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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평양 Insight] 김정은, 트럼프와 정상회담 기대하나

美 대북 강경 정책에도 트럼프 직접 비난하진 않아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19(Sun) 13:10:36 | 14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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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파상공세에 평양이 꽁꽁 얼어붙었다. 1월20일 출범한 새 행정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김정은 정권에 대한 초강경 발언을 쏟아낸다. 의회에서도 초당적 대북 압박 구상이 잇따르고 있다. 연일 호전적 발언과 도발행보를 이어온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잔뜩 긴장한 형국이다. 예상보다 훨씬 더 속도를 내는 워싱턴발 ‘북한 다루기’에 대응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딜레마에 빠진 것이란 진단까지 나온다.

 

미국의 대북 드라이브에는 강경성향의 외교·안보 인사들이 총출동한 모습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2월8일(현지 시각) 공개된 상원 인준 청문회 답변서에서 북한을 ‘가장 중대한 위협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임박했다고 판단되면 ‘모든 국력(all elements of our national power)’을 동원할 것임을 시사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2월7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북한 미사일 관련 토론회에 보낸 화상 연설을 통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원점을 선제타격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의회도 대북 압박에 적극 나섰다. 상·하원 외교위원회는 잇달아 북핵 청문회를 열어 대북제재를 논의했고, 하원은 초당적 대북 규탄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북한의 반응 수위는 예상 밖이다. 딱 부러진 비난 성명이나 위협 발언은 찾아보기 어렵다. 직접적인 트럼프 비난은 없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한국을 찾아 한·미 군사공조를 공언했지만 북한 관영매체들은 “최대의 경각성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는 수준으로 넘겼다. 북한 정규군 창설 69주년을 하루 앞둔 2월7일에는 “적들이 도발하려 한다면 무자비한 선제타격으로 침략 본거지들을 불마당질해 버릴 것”이라고 위협하는 데 그쳤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05탱크사단을 찾아 탱크장갑보병연대의 겨울 도하(渡河) 공격전술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월28일 보도했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


트럼프 정부와 대립각 세우지 않을 듯

 

이런 모습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겠다는 북한 당국의 뜻이 읽혀진다. 트럼프 당선 직후 외무성 미주국장 최선희를 통해 “미국이 대북 정책을 새로 선보이기 전까지는 도발하지 않을 것”이란 요지로 언급한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대신 김정은은 내부 단속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대북 정보 당국은 김정은이 지난 1월 중순 보위상 김원홍을 강등·해임하는 등 국가보위성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차관급 부상(副相)이 처형당하고 김원홍도 대장(별 4개)에서 소장(북한군은 별 1개)으로 강등된 이후에 해임됐다는 것이다.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동원한 이번 숙청작업의 처벌 수위나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평양에 공포정치의 피바람이 또 한 번 몰아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집권 6년 차에 접어든 김정은이 대미·대남 도발공세 쪽보다는 권력기반 다지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는 김정은이 올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를 마감단계에서 추진 중”이라고 공언한 대목이다. 조선중앙TV 등 관영매체를 통해 대내외에 알린 ‘ICBM 발사’가 늦춰질 경우 노동당과 군부 엘리트 간부는 물론 주민들까지 김정은이 트럼프의 대북 강공에 꼬리를 내린 것이란 생각을 할 수 있다. 33살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가장 싫어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도발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는 게 고민거리일 수 있다.

 

향후 북한 내부정치나 한반도 관련 일정도 김정은이 고려해야 할 요소다. 2월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사망) 75회 생일을 시작으로 4월15일 김일성(1994년 사망) 105회 생일까지는 찬양 및 우상화 분위기를 이어 가야 한다. 과거엔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 등 주요 도발카드를 이런 날짜에 맞춰 꺼내들어 대내외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수법을 구사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가 평양을 주시하며 대북 선제타격이나 응징을 벼르고 있는 상황에선 택일이 만만치 않다.

 

3월 한·미 합동 군사연습이 치러지는 점도 핵심 변수다. 한반도에 스텔스 전폭기와 항공모함 등 미국의 전략자산이 집중 전개되는 시점에 도발할 경우 북한 정권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북한은 한·미 군사연습 중단을 조건으로 핵·미사일 도발 중단 용의를 밝히는 등 유화공세를 본격적으로 펼칠 기세다.

 

2017년 2월3일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에서 한민구 장관(오른쪽)이 방한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과 만나 회동 전 악수하고 있다. © AP 연합


미국 내에선 김정은 정권 제거 공론화

 

북한 선전매체들은 2016년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는 ‘막말 후보’나 ‘괴짜 후보’가 아닌 현명한 정치인이고 선견지명이 있는 대통령 후보감”이란 주장까지 내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우호적 메시지를 보낸 데 따른 호응이었다. 하지만 현실로 다가온 ‘미합중국 대통령 트럼프’는 달랐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최고 가치로 내세운 트럼프에게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 핵과 미사일은 최대의 위협으로 간주됐다. 결국 김정은 정권 제거까지 공론화하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지금 김정은의 곁에는 트럼프의 대북 인식을 읽어내고 생존전략을 짤 조언그룹이 마땅치 않다. 북·미 제네바 핵합의(1994년 10월) 등 김일성, 김정일 시기 대미 외교 틀을 짜온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는 2016년 5월 암으로 사망했다. 베테랑 대미 라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도 와병 중이다. 외무성 미국국장이던 한성렬을 부상에 앉히고, 후임에 최선희 부국장을 임명하는 변화를 꾀했지만 경륜이나 중량감은 떨어진다.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 시절 후견인이던 리수용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유럽통이라 대미 전략을 짜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무엇보다 김정은식 공포정치에 질린 노동당과 내각의 엘리트들이 조언을 꺼린다는 점도 문제다.

 

김정은과 북한 권력 엘리트들은 이제 막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과 그 행정부 관료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북한을 겨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쏟아내면서 대북 압박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국면에서 어설프게 도발했다가는 자칫 정권의 파국을 각오해야 할 패착이 될 수 있다.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을 앞세운 예측불허의 도발 행보로 미국과 국제사회를 뒤흔들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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