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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촛불이 만든 최순실法 ‘흐지부지’되나

집시법·재산환수법 등 2월 국회 통과 불투명

구민주 기자 ㅣ mjooo@sisapress.com | 승인 2017.02.20(Mon) 10:21:11 | 14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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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간 이어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는 우리 사회 적폐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시민들은 국정 농단 가담자들에 대한 확실한 처벌과 적폐 청산 필요성을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정치권은 촛불민심을 받들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법안을 쏟아냈다. 국정 농단이 사회 각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진 만큼, 제출된 관련 법안 역시 수십 개에 달했다. 야당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지라도 이참에 제대로 고치고 가자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의지가 현재로선 용두사미로 끝날 모양새다. 지난해 말 여야는 조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1·2월 두 달을 사실상 입법 마지노선으로 보고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그러나 1월 한 달간 쟁점법안 대부분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여야 4당은 남은 2월 국회에선 ‘빈손 국회’의 오명을 반드시 벗겠다며 제각기 우선처리법안을 선정했다. 특히 개혁입법을 적극 추진해 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정치·재벌·검찰·언론·민생(사회) 개혁으로 나눠 20여 개 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2월의 절반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4당이 확실히 처리에 합의한 법안은 극소수다. 자유한국당은 야당이 내세우는 ‘개혁입법’에 대해 “정치입법을 개혁입법으로 포장하지 말라”며 반대했다. 이에 대해 야당의 한 상임위 간사는 “법안 처리에 진척이 없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여당의 발목잡기”라며 “여당이 아예 논의 테이블에 올리려고도 안 하는 민생법안도 많다”고 반박했다.

 

6차 촛불집회가 열린 2016년 12월3일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구속 수사’ ‘관련자 구속, 부당재산 몰수’ 등이 적힌 ‘주권자의 7대 요구’ 피켓을 들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집시법·재산환수법 등 논의 뒷전

 

촛불정국 전반기에 국민 공감을 얻었던 법안 중 관심에서 멀어져 현재 논의조차 되지 않는 것도 여럿이다. 대표적인 게 광장에 촛불이 켜진 직후부터 요구돼 온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집시법)’이다. 지난해 10월29일부터 시작된 촛불집회에서 경찰이 집회 시간과 행진을 제한하자, 이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11월9일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 16명의 의원은 청와대 등 주요 기관 100m 내 집회 금지 조항을 30m로 축소하고, 관할 경찰서장의 자의적 판단을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 후 집회 현장에서의 채증을 금지하거나 금품을 제공해 참가자를 동원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집시법 개정안이 이종걸·이재정 민주당 의원 등에 의해 4건 더 발의됐다. 하지만 현재 이들 모두 해당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안행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상임위마다 워낙 처리해야 할 법안이 많아 본격적인 논의가 미뤄지는 것 같다”면서 “살수차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는 등 계속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남춘 안행위 간사 측은 “여야 간 입장 차가 첨예하고 무엇보다 여당의 반대가 심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윤재옥 안행위 간사 측은 “야당도 지금은 18세 선거권 보장 등 다른 사안을 다루느라 집시법을 관심 법안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면서 “법 개정보다 집회 관련한 경찰 내부의 운용지침을 보완하는 게 먼저라고 본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집시법의 2월 국회 통과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오는 3월 국제 앰네스티,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집시법 관련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논의를 재점화할 계획이다.

 

여론의 강력한 요구로 발의된 ‘국정 농단과 불법·부정축재 재산 진상조사 및 환수 등에 관한 특별법(재산환수법)’ 역시 집시법과 비슷한 상황이다. 아버지 최태민 시절부터 부정으로 축적한 최순실 일가의 재산이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재산을 전부 몰수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분이 들끓었다. 이에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민병두 민주당 의원 등이 줄줄이 재산환수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이 또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조차 안 된 상태다.

 

현재 정의당만 이 법을 개혁입법 최우선 순위로 선정했을 뿐 다른 당의 우선처리법안엔 빠져 있다. 추 의원 측은 “제정법이라서 공청회도 열어야 하고, 야당끼리도 아직 법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당장 처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월28일 종료 예정인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지금 잠시 가라앉은 최순실 재산 몰수에 대한 여론이 다시 끓어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6년 12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5차 청문회’에 최순실 등 핵심증인들이 불출석해 자리가 비어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與 보이콧으로 증언감정법 통과 차질

 

비교적 합의가 쉬울 것으로 예상한 ‘국회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증언감정법)’은 일정부분 여야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지난해 12월6일부터 7차례에 걸쳐 이뤄진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채택된 132명의 증인 중 최순실을 비롯한 절반 이상이 불출석했다. 이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청문회 출석요구서 수령을 피하려 숨어 다녔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출석요구서를 관보나 인터넷상에 공시하고 일주일 후부터 효력이 발생토록 하는 소위 ‘우병우 방지법’을 발의했다. 그 외 증인 불출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도 무더기로 발의됐다. 각 당은 운영위원회 논의를 거쳐 2월 국회 내 해당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월 국회 종료 전까지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2월23일, 3월2일 두 번 열린다. 23일 본회의는 사실상 특검법 연장 여부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현재 여야가 합의 중인 쟁점 법안들은 대부분 3월2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점점 다가오는 본회의 일정에 각 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상임위 간사들이 연일 회동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합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와중에 자유한국당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야당이 MBC, 삼성전자, 이랜드 등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의결한 것에 반발해 상임위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2월 국회도 1월처럼 맹탕으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장소화 간사는 “정치권이 촛불민심에 힘입어 관련 법안들을 가열차게 쏟아냈지만 정작 그 후 논의 과정은 뜨뜻미지근했다”면서 “민생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노력을 건너뛰고 바로 대선 정국으로 온통 신경을 쏟고 있는 건 아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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