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텐트’가 ‘빅 텐트’로 커질까
  • 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14 09:58
  • 호수 142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학규, 국민의당과 통합 국민의당·바른정당 연대 여부 주목

비문(非문재인) 성향의 야권 세력이 추진해 온 제3지대 ‘스몰 텐트(small tent)’가 시동을 걸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중도에 낙마한 이후 동력을 상실했던 ‘빅 텐트(big tent)’파가 이를 계기로 세력 확장에 나설 태세다. 야권 세력이 바른정당 등 개혁적 보수 세력과 결합하는 빅 텐트가 ‘벚꽃 대선’판을 흔들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2월7일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선언했다. 두 세력의 통합으로 스몰 텐트가 처음 현실화되면서 정계개편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손 의장은 “개혁 세력을 하나로 모아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며 “안철수의 ‘공정 성장’, 천정배의 ‘개혁 정치’, 정운찬의 ‘동반 성장’과 손잡고 저녁이 있는 삶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과 국민주권개혁회의는 통합 절차를 마무리한 뒤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을 추가로 규합해 야권발(發) 스몰 텐트 구축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스몰 텐트를 완성한 뒤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스몰 텐트 확장의 1차 관문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합류다. 국민의당은 개헌론자인 김 전 대표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손 의장은 김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김 전 대표에게 통합 선언을 말씀드렸는데 먼저 가서 잘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사진 아래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유승민, 안철수, 정운찬, 손학규, 남경필 © 시사저널 박은숙·시사저널 이종현

김종인·정운찬 “당장 합류할 생각 없다”

 

손 의장 측은 조만간 김 전 대표, 정 전 총리도 스몰 텐트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의장 최측근인 무소속 이찬열 의원은 두 사람의 제3지대 합류 가능성에 대해 “앞으로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선 “경륜이 많아 속마음을 쉽게 나타내는 분이 아니다”며 “언젠가 행동으로 옮길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 비문 의원들의 탈당 여부와 관련해선 “주류에 들어가지 못한 분들은 항상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많은 분들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구상은 1차 고비를 맞았다. 김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당장 합류 의사가 없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국민의당 합류설을 부인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무슨 탈당을 한다는 건가. 내가 정치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다면 또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개헌을 고리 삼은 정계개편 가능성과 관련해선 “정치풍토를 봐선 대선 뒤에도 이합집산이 이뤄지기 어렵다. 정계개편은 개헌을 반대하는 사람이 끌어다 붙이는 핑계일 뿐”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대신 김 전 대표는 대선 주자 지지율 2위로 급상승한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촛불집회를 보면서 걱정이 많다. 나라가 딱 둘로 나눠진 형태다. 반반씩 나눠져 누가 집권하든 반(半)의 세력은 절대 협조를 안 하리라 본다”면서 “협치라는 것, 공동정부적 성격을 머리에 갖지 않고선 나라를 끌고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자신이 주장하는 협치를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이 당내에 강력한 대선 주자로 급부상한 마당에 탈당 명분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 전 총리도 자신이 조만간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텐트 형식의 교감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자 행보에 대해선 “적어도 당분간은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은 손학규 의장이나 국민의당도 강하게 갖고 있다”면서 “실제로 말이나 접촉은 없지만, 암묵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총리가 자신의 몸값을 올려 국민의당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전략적 행보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가운데)이 2월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공식 선언한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바른정당, 국민의당에 연대론 제기

 

빅 텐트론을 주도하는 국민의당이 넘어야 할 2차 관문은 바른정당과의 연대다. 빅 텐트로 퀀텀 점프(Quantum Jump)할 수 있는 강력한 도약대여서다. 하지만 정치적 연대를 둘러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빅 텐트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부정적이다. 박지원 대표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정체성에서 굉장한 차이가 있다”며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서 국민들께 정책과 모든 것을 인정받는 게 새 정치”라고 선을 그었다. 안 전 대표도 “정권교체는 역사의 명령으로,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정권을 꿈꿀 자격이 없다”고 일축했다. 바른정당과 연대할 경우 호남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 전 총장 영입에 공을 들였다가 실패한 바른정당에선 국민의당과의 연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선거는 연대의 승리가 이미 증명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도 그렇게 해야 한다”며 “합당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연대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자당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의 지지율이 너무 낮아 지지율이 높은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등과의 경선을 통해 정권창출의 시너지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유 의원은 국민의당·새누리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국민의당은 진보라고 보기에는 보수의 길에 더 가까운 길을 걷지 않았나 싶다”면서 “새누리당·바른정당·국민의당 일부가 모여 범(汎)보수 후보가 단일화를 해서 후보를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은 당초 반 전 총장 영입을 전제로 민주당 비문 의원 10명과 새누리당 10여 명의 입당에 잠정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빅 텐트 주도권을 잡아 국민의당과 연대한다는 전략을 수립·추진했으나 반 전 총장의 중도 낙마로 수포로 돌아갔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반 전 총장 측이 우리 당 관계자와 만나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다른 세력과의 연대에 관심을 보이면서 빅 텐트 추진이 무산됐다”고 털어놨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