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하고 꾸준한 윤종신으로 평가받고 싶다”
  • 이예지 우먼센스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10 13:35
  • 호수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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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방송인·소속사 대표, 그리고 스튜디오 운영과 잡지 발매까지, ‘팔색조 아티스트’ 윤종신

가수이자 방송인 윤종신이 서울 이태원의 한 골목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월간 윤종신’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나무로 꾸민 정원이 예쁜 붉은 벽돌 주택이 나온다. 신진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 전시가 종종 열리는, 윤종신의 스튜디오다. 2010년 3월부터 지금까지 ‘월간 윤종신’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새로운 아티스트와 곡을 작업해 온 프로젝트의 연장선이다. 그래서 스튜디오 이름도 ‘월간 윤종신’이다. 재미있는 건 그가 매월 펴내는 잡지의 이름도 《월간 윤종신》이라는 거다.

 

 

“스튜디오 이야기만 합시다”

 

음악과 미술·예술 작품을 대하는 윤종신은 꽤나 진지하다. 루싸이트 토끼나 제이레빗 등 마니아층 두터운 가수들과의 협업은 자신만의 색깔을 표출하고자 하는 소신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창 흥행가도를 달리는 영화보다 작품성 뛰어난 영화를 소개하거나 아직 주목받지 못한 인디 가수와 인터뷰를 하는 행보도 맥락을 같이한다. 무엇보다 작품이나 가수 선정 기준이 온전히 자기 마음대로라서 좋다. ‘월간 윤종신’ 스튜디오의 첫 번째 전시 주인공이 ‘여성의 신체’라는 소재에 집중해 작가와 피사체의 감정 교류에 대해 이야기해 온 방상혁 작가라는 점도 왠지 이해가 간다.

 

기자는 스튜디오 오픈 소식을 접하고 당장 전화를 걸었다. 단순 예능인이 아닌 아티스트로서의 독자적, 그리고 독보적 행보를 걷고 있는 윤종신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사흘을 고민하던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스튜디오 이야기만 합시다.” 그 고집도 마음에 들었다.

 

©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2013년 1월 아트 커버 콜라보레이션을 시작으로 다양한 예술 분야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왔어요. 다른 분야와 함께 작업하면 음원 이외의 작업물들이 계속 생기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물리적인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죠. 작업물을 온라인으로만 보여 드리는 것에 한계를 느껴왔다고 할까요. 스튜디오에 대한 기획은 2014년부터 조금씩 해 왔고, 2016년에 들어서면서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스튜디오는 ‘월간 윤종신’이 진행하는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고 홍보하는 공간으로 이용할 예정이에요.”

오래된 주택이 즐비하면서 동시에 구석구석마다 감각적인 카페·편집숍·상점들이 자리하고 있는 이태원이 마음에 들었다는 윤종신. 일상생활과 친숙하게 맞닿아 있는 예술을 바라는 ‘월간 윤종신’과 잘 어울리는 지역이란다. 공간 구석구석, 모든 곳이 윤종신의 손때가 묻어 있다.

 

“자식 같은 공간이에요. 1층에선 전시를 하고, 2층은 사무실로 운영 중입니다. 3층엔 이태원 일대가 한눈에 보이는 옥상 테라스가 있고요. 자주 오지는 못하지만 애정을 품고 있습니다.”

‘월간 윤종신’이 가져야 하는 방향성에 대한 생각도 확고했다. 그리고 아티스틱했다. 

 

“제가 ‘월간 윤종신’을 지속해 나가는 이유 중 하나는 여러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제가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저의 가능성과 색깔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그동안 많은 포토그래퍼들과 작업을 해 봤는데, 방상혁 작가가 찍은 제 모습을 보고 저에게 그런 얼굴이 있는지 처음 알게 되었죠. 새로운 만남과 협업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세계를 넓힐 수 있는 것이죠. 저는 이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참여한 아티스트가 자신도 몰랐던 자기 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것을 동력 삼아 계속 의욕적으로 새로운 작업을 진행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윤상이 세련된 아티스트라면, 김현철은 천재 아티스트”

 

윤종신은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색깔을 정의하지 않았다. 무채색도, 유채색도 아니었다. 그저 부지런히, 그리고 꾸준하게 예술을 하는 모습이 아티스트로서 자기가 가진 무기이자 색깔이라고 했다. 

 

“가장 세련된 아티스트는 윤상이에요. 그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내 음악과 그의 음악을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내 음악은 이 사람의 음악에 비해 왜 이렇게 테크니컬적으로 투박할까, 왜 이렇게 뭔가 듬성듬성한 느낌일까, 하고 고민했죠. 나는 작가로서 좀 더 깊게 파고들어야겠다 싶었고, 좀 더 공을 들이고 싶었고,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아, 윤상처럼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있었던 거죠. 김현철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고 활동한 뮤지션들 모두에게 콤플렉스를 안겨준 친구였어요. 직관적으로 굉장히 뛰어나면서도 그 안은 이론적으로 꽉 차 있는 거예요. 윤상이 세련된 아티스트라면, 김현철은 천재 아티스트죠.”

이적·성시경·김연우 등 절친 동료 가수들에 대한 그의 생각도 이어졌다.

 

“이적은… 진정으로 창작을 하는 사람 같아요. 진짜 자기 것을 하는 사람. 제가 작가라고 부르고 싶은 몇 안 되는 가수죠. 이적이 만들고 부르는 노래는 레퍼런스(reference)가 없는 것 같아요. 완전히 자기 것을 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거죠. 시경이와 작업을 하면 ‘궁합이라는 게 진짜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왜 사람들끼리도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잖아요. 시경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죠. 개인적으로 시경이가 내 페르소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데, 그쪽은 또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웃음). 시경이와는 반대로 연우와 함께 작업한 노래들은 조금 더 리얼한 제 모습이 표현된 것 같습니다. 생활밀착형이랄까요. 《청소하던 날》도 그렇고, 《이별택시》도 그렇고, 《금단현상》도 그렇죠. 그게 사실 연우의 이미지와도 무척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웃음).”

가수·방송인·소속사 대표. 그리고 이제는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잡지를 발매하는 예술인까지 활동영역을 넓혔다. 어떤 아티스트로 비춰지고 싶은지 물었다. 

 

“기본적으로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니까 좋은 음악으로 사랑에 보답하고 싶어요. 방송도 열심히 할 거고요. ‘월간 윤종신’의 다양한 활동도 지속할 겁니다. 아티스트로 불리기보다는 부지런하고 꾸준한 윤종신으로 평가받고 싶어요. 후배들에게도 음원 차트 순위를 기대하지 말고 롱런하라고 조언해요.” 

트렌드를 보는 시각과 예술 앞에서의 경건한 태도, 창작을 즐기는 적극적 마인드. 오늘 윤종신에게 한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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