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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평양 Insight] 트럼프 강공 전략에 직면한 김정은의 고민

美 정가에서 불거져 나오는 北 선제타격론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10(Fri) 15:19:17 | 14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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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의 입이 거칠어지고 있다. 1월28일 노동신문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북한군 105탱크사단 훈련장을 찾아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을 불이 번쩍 나게 와닥닥 쓸어버리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발언을 보도했다. 이 부대는 6·25전쟁 당시 서울을 가장 먼저 침공해 인공기를 걸었던 북한군 최정예 전차 전력이다. 김정은은 상징성 높은 부대를 방문해 “남반부 공격 작전지대 안의 산악과 진펄, 강하천들을 단숨에 극복하라”는 등의 언급을 함으로써 대남·대미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런 강경발언과는 다르게 김정은의 속내는 편치 않아 보인다. 1월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행정부의 대북정책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방한은 김정은 정권을 향한 워싱턴의 강력한 대북 신호였다. 트럼프는 ‘도발을 꿈꾸다간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을 것’이란 대북 메시지를 매티스의 1박2일 서울 체류를 통해 던졌다. 미 국방장관이 취임 직후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다.

 

AP통신이 1월31일 ‘미 국방장관의 아시아 순방이 북한에 불길하게 다가오는 4가지 이유’라는 분석 기사를 낸 것도 주목할 만하다. 기사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 실험, 플루토늄 생산용 원자로 재가동, 한·미 합동군사연습과 같은 북한 측 행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둘러 대북정책을 선보일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한·미 국방장관 회동 등 직접적 교감을 통해 동맹관계를 과시하면서 예상보다 빨리, 보다 높은 비중으로 북한 손보기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P 연합


美 상원 외교위원장 “ICBM을 선제타격 해야”

 

대북 선제타격론이 워싱턴 정가에서 다시 공론화하고 있는 것도 김정은에게는 당혹스러운 현실일 수 있다. 포문을 연 건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이다. 코커는 트럼프 내각의 국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던 인물로, 김정은 정권을 ‘깡패정권(Rogue Regime)’으로 규정한 적이 있다. 1월31일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코커 위원장은 “북핵 위협의 시급성은 기존의 사고를 벗어나 모색하는 시간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한 뒤 “북한의 도발이 임박한다면 발사대에 있는 ICBM을 선제타격 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전략적 인내를 내세우며 선제타격을 사실상 배제했던 오바마 행정부와는 온도차가 큰 분위기다. 이를 두고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이 영변 핵시설 폭격을 계획했던 이후 23년 만에 ‘선제타격론’이 도마에 올랐다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의 과거 발언에서도 대북 선제타격을 배제하지 않는 듯한 의중을 찾을 수 있다. 트럼프는 지난 2000년 개혁당 후보 출마 당시 펴낸 저서 《우리에게 걸맞은 미국》(The America We Deserve)에서 북한 원자로 폭격을 주장한 바 있다. 또한 “핵전쟁을 원치 않지만 협상이 실패한다면 북한이 (미국에) 실질적 위협을 주기 전에 무법자들을 겨냥한 정밀타격을 하는 걸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국민에게 피해를 가하려 한다면 대북 선제타격도 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실 북한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트럼프 측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려왔다. 미 대선 열기가 높아지던 지난해 6월초 북한의 선전용 인터넷 사이트에는 “트럼프는 ‘막말 후보’나 ‘괴짜 후보’가 아닌 현명한 정치인이고 선견지명이 있는 대통령 후보감”이란 글까지 등장했다. 과거에 트럼프가 김정은과 북한을 향해 “미치광이 같다. 빨리 사라지게 만들겠다”는 비판을 가했다는 점에서 이런 호감 표시는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그만큼 오바마 집권 8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북·미 관계 진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뜻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북한은 비난 논평을 자제하며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인 최선희도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정책 노선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도발적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란 취지의 언급을 하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보여왔다.

 

하지만 북한에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청사진이 윤곽을 드러낸 데다 군사조치를 포함한 구체적 정책이행도 가닥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대북 선제타격이 미 행정부와 의회에서 공개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북한의 자제력을 잃게 만들 공산이 크다. 이른바 ‘최고존엄’으로 떠받드는 김정은 제거가 거론되기 시작한 국면에서 북한 군부와 고위 관료들이 이를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北 미사일, 지난해 8발 중 1발만 발사 성공

 

문제는 언제, 어떤 수위로 트럼프에게 대항할 카드를 꺼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김정은은 이미 올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마감단계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미국을 향한 이 같은 도발적 언급은 워싱턴 측의 분위기를 격앙시켰다. 당장 미사일 시험발사 버튼을 누른다 해도 손익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김정은은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무수단 미사일(사거리 3000km 이상) 8발을 쐈지만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실패했다. 트럼프에 대항해 발사한 미사일이 실패할 경우 국제적 망신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을 자극할 경우 감당하기 힘든 대북 압박에 처할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해 10월 TV토론 때 “임박한 위협이 있다면 당연히 선제타격을 해야 한다”고 밝힌 인물이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포진한 참모진은 모두 북한에 대한 당근보다는 채찍에 눈길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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