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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의학적 명칭은 ‘스트레스’입니다

정치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미국과 한국의 동병상련

김회권 기자 ㅣ khg@sisapress.com | 승인 2017.02.21(Tue) 17: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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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치솟아 오르는 미친 집값이 스트레스를 주고 아이를 키우느라 끝없이 들어가는 보육비가 스트레스를 준다. 이런 스트레스는 정치가 올바르게 작동하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된다. 부동산 정책을 잘 세우면 되고 보육비 지원책을 마련하면 되지만, 현실 정치는 그러지 못하다. 그래서 정치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덕에 서민들의 고단한 삶은 계속되고, 분노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 

 

최근 와이어드는 2016년 10월 미국심리학회(APA)의 연구결과를 가져와 정치와 스트레스의 상관관계에 관해 밝혔다. APA는 연례 연구보고서인 ‘Stress in America’를 통해 미국인에게  2016년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 무엇이었는지 조사해 발표했는데 스트레스의 일등공신은 바로 ‘대통령 선거’였다고 한다.

 

조사 대상이 된 미국 성인 중 절반 이상은 지지 정당과 관계없이 대선 때문에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바꿔 말하면 선거 기간 중 미국의 구석구석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는 얘기다. (이건 우리와 오버랩 되는 부분이다)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율은 취임 직후인 시점을 놓고 봤을 때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얘기는 많은 미국인이 받은 대선 스트레스가 재빨리 해소될 수 없다는 추측을 낳는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미국 전체에 균열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가정 내에서조차 정치적 대립을 가져왔다. 특히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은 통로로 등장한 게 소셜미디어(SNS)였다. 조사에 참가한 사람들 중 38%가 SNS상에서 벌어지는 선거 관련 의견 충돌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최근 선거 운동에서 소셜미디어의 활용은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SNS를 사용하는 유권자 역시 선거 기간 동안 정치와 선거에 관한 수많은 설들을 이곳을 통해 접한다. 그런데 2016년 7월12일~8월8일 사이에 인터넷과 우편을 통해 4579명의 성인을 조사한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보고서를 보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SNS에서 벌어지는 정치 논쟁의 논조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SNS에서 정치적 게시물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답한 이용자가 20%였던 반면 37%의 이용자는 그런 정치적 게시물을 보는 것이 ‘피곤하다’고 답했다. 우리네 모습과 비슷하게 미국 역시 SNS에서 지지정당, 혹은 이념 진영에 따라 갈려 서로를 따끔하게 비판하는 것을 넘어 자극적인 의견들이 난무했다. 보고서는 “SNS 사용자의 상당한 비율이 SNS가 다른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분노에 가득찬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이 대목이다. 정치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상대와 인터넷에서 교류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가 쌓이고 좌절한다”고 답한 비율이 59%에 달했다.

 


스트레스 덜 받을수록 투표율 높게 나와

 

투표와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도 살펴보면 흥미롭다. 선택 행위인 투표는 고민 그 자체다. 어떤 후보에게 나의 한 표를 던져야 할 지 고심하다보면 유권자의 스트레스 지수는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투표라는 고민 그 자체가 스트레스인 셈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기는 대표적인 생리현상은 코르티솔의 분비다. 일단 뇌가 위협을 느낄 때 시상하부가 뇌하수체에 신호를 보내고 이때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코르티솔이 활발하게 생성된다. 2011년 9월 이스라엘 네게브 벤-구리온대 연구팀은 참가자의 코르티솔을 측정해 선거에 참여한 유권자의 스트레스가 평소보다 3배 가량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9년 열린 이스라엘 총선 투표에 참여한 113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를 재봤다. 그 결과 투표소를 10m 앞에 둔 유권자의 스트레스 수치는 평소보다 3배 이상 올라갔다.

  

투표로 생기는 스트레스와 투표율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도 있다. 제프 프렌치 미국 네브라스카링컨대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유권자가 스트레스를 덜 받을수록 투표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연구팀은 보수 지지층, 진보 지지층, 그리고 정치에 무관심한 참가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와 정치 참여도의 관계를 알아봤다. 앞서 실험에서 언급한 코르티솔 호르몬의 양으로 스트레스를 확인했는데 스트레스가 낮은 사람들이 선거운동이나 후원 등 정치 활동에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참가했다. 그리고 투표율 역시 이들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사례에서도 비슷한 연구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협성대 보건관리학과 오은환 교수는 2010년 6월2일에 실시한 전국 동시지방선거 전국 14개 시ㆍ도에 속한 기초 자치단체 222곳의 투표율과 각 지자체 주민의 음주율ㆍ흡연율 등 각종 보건 지표의 관계를 분석했다. 결과를 보니 해당 주민의 흡연율ㆍ스트레스 인지율(스트레스를 ‘아주 심하게’ 또는 ‘심하게’ 받는다고 응답한 주민의 비율)ㆍ자살률(주민 10만명당 자살자 수)이 낮을수록 해당 지자체의 투표율이 높게 나타났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현대사에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이 진행 중이고, 국민들은 주말마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이며, 지지하는 대선 후보에 따라 서로가 서로를 가열차게 공격하는 지금의 상황. 우리 국민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일까. 그리고 이런 스트레스가 대선 투표율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 정치가 건네 줄 스트레스의 세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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