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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선량한 운전자 뒤에 숨은 ‘위험한 택시기사들’

범죄 전력자 채용 제대로 검증 안 돼…근본대책 시급히 마련해야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3.03(Fri) 15:47:52 | 14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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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을 대상으로 한 택시기사의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강력범죄 전력 등 부적격자들이 택시 운전대를 잡고 있어 승객의 안전은 물론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유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지방자치단체 등은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승객들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

 

2월18일 전남 목포에서 20대 여성이 성폭행을 피하려다 택시기사에게 살해당했다. 피해자는 올해 28세인 임아무개씨다. 임씨는 전날 회사 동료들과 회식하며 술을 마셨고, 다음 날 새벽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임씨는 술기운 때문에 택시 안에서 금세 잠이 들고 말았다. 집 앞에 도착했는데도 몸을 가누지 못하자 택시기사 강아무개씨(55)가 늑대로 돌변했다.

 

강씨는 먼저 임씨 휴대전화의 전원을 껐다. 그런 다음 집 부근을 배회하며 범행 장소를 물색하다 임씨 집에서 12km쯤 떨어진 목포시 하당동의 대양일반산업단지 공터에 택시를 정차했다. 강씨는 평소 갖고 다니던 커터칼을 꺼내 잠든 임씨의 스타킹과 속옷 일부를 찢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이때 임씨가 눈을 뜨면서 격렬하게 저항했고, 곧이어 택시 문을 열고 도망쳤다. 새벽 시간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임씨의 다급한 상황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씨는 임씨의 뒤를 쫓아가서는 찢긴 스타킹을 벗겨서 목을 졸라 살해했고, 시신을 공터에 유기하고 달아났다.

 

© 일러스트 오상민


전과 9범 택시기사가 살인자로 둔갑

 

강씨는 서해안고속도로로 차를 몰아 임씨의 휴대전화를 바다에 던졌고, 가방은 목포 하당동 소재의 한 병원 쓰레기통에 버렸다. 또 범행 모습이 남아 있던 차량 내부의 블랙박스 메모리를 삭제해 증거까지 인멸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임씨 부모는 “집에 가는 중”이라던 딸이 돌아오지 않자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휴대전화로 수없이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한 번 꺼진 전원은 켜질 줄을 몰랐다. 저녁때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가족들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이때가 오후 9시40분쯤이다.

 

유족들은 경찰의 무사 안일한 대응에 분노했다. 임씨 부모는 딸의 동선 파악을 위해 “CCTV를 확인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그런데 경찰은 시내 CCTV 관리를 어디에서 하는지 몰라 허둥댔고, 이로 인해 3시간 정도가 흐른 뒤에야 피해자가 탄 택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때까지도 경찰은 임씨의 범죄 연관성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경찰은 임씨가 살해된 지 만 하루가 지난 뒤인 2월19일 오전 9시쯤에야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강력·형사 등 10개 팀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범행 당일 피해자 집 인근의 CCTV에 찍힌 강씨의 차량을 확인하고 그를 검거했다. 범행 33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사이 강씨는 범행 증거를 인멸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택시 영업을 계속했다. 손님을 계속 태우며 정상 영업을 했던 것이다. 강씨가 2차 범행에 나섰을 경우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임씨 가족들은 “끔찍한 살인자가 몰고 다닌 택시에 손님들이 탔다고 생각하니 너무 소름이 끼친다”며 혀를 내둘렀다.

 

충격적인 것은 강씨의 범죄 전력이다. 경찰은 처음에는 “성범죄 전과가 없다”고 하는 등 강씨의 범죄 전력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이 아니었다. 그는 전과 9범에다 여성을 감금하고 폭행한 전력까지 있었다. 전과기록을 조회하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인데도 경찰은 이런 사실을 빼고 언론에 발표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언론 보도에도 불만을 터트렸다. 사건 초기 언론은 피해자가 “만취했다”고 보도했지만, 술자리에 동석했던 임씨 회사 동료들은 “만취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전과 9범에 여성 감금 폭행 전력이 있는 사람이 택시를 운전함으로써 승객들이 잠재적 범죄에 노출됐다며 택시회사를 질타했다.

 

피해자의 언니이자 트로트 가수인 임지안씨는 “6남매 중 넷째인 제 여동생이 목포 택시 살인 사건 피해자”라며 “인적도 없는 차디찬 공터 바닥에서 죽어간 제 동생은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갔지만, 제대로 알려서 범인이 충분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고 심경을 밝혔다.

 

택시 살인 사건으로 동생을 잃은 트로트 가수 임지안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 트로트 가수 임지안 페이스북


강씨의 범죄 전력 등을 볼 때 누군가는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유족들도 대중교통수단인 택시 운전을 잠재적 범죄자에게 맡김으로써 택시회사가 강씨의 범행을 방조했다고 보고 있다. 유족들은 “이런 사람을 많은 사람들이 믿고 이용하는 대중교통의 한 수단인 택시기사로 고용한 택시회사는 미친 거 아닌가. 영업을 위해서 아무에게나 손님을 맡겨도 되는 건가. 이래서야 여성들이 무서워서 어떻게 택시를 이용하겠는가. 여자뿐만 아닌 남녀노소 누구나 위험하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목포시는 사건 이후 택시 승객 안전을 위한 대책안을 마련했다. 우선 강력범죄 전과자들이 택시기사로 고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범죄경력 조회를 강화하는 내용의 ‘승객 안전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시는 현재 택시기사를 고용할 때 실시하고 있는 범죄경력 조회를 더 강화해 줄 것을 관내 9개 택시운송사업체에 요청했다. 상반기 중에는 목포시 관내 전 택시의 택시영상기록장치(블랙박스) 교체 사업도 시행한다. 하반기부터는 모바일 앱을 활용한 안심택시 귀가 서비스를 도입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이런 조치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2010년 3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택시 연쇄살인범’ 안남기가 검거됐다. 안씨는 2000년부터 충북 청주 일대에서 택시 운전을 하며 여성 3명을 성폭행한 후 살해했으며 2명의 여성에 대해서는 미수에 그쳤다.

 

안씨는 성폭행한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처리하지 않은 채 트렁크에 실은 상태로 운행을 이어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안씨는 택시기사로 처음 일하던 1999년 강간 미수 사건으로 3년을 복역하고 출소했지만 기사 채용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았다. 사건 이후 택시기사 채용 등을 강화하는 방안이 마련됐지만 그때뿐이었다. 청주 택시기사 사건이 일어난 지 7년째가 됐지만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위험한 택시 승객들

 

정부는 2012년 2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했다. 살인, 성범죄, 마약 등 중범죄 전과자의 택시운전 자격 취득 제한 기간을 2년에서 20년으로 늘렸다. 관련 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후 형 집행이 끝났거나 면제된 날부터 20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아직 집행유예 기간인 경우 등이 여기에 속한다.

 

물론 ‘전과’가 있다고 해서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면 안 된다. 하지만 승객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다. 목포 살인 사건 피의자인 강씨의 경우 전과 9범이기는 하나 현행법에 명시된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택시기사로 고용될 수 있었다. 때문에 현행 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택시기사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승객의 안전도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고용 과정에서의 허점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9월 광주에서는 승객을 폭행한 뒤 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택시기사 손아무개씨(55)가 검거됐다. 손씨는 친구와 짜고 술취한 택시 승객들을 골라 태운 뒤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는 강도 행각을 벌였다. 손씨와 일용직 노동자인 공범은 “생활비가 부족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2010년 4월2일 부녀자 3명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택시기사 안남기의 범행에 대한 현장검증이 청주 시내에서 진행됐다. © 연합뉴스


마약과 폭력 등의 전과가 있는 손씨는 1년 동안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손씨가 택시기사로 채용될 수 있었던 것은 범죄전과 조회와 지방자치단체 통보를 담당하는 교통안전공단의 황당한 과실 때문이었다.

 

택시회사는 매년 상·하반기에 택시운송사업조합을 거쳐 택시기사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공단에 넘긴다. 공단은 이를 토대로 1년에 2회 정기적으로 택시기사들의 전과 조회를 경찰에 의뢰한다. 경찰은 운전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중대 범죄 전과가 있는지를 조회해 공단에 회신한다.

 

만약 현행법에 명시된 범죄 전력자가 채용됐다면 이를 근거로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교통안전공단은 전과 40범인 택시기사 손씨를 제대로 검증하지도 가려내지도 못했다. 손씨의 실제 이름과는 다른 이름으로 전과 조회 요청이 왔는데도 이런 사실을 확인하지 않아 전과 조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경찰에서 “이름이 잘못된 것 같다”며 확인이 필요하다고 알렸지만 후속 조치가 없었고, 결국 범죄로 연결됐다.

 

그 후 여론의 비난이 일자 교통안전공단은 ‘마약 등 전과 40범 택시기사 운전에 대해 반성과 강력한 조치 약속’이라는 자료를 내고 업무상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교통안전공단은 “지자체와 경찰 사이에서 부적격 택시기사를 가려내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야 함에도 실제 이름과 다른 (이름으로) 전과 조회 요청을 사실 확인 없이 두 차례나 한 점을 인정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자체·경찰과 함께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전과 기록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교통안전공단의 ‘재발 방지 약속’이 무색하게도 이후 택시기사들의 범행은 끊이지 않았다. 택시는 주로 서민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이다. 밤늦은 시간에, 길을 잃었을 때 택시를 이용한다. 혼자 타거나 여성, 노약자, 취객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택시기사가 범죄자로 돌변한다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이 ‘택시기사들에 대한 범죄전과 검증’인데 이것을 소홀히 하면 곧바로 그 위험은 승객에게 돌아간다. 물론 몇몇 범죄자들로 인해 선량한 택시기사들이 한꺼번에 매도돼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관련 기관은 승객이 믿고 안전하게 택시를 탈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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