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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 물밑 싸움 시작됐다

‘조기 대선’ 앞두고 경찰 수사권 독립 요구 다시 불붙나

조해수 기자 ㅣ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7.02.22(Wed) 09:19:26 | 14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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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 문제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 간 물밑 싸움이 또다시 격화되고 있다. 현재 분위기는 경찰 측이 유리하다. 20대 국회에서 경찰 출신 국회의원은 모두 8명으로 역대 최다(最多) 인원이다. 검사들의 연이은 비리로 검찰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시 예상되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야당을 중심으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지지하는 공약들도 제시되고 있다. 경찰 측에서는 “정권 교체만 이뤄진다면 60여 년 해묵은 숙원사업인 수사권 독립을 쟁취하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2심 선고가 내려졌다. 부산고법 형사합의1부(김주호 부장판사)는 2월16일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조 전 청장에게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뇌물을 준 정아무개씨에게는 징역 8개월이 내려졌다.

 

2011년 11월 일선 경찰들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항의 표시로 수갑을 반납했다. © 연합뉴스


‘검찰 대립’ 조현오 前 경찰청장 2심에서 실형

 

승소를 자신하던 경찰 측으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1심에서는 조 전 청장이 ‘낙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씨가 2010년 8월과 2011년 7월경에 각각 3000만원과 2000만원의 뇌물을 조 전 청장에게 제공했다”며 징역 5년, 벌금 1억원, 추징금 5000만원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주요 증거인 정씨 등의 진술을 믿을 수 없으며, 진술 외의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두 차례의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정씨 등의 진술을 모조리 부정하거나 또는 그 신빙성을 모조리 배척하여야 할 사유가 없다”며 3000만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로 인정했다.

 

경찰 측에서는 이번 조 전 청장의 판결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경찰 고위 간부는 “물론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검찰이 추가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음에도 1심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측이 이번 판결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조 전 청장이 재임 시절 수사권 독립에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검찰과 대립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조 전 청장은 경찰청에 범죄정보과를 신설해 검찰의 비리를 수집하고 내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윤아무개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수사다. 조 전 청장이 만든 범죄수사과는 2012년 ‘육류수입가공업자 김아무개씨가 세무조사 무마의 대가로 현금 2000만원을 윤 전 서장에게 제공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진행하던 중, 윤 전 서장이 검찰 고위 관계자에게 골프 접대 등 로비를 펼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했다. 당시 윤 전 서장의 친동생이 서울중앙지검의 고위 간부였고, 윤 서장의 로비를 받은 의혹을 산 검사들도 모두 고위 간부였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가운데)이 2월16일 뇌물수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 연합뉴스


‘검찰 저격수’ 황운하 경무관의 귀환

 

그러나 검찰은 “경찰이 표적수사를 하고 있다”며 골프장 압수수색 영장을 수차례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윤 서장을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윤 서장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던 검사가 조 전 청장 사건을 지휘한 부산지검의 차장검사였고, (재판 도중 검찰 인사가 난 후) 현재 차장검사는 윤 전 서장의 동생”이라면서 “누구라도 검찰 권력에 도전하면 무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조 전 청장 사건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검찰은 2015년 5월부터 조 전 청장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별도로 조 전 청장에게 인사 청탁을 알선해 주겠다며 1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조 전 청장의 지인들을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알선수재 혐의를 받은 송아무개씨의 경우 120여 일간 구속되기도 했다. 그러나 송씨는 2심까지 모두 무죄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검찰 측은 “표적수사란 있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조 전 청장은 2011년 수사권 조정 업무를 책임지는 수사구조개혁팀을 수사구조개혁단으로 격상했다. 최고 책임자 역시 총경에서 경무관으로 한 단계 높였는데, 당시 수사구조개혁단장을 맡았던 황운하 경무관은 지금까지도 경찰 수사권 독립의 아이콘으로 인식되고 있다. 2013년 수사구조개혁단은 수사구조개혁팀으로 격하됐고,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해 12월 정기 인사를 단행하며 수사구조개혁팀을 다시 수사구조개혁단으로 격상시키는 동시에 황운하 경무관(경찰대 교수부장)을 단장으로 임명했다. 검찰 저격수의 귀환인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은 수사권 독립 얘기가 나올 때마다 경찰이 대형 수사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전에 김아무개 검사가 말했던 것처럼 ‘검찰은 의사, 경찰은 간호사’라는 식이다”면서 “이런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한 검찰 개혁은 요원할 뿐이다. 권한을 분산해야만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다.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내놓지 않는 것은 퇴직 후 더 많은 전관예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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