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중심의 미술시장 향한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 전준엽 ‘비즈한국’ 아트에디터(화가)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3.02 10:43
  • 호수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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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한국’ 기획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는 작가 중심의 미술시장 로드맵 국내 언론사론 최초 기획

‘예술이 돈과 결탁하면 타락한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돈을 추종한 예술은 스러지지만, 돈의 지원을 받은 예술은 꽃을 피우고 새로운 예술의 씨를 뿌리곤 한다. 진정 돈은 ‘귀신도 부린다’는 속담처럼 막강한 힘을 가졌다. 자본주의가 역사의 승리자가 된 오늘날, 돈의 힘은 신의 능력에 버금가고 있다. 예술의 가치 역시 돈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슬픈 현실이다. 대중예술이 이 시대 문화를 주도하게 된 것도 바로 돈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힘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 예술이 역사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날 서양미술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도 이런 배경 덕분이다. 돈의 힘이 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은 시장이다. 그 시장이 지금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미술계도 마찬가지다.

 

© 비즈한국 제공

국내 미술시장, 중개 역할서 많은 문제 불거져

 

우리 미술계에 시장 기능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게 된 것은 대략 1980년대로 넘어오면서부터로 보고 있다. 강남 개발과 함께 불어 닥친 아파트 열풍은 미술품 수요를 부추겼다. 수요가 생기니 공급이 필요했고, 이를 연결하는 중개자도 나타나게 되었다. ‘수요-공급-중개’라는 트라이앵글은 시장의 기본 구조다. 이런 구조를 제대로 갖게 된 미술계에 시장 기능이 작동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시장 기능이 발달할수록 중개자의 역할은 막강해진다. 백화점·대형마트 등이 비대화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문화계도 마찬가지다. 채널권을 가진 방송국, 인기 연예인을 거느린 대형 연예기획사, 많은 스크린을 가진 영화배급사가 이 시대 문화권력을 틀어쥐고 있다.

 

미술시장에서도 중개자의 권력은 막강해졌다. 화상·아트옥션·아트페어가 중개자의 본 역할을 하며, 미술전문가 집단이나 미술 언론이 보조 역할을 하고 있다. 권력을 독점하게 되면 시장을 조작할 수도 있다. 최근 극심한 불황에 빠진 우리 미술시장은 중개 역할에서 많은 문제가 불거지면서 초래한 결과다.

 

특히 작년 사회적 물의를 빚은 가수 조영남씨의 대작(代作) 사건, 이우환 화백의 위작(僞作) 논란 등은 미술시장의 부작용을 한눈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일들까지 벌어지면서 미술시장은 더 위축되었다. 안타깝게도, 묵묵히 제 길을 걸어온 성실한 작가들이 그 유탄을 맞았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작가는 힘을 잃고, 소비자는 미술을 외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역랑 있는 작가들이 자신의 독창적 예술성을 펼치고 보여줄 기회는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비즈한국’이 기획한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는 이런 미술 현실을 개선해 보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작가가 중심이 되어야 건강한 미술시장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실현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작가를 발굴·홍보하고, 초대전을 통해 판매까지 이뤄지는 이 프로젝트는 작가 중심의 미술시장 로드맵인 셈이다. 그동안 국내 어느 언론사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는 만큼 의미 있는 기획이다.

 

작년 7월부터 시작해 올 1월까지 이 기획에서 소개된 작가는 총 28명이며, 첫 번째 전시에 초대되었다. 첫 발걸음인지라 소박하게 시작하지만, 뚝심 있게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 주최 측의 의지다. 여기에 선정된 작가들은 특별한 기준이나 특정한 흐름, 또는 시대적 방향과 무관하다. 연령층도 3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넓은 폭을 가졌고, 작업 방식이나 기법·내용도 다양하다. 작품 경향에서도 추상부터 반(半)추상·구상·사실까지 아우르며, 전통 기법의 회화부터 팝아트까지 이 시대 우리 미술계에서 공존하는 회화를 모두 포함시켰다. 이렇게 한 이유는 다양한 경향이 미술계에서 골고루 자라나야 건강한 미술시장의 텃밭을 일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21세기 한국은 다양한 가치·사람·생각·취향이 변화라는 에너지로 시대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8일부터 13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려

 

이번 기획에 선정된 작가들은 크게 네 개의 흐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흐름은 한국적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작가군(群)이다. 이 경향은 시대의 유행과 관계없이 미술애호가 층에게 꾸준한 지지를 받는다. 따라서 고정된 컬렉터 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우리 미술의 정체성을 추구한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히는 작가들이다. 문제는 우리 미감(美感) 표현 방법의 독창성 확보와 시대적 감각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느냐가 작가로서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보인다. 이러한 유형의 작가로는 김근중·홍순주·임종두·박현옥·모용수·서수영·윤형선 등이 있다.

 

두 번째 흐름은 회화적 언어에 충실한 작가군이다. 회화성이란 그림을 만드는 언어를 말한다. 즉 풍부하고 조화가 뛰어난 색채, 능수능란한 붓놀림, 세련된 묘사력, 편안한 화면 구성 등이 골고루 갖춰진 그림이다. 결국 그림 솜씨가 두드러져 보기에 좋은, 그림다운 그림을 말한다. 김경렬·장태묵·이기숙·손미량·최성원·김진숙·고선경 등이 여기에 속한다.

 

현대미술의 두드러진 움직임 중 하나는 어떻게 그릴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림에 담기는 내용보다 표현하는 방법에 중점을 두는 태도다. 무슨 재료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 새로운 느낌이나 아름다움을 나타낼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그림들이다. 이러한 흐름으로 분류된 작가 중 이희돈·박인자·도지성은 독특한 재료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고기범·류하완·정희경·최자현은 그리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네 번째 흐름은 판타지의 힘을 보여주는 작가들이다. 상상력으로 생각의 다채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경향으로 인류의 정신을 기름지게 만드는 데 거름 역할을 해 왔다. 그래서인지 최근 미술의 새로운 흐름으로 판타지가 각광받고 있다.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에도 이러한 경향이 반영되고 있다. 대부분이 30대 젊은 작가로 기발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이사라·정일진·유진실·이혜령·김민구·정영환·이현희 등이다.

 

이번 전시에서 울릴 한국미술 응원 메시지가 아직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생각이 우렁찬 함성으로 울려 퍼질 날이 곧 올 것이라고 믿는다. 28명의 신작 60여 점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는 3월8일부터 13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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