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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트럼프 정부의 ‘그림자 대통령’에 주목하라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의 생각을 읽어야 하는 이유

김회권 기자 ㅣ khg@sisapress.com | 승인 2017.02.09(Thu) 17: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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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주변에는 항상 조언자가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역대 조언자 중 일부는 워싱턴이라는 무대 뒤에서 조용히 밑그림을 그리며 도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는 전략가이자 정치고문이었던 칼 로브가 그런 존재였다. 이제 막 출범한 트럼프 정부도 대통령을 위한 조언자가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진영의 선거 대책 본부장을 맡았던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다. 하지만 그는 무대 뒤보다는 무대 위를 좋아한다. 직접 전면에 나서 권력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는 그를 두고 ‘트럼프를 조종하는 위험인물’이라고 평가한다. 

 

배넌의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세계를 놀라게 한 ‘이슬람 7개국 출신 입국 금지 행정명령’이었다. 로이터는 국토안보부(DHS)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당초 행정명령은 이슬람권 7개국 출신 중 미국 영주권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놨지만 배넌, 그리고 그와 가까운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보좌관이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이번 이민 정책 전환을 둘러싸고 백악관은 이민이나 관세, 국경 관리를 담당하는 관련 기관과 협의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독단적으로 이를 주도한 이가 배넌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그래서 배넌이라는 인물은 한 번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버지니아 노퍽 출신인 그는 1976년 버지니아 공대를 졸업하고 조지타운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83년에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의 가족은 아일랜드계 노동자 계급이다. 그래서 그런지 보수적인 그조차 노동조합에는 호의적이라는 얘기가 있다. 배넌은 해군 장교를 지내며 태평양 함대 수상전 장교로 구축함 생활을 했고 이후 국방부에서 특별 보좌관으로 일했다. 제대 뒤에는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했다.

 

말콤 턴불 호주 총리와 언쟁을 펼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오른쪽) © AP 연합


배넌의 NSC 입성으로 대북 정책 기조도 변화 예상

 

그가 도널드 트럼프 진영에 합류한 건 선거전이 한창이던 2016년 8월이었다. 당시 트럼프는 그를 최고경영자(CEO) 자격으로 캠프에 합류시켰고, 그는 트럼프 진영을 진두지휘했다. 트럼프는 당선 뒤 “역사적인 승리로 이끌어줬다”며 그의 활동을 칭찬했다. 그가 백악관에 입성한다고 하자 과거 여성 멸시적인 언행과 극우 활동에 관한 항의가 쏟아졌다. 참고로 그는 보수 성향 인터넷매체인 ‘브레이트바트뉴스’의 대표였다.

 

워싱턴의 권력은 마치 우리네처럼 대통령에 얼마나 가깝게 접근할 권한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역대 정권에서도 자신의 집무실과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 사이 거리를 두고 권력다툼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이번 정부에서 승자는 배넌보다 상대적으로 온건한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인 것처럼 보였다. 원래 트럼프는 이 자리에 배넌을 검토했지만 주위의 설득으로 프리버스를 등용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권력 다툼이 모두 끝난 게 아니었다. 트럼프는 비서실장 대신 수석전략가라는 자리를 신설해 배넌을 기어이 백악관으로 끌고 들어왔다. 이런 억지 등용 과정을 본 이들은 배넌의 영향력이 프리버스와 필적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정부 출범 이후 잇달아 공개된 행정명령을 보면 둘의 권력다툼의 승자는 배넌으로 보인다. 사실상 그가 실세로 자리 잡았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의 발언력은 더욱 강해졌다. 배넌은 1월28일 서명한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 멤버가 되는 이례적 조치의 수혜자가 됐다. 상임 멤버는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장관급 인사들의 모임이다. 과거 부시 전 대통령의 정치고문이었던 칼 로브의 경우 ‘정치와 국가안보는 분리돼야 한다’는 이유로 NSC 참석이 금지됐다. 시민의 목숨과 관계된 결정이 선거에 영향 받을 여지를 막겠다는 것인데 이런 조치는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정치 고문인 데이비드 액셀로드는 NSC에 참석했지만, 상임 멤버는 아니었다. 

 

반면 배넌을 추가하기 위해 트럼프는 군사 최고 수장인 조지프 던포드 합참 의장과 정보 최고 수장인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2명을 NSC 상임 멤버에서 제외시켰다. NSC 관계자에 따르면 배넌은 이제 백악관과 NSC가 제출하는 대부분의 문서를 승인하거나 재작성할 명령권을 가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럴 경우 대북 문제에서도 트럼프가 아닌 배넌의 강경한 목소리가 미국 정책에 반영될 통로가 활짝 열린 셈이다. 과거에 없던 일들이 벌어지자 2008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지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배넌의 NSC 진입을 두고 “생억지짓”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배넌은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배넌의 전횡이 무서운 이유는 또 있다.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 기사에 따르면 배넌은 백악관에서 문서를 절대 남기지 않는다. (Steve Bannon Is Making Sure There’s No White House Paper Trail, Says Intel Source

 

이 기사는 대통령의 조언자에 불과할 거라고 생각했던 배넌이 국가 안보라는 막중한 분야에서 백악관과 NSC 전문가 집단의 조언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익명의 정보기관 직원의 증언으로 묘사하고 있다. 

 

원래 백악관에서 안보에 관한 논의를 할 때는 NSC에 의해 ‘초록’이 만들어진다. 이 초록은 재논의할 때 참조할 수 있도록 보관한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직후 발표된 행정명령에 관한 초록은 남아 있지 않다. 이 얘기는 바꿔 말하면 국가안보에 관한 논의인데도 NSC는 백악관의 논의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이슬람 7개국 입국 금지 때도 트럼프는 ‘국가 안보에 관한 문제’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NSC가 참가해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논의를 기록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에서는 배넌 등 선거 참모가 이 모든 것을 조정하며 기록을 남기지 않고 있다. 이런 의사 결정은 과거 미국 정부에서 볼 수 없던 구조다. 물론 아직 장관들의 의회 승인이 진행 중이라 완벽한 진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비정상적이란 게 미국 내 대체적인 평가다. 

 

미국의 새로운 실세가 등장하자 그의 머리 속 세계관을 탐구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언론에 등장한 배넌의 말을 토대로 그를 해석하려고 시도했다. (‘Why even let ’em in?’ Understanding Bannon’s worldview and the policies that follow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왼쪽)은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의 권력 다툼에서 밀린 모양새다. ⓒ EPA연합


2년 전 배넌의 생각 입국 금지 행정명령으로 현실화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배넌은 2015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난민 수용 계획을 내놓자 “신원 조사를 철저히 한 뒤 선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공화당 의원에게 면박을 줬다. “그들은 도대체 왜 받아들여야 하냐”고 반박하며 “(신원 조사를 위한) 자금은 미국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그런 지역에서 오는 이민은 앞으로 몇 년간 중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1년 3개월 전 그의 주장은 지금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실행됐다. 그의 생각을 해석해야 할 이유가 생긴 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배넌이 ‘미국의 자주권’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국가는 시민을 외부에서 들어오는 이민자로부터 보호해야 하고 다자간 협정에서 퇴장해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어쨌든 현실은 이런 배넌이 실세로 국정을 좌우하며 프리버스 등 정부 내 온건파 의견을 억누르고 있다. 나름 강경한 보수 정치인이던 프리버스도 안보와 이민 문제에서 배넌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좌절하고 있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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