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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민희’와 ‘인간 김민희’ 사이

베를린 여우주연상 김민희를 바라보는 대중의 불편한 시선 “배우로선 인정할 수 있지만 인간으로선 틀렸다”

정덕현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28(Tue) 11:18:27 | 14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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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민희’와 ‘인간 김민희’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생겼다. 2017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동시에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 스캔들로 인해 박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 도대체 김민희를 어떻게 봐야 할까. 

 

2월18일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의 연기력을 인정받아 은곰상(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국인 여배우로는 최초의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으로, 분명 영화계의 경사다. 이로써 한국은 1987년 베니스영화제의 강수연(《씨받이》), 2007년 칸영화제의 전도연(《밀양》)에 이어 세계 3대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모두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그녀의 수상에 대해 대중 누구도 속 편하게 박수를 쳐주지 못했다. 그녀에게 드리워져 있는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 스캔들’ 때문이다.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2월18일(현지 시각)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시상식에 앞서 레드카펫에서 손을 꽉 잡은 채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은 2016년 6월 불륜 논란에 휩싸인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 AFP 연합


쿨한 것인가, 도덕적 불감증인가

 

사실 베를린영화제에서 김민희가 수상을 하지 못했다고 해도, 그녀가 배우로서 괄목상대할 성장을 했다는 걸 부정하는 평가는 별로 없었다. 이미 2015년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도 그녀는 인상적인 연기를 보인 바 있고, 특히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서 그녀가 보여준 연기는 누구도 따라 하기 쉽지 않은 독보적인 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기의 성장이 분명하게 나타나는 상황에서도 그녀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건 작년 6월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의 부적절한 관계가 알려지게 되면서부터다. 파장은 이들의 이름이 하루 종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컸다. 하지만 사실 영화업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소식이 새로울 건 없었다. 이미 두 사람이 가깝다는 소문은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다만, 이제 막 우리네 영화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 두 사람이었기 때문에 알고도 모르는 척 쉬쉬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만큼 영화계에서 두 사람 관계의 이야기는 조심스러웠다는 것이다.

 

특히 파장이 컸던 건 매체를 통해 소개된 홍 감독의 부인과 측근의 인터뷰였다. 그 인터뷰 내용은 젊은 아가씨와 바람난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와 가족이 겪은 지독한 상처를 드러내고 있었다. 대중들은 그 가족들이 겪은 고통을 공감하며 홍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불륜을 성토했다. 하지만 심지어 딸에게까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말했다는 인터뷰 내용에서는 이미 홍 감독의 어떤 각오 같은 것이 느껴졌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그것을 기꺼이 현실로 끌고 나오겠다는 결심.

 

© AP 연합


현실의 이야기가 영화로 들어갔을 때

 

불륜 사실이 매체들을 통해 대서특필되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민희나 홍상수 감독은 여기에 대해 가타부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것은 최근 베를린영화제에 오랜만에 모습을 나타내, 수상 후 가진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내와 딸에게 전할 말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대신 영화와 수상에 대한 이야기만 나왔는데, 이미 불륜 사실이 밝혀진 터라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김민희씨와 가까운 사이입니다. 민희씨의 의견을 많이 듣는 편이죠. 이 대사는 김민희가 만든 대사라고 할 수 없고 결합돼서 나오는 겁니다”라는 홍 감독의 말이나,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준 홍상수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겠습니다. 제가 지금 느끼는 기쁨을 느끼게 해 주신 홍상수 감독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는 김민희의 수상소감 모두 각별한 그들의 사이를 드러내는 이야기로 들렸다. 특히 공식석상에서도 아랑곳없이 친밀함을 드러내는 두 사람의 모습은 타인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줬다.

 

그것은 마치 불륜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뛰어넘는 사랑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대중들에게는 그저 불륜에 눈멀어 도덕적 불감증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라 여겨졌다. 영화는 종종 사랑과 불륜의 경계가 얇다는 걸 보여주고, 특히 홍 감독의 영화에는 그런 상황들이 자주 등장한다. 물론 예술은 때론 어떤 인간의 금기와 한계를 뛰어넘는다. 하지만 예술과 실제 현실이 같을 수는 없다.

 

김민희에게 이번에 은곰상을 안긴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공교롭게도 그 내용이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여배우의 이야기다. 물론 홍 감독의 영화가 어떤 현실들을 영화 속으로 끌어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현장에서 대본을 주고 즉흥적인 상황을 연출해 내는 홍 감독의 방식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러한 불륜 스캔들이 있는 와중에 그 현실을 그대로 떠올리게 하는 영화를 찍었고, 그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가 ‘사랑의 본질’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논쟁적인 작품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불륜을 가져와 사랑의 본질을 다루는 영화의 장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보는 이들에 따라서는 영화를 통한 자신들의 현실상황에 대한 토로와 변명처럼 읽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민희가 2월18일(현지 시각)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뒤 홍상수 감독과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DPA 연합


“도덕적으로 어떻든, 홍상수 감독의 예술성을 인정해야 한다.” 외신들은 이런 반응을 보이며 극찬을 아끼지 않지만, 국내 대중들은 이 영화가 그들의 불륜을 미화하는 자전적 작품이라며 벌써부터 불편함을 토로한다. 김민희가 서 있는 위치는 바로 그 경계선상이다. 영화로서는 인정받을 수 있지만, 현실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위치. 영화와 현실은 결코 같을 수 없지만, 영화 같은 일을 현실에서 실제로 벌였다. 그래서 그 현실의 이야기를 영화로 끌어들인 의도에는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무력화시키려는 욕망 같은 것이 있었던 게 아닐까.

 

인성과 능력을 구분해서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게 우리네 정서다. 능력은 좋지만 인성이 잘못되어 그 능력이 누군가에게 커다란 피해를 주는 경우를 우리는 현실에서 참으로 많이도 봐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예술의 세계에 있어서 지나치게 도덕적 잣대를 내세워 그 사람의 모든 걸 평가하는 건 과한 일이다. 하지만 대중들 입장에서 이를 구분해 평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영화와 현실을 영화 속에서도 또 현실 속에서도 이처럼 중첩시키며 살아가는 그들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해서 대중들은 백번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영화는 맞을 수 있지만 현실은 틀렸다.” 배우로서는 인정할 수 있지만 인간으로서는 틀렸다. 물론 그들은 그걸 구분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는 파국을 일으키는 일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끌리는 것이 ‘사랑의 본질’이라 말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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