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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어찌 됐든 지금 가장 흥미로운 여배우

‘배우 김민희’를 위한 변명…작품으로 최악의 스캔들을 돌파하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3.01(Wed) 16:18:42 | 14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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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가 배우로서는 최고의 영광인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은곰상)을 받고 아이러니하게도 논란의 중심에 다시 섰다. 연기력 논란이 아닌, 스캔들 논란이다. 이미 홍상수 감독의 신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보여준 연기에 호평이 쏟아져, 조심스럽게 수상 결과가 점쳐지던 차에 전해진 낭보였다. 이 영화는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초청된 바 있으니, 김민희는 1년 사이 세계 3대 영화제 중 두 곳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긴 셈이다.

 

 

“왜들 가만히 놔두질 않는 거야”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김민희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 이어 두 번째로 홍상수 감독과 손잡은 영화다. 극 중 영희(김민희)는 유부남 영화감독 상원(문성근)과 사랑에 빠진 여배우다. 그는 세간의 관심을 피해 독일 함부르크에 간다. 그곳에서 영희는 상원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말한다. 이어 영화는 그 무대를 한국의 강릉으로 바꾼다. 영희는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그는 지인들과 함께 끊임없이 사랑과 삶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연기 중인 김민희와 정재영 © 연합뉴스


당연히 이 내용은 지난해 불륜설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민희와 홍 감독의 관계를 떠오르게 한다. 두 사람은 아직 공식적으로 관계를 인정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스크린 데일리를 비롯, 외신과 국내 매체들은 “이 작품은 홍 감독의 사생활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라는 평가를 내놨다. 자신의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왜들 가만히 놔두질 않는 거야”라고 항변하는 영희의 대사 등이 두 사람의 관계를 떠오르게 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현지 시각으로 2월16일에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민희는 극 중 영희의 감정을 “자신이 하는 사랑이 가짜인지, 환상인지, 혹은 진짜 사랑이라면 어떤 태도로 그것을 수용해야 하는지 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만듦새와 연기에는 호평이 우세하다. 버라이어티는 “감독이 꾸준히 주목해 온 외로움, 후회, 삶과 예술 속 사랑의 가치 등을 이번에도 다루고 있다”면서 “후반부에서 내면의 고통을 리드하는 김민희의 연기는 친숙한 홍 감독의 테마를 무장해제 시킨다”라고 평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주연 배우 김민희의 연기는 관객을 깨어 있게 한다”라는 리뷰를 남겼다. 수상 기자회견에서 김민희는 “상업적인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내겐 큰 의미가 없다”며 “향후 (수상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겠지만, 기쁘고 감사하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영화로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기쁘다”라고 밝혔다. 영화는 오는 3월23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홍 감독과 김민희가 어떤 방식의 홍보 활동을 펼칠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한편 두 사람은 이미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제 기간 중 그들의 세 번째 작품 《클레어의 카메라》를 찍었다.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한 이 영화는 벌써부터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감독들이 제일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배우”

 

그녀의 사생활을 두고 온갖 말들이 쏟아지는 시기에 김민희가 배우로서 최고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아이러니다. 실제로 지금 김민희는 그의 활동 전체를 통틀어 가장 무르익은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그녀가 얼마나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는지는 현재 활동 중인 30대 여배우들과 비교할수록 두드러지는 강점이다. 이제 그녀가 《아가씨》(2015) 제작보고회에서 박찬욱 감독이 말한 것처럼 “충무로 감독들이 제일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배우”가 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김민희가 2월18일(현지 시각)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뒤 홍상수 감독과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DPA 연합


경력의 분기점에 《화차》(2012)가 있다. 김민희는 이 영화를 만나 날개를 달았다. 그녀가 연기한 경선은 관객이 그를 경멸과 연민 사이에서 끊임없이 저울질하며 바라보도록 만들어야 하는 인물이다. 김민희는 인생의 나락에 떨어져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경선의 캐릭터에 설득력을 입힐 뿐 아니라 순간순간 기묘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보기에 따라 천진한 소녀부터 표독스러운 요부(妖婦)까지 다양한 결을 지닌 김민희의 이미지를 폭넓게 발견케 한 영화다. 뒤이은 출연작인 《연애의 온도》(2013)를 통해 김민희는 평범한 연애담의 주인공이 됐다. 이는 《화차》의 파격 이후 또 다른 파격으로 응수할 것이라는 예상을 깬 행보였다. 생활감 있는 연기로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점에서는 더욱 쉽지 않은 역할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김민희는 이별 후에 한 뼘 더 자라는 여자의 민얼굴을 탁월하게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김민희는 어떤 감독과 조우하느냐에 따라 변화의 폭이 매우 큰 배우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동시에 그녀는 감독의 개성에 함몰되지 않는 배우다. 김민희는 가녀린 외모와 연약한 발성에서 나오는 특유의 여성성이라는 좋은 개성을 능동적으로 활용한다. 이는 씩씩한 여자들만 활보하고 살아남는 듯한 홍상수 감독의 세계에서도 빛을 발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배우가 극의 재료가 아닌 주체가 되는 느낌을 주는, 거의 유일한 홍 감독의 영화처럼 보인다. 게다가 지금 김민희는 작가영화의 아이콘인 홍 감독의 세계와, 화려하게 직조된 박찬욱 감독의 세계(《아가씨》)를 가뿐하게 넘나드는 거의 유일한 여배우다. 그녀가 지닌 담대한 아름다움을 뽐낸 《아가씨》에 쏟아진 호평을 누리기에 김민희는 부족함이 없었다.

 

당분간 김민희는 자신을 둘러싼 스캔들에 대해 공식인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베를린에서 밝힌 말마따나 《밤의 해변에서 혼자》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역시 미지수다. 다만 데뷔 이후 최악의 스캔들의 주인공이 된 김민희가 오로지 작품과 연기로 이 상황을 정면 돌파하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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