만 잘하면 스케일링은 필요 없다? 

매일 목욕해도 때가 생기는 것처럼 꾸준히 양치질을 해도 치석은 쌓인다. 치석은 특히 침샘이 분비되는 곳에 잘 생기는데 아래쪽 앞니와 위쪽 어금니 부위다. 칫솔질할 때 특히 이들 부위를 신경 써서 닦아낼 필요가 있다.


#치간 칫솔을 사용하면 치아 사이가 벌어진다? 

치과의사는 잇몸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치간 칫솔을 권한다. 치간 칫솔을 사용하면 대개 잇몸 부기가 빠지면서 치아 사이가 벌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지만 실제로 치아 사이가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드러운 칫솔모가 좋다? 

잇몸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억센 칫솔모보다 자극이 덜한 부드러운 칫솔모가 좋다. 그러나 일반인에게는 어떤 칫솔을 사용하느냐보다 얼마나 자주, 꼼꼼히 칫솔질하느냐가 중요하다. 


#잇몸질환은 약으로 치료된다? 

칫솔질할 때 피가 섞여 나온다면 대부분 잇몸에 염증이 있다는 증거다. 잇몸이 붓고 피가 나므로 음식물 섭취가 불편하다. 이때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잇몸 약을 먹는 사람이 많다. 일부 잇몸 약은 비타민과 소염제 성분이 있어서 일시적으로 부기(浮氣)와 출혈을 막는다. 증상이 사라지므로 잇몸 약으로 잇몸질환이 치료된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자칫 치료시기를 놓쳐 병을 키울 우려가 있다. 잇몸 약으로는 원인균을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치과 치료 효과를 높여주는 수단이라는 게 잇몸 약에 대한 올바른 이해다. 잇몸질환에는 치과 치료가 기본이고 잇몸 약은 보조수단이다.


#대학병원 치과가 동네 치과보다 낫다? 

동네 치과는 주치의 개념으로 삼고 평소 치아에 문제가 없어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곳으로 삼으면 좋다. 치아도 건강할 때 관리해야 더 큰 질환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 치과는 동네 치과에서 하기 어려운 치료를 받을 때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신경치료를 받았으나 다시 신경치료를 해야 할 경우, 임플란트 시술을 위한 뼈 이식이 많이 필요한 경우 등이다. 게다가 같은 치료라도 대학병원 치과는 동네 치과보다 비싸다.


#입 냄새는 속이 좋지 않다는 증거다? 

입 냄새가 나면 몸속 특히 소화기 계통의 문제점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구취의 대부분은 구강 위생과 관련이 있다. 특히 혀에 노폐물이 쌓인 것이 입 냄새의 원인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칫솔질할 때 혀도 닦을 필요가 있다.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을 정도로 구취가 고민이라면 동네 치과보다는 검사 장비가 있는 대학병원 치과를 이용하는 게 이롭다.


#유치는 영구치로 대체되므로 치료할 필요가 없다? 

유치는 영구치가 제자리로 올라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또 턱뼈와 주변 근육 발달에 필요하므로 영구치가 나올 때까지 유치를 보존해야 한다. 유치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이른 시기에 뽑으면 그 공간을 다른 치아가 메우려고 이동한다. 이 때문에 부정교합(위아래 치아가 정상적으로 맞물리지 않아 기능적인 문제가 생긴 상태)이 생길 수 있다. 또 뿌리까지 썩으면 영구치 발육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양악수술은 얼굴을 작게 만드는 수술이다? 

치아 부정교합이 치료로 교정되지 않는 사람에게 필요한 수술이다. 위와 아래턱을 잘라서 이동시켜 맞추는 수술이므로 절대 쉽지 않다. 턱 주변에는 신경이 많아 수술이 실패하면 음식을 씹거나 말하는 기능에 영구적인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쌍꺼풀 수술로 연예인과 같은 눈을 만들 수 있다? 

본래 노화로 눈꺼풀이 처져 시야를 방해할 때 필요한 치료가 쌍꺼풀 수술이다. 한국인은 눈이 작고 쌍꺼풀이 없어서 이 수술을 미용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특히 연예인 눈처럼 만들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해부학적으로 눈 주변 근육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모두 특정 연예인의 눈처럼 만들 수 없다. 수술 난이도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서 수술이 잘못되면 예전보다 못한 눈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전자담배는 담배보다 덜 해롭고 금연에도 도움이 된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2년 전자담배 제품 전체에서 발암물질(아세트알데히드)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담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덜 해로울 뿐이지 전자담배에도 발암물질이 있으므로 권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게다가 금연 효과도 뚜렷하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자담배가 효과적인 니코틴 대체 요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가 세계적 학술지에 발표된 적이 없으며 독성물질을 포함한 것이기 때문에 건강에 유해하다’는 이유로 전자담배를 적법한 금연 도구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금연치료제는 니코틴 패치, 니코틴 껌, 니코틴 정제다. 


#집 밖에서 담배를 피우면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실외에서 담배를 피우고 집에 들어가면 가족에게 간접흡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입안과 옷에 담배의 분진이나 유해물질이 있으므로 가족이 간접흡연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도움말씀 주신 분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김광현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김성진 세명약국 약사
김수인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철수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 원장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박수아 맑은약국 약사
박순섭 국립암센터 간암센터 전문의
변지연 이대목동병원 피부과 교수
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지원센터장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양광모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교수
유재두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 
이동훈 세브란스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
이정원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 
이주혁 키스유성형외과 원장
이진화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장윤정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실장
최낙언 식품업체 시아스 이사
편욱범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
삼성서울병원 임상영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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