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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민족주의의 부활-④] 영국, 미국 反이민 정책 흡사한 ‘하드 브렉시트’

메이 총리의 트럼프 국빈방문 초청 두고 시민들 반발

김헬렌 영국 통신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3.05(Sun) 16:51:31 | 14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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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가 부활하고 있다”

‘국가 이익 우선주의’ 앞세워 세계 곳곳서 민족주의 발흥 

 

국경과 민족의 경계가 모호해져 가는 게 세계사 흐름이었다. 철학자 칼 마르크스는 민족 소멸을 예언하기도 했다. 실제 노동력을 팔아야 먹고사는 노동자 입장에선 국가도 민족도 중요치 않다. 자본이 있는 곳이면, 돈벌이가 되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이동한다. 한국 역시 다문화가정이 뿌리내린 지 오래다.

 

이처럼 무뎌져 가던 민족 개념이 되살아나고 있다. ‘국가 이익 우선주의’라는 외피를 두른 채 민족주의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특정 민족, 특정 국가에 한정된 게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자국 이익, 자국 자본과 노동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더 두드러져 보일 뿐이다. 보호무역과 반(反)인종·이민주의가 세계를 뒤덮고 있다. 동맹 관계도 깰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하지만 과거 역사에 비춰 민족주의가 자칫 파시즘과 제국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시사저널은 미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에서 발흥하고 있는 민족주의 내지 국가주의 현상을 들여다봤다.  

2월20일 저녁 런던 국회의사당 인근에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반대하는 런던 시민들의 시위가 열렸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시위에 나온 시민 숫자는 적지 않았다. 이들은 ‘양보하는 테리사’ ‘줏대를 세워라 테리사 메이’ 등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트럼프의 국빈방문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외에도 ‘파시스트와 협력하지 마’ ‘트럼프를 버리자!’는 피켓도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트럼프 국빈방문을 반대하는 시위가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는 1월17일 테리사 메이 내각이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Brexit)’를 선언한 것과 맞물려 있다.

 

2월20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시민들이 런던 의회 광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국빈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 EPA 연합


2016년 영국은 유럽연합(EU) 소속 국가 중 처음으로 EU 탈퇴를 선언했다. 이른바 브렉시트로 불린 영국의 EU 탈퇴는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자국 우선주의 경쟁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영국은 한발 더 나아가 1월17일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를 선언하며 EU에서 완전한 독립을 선언했다. 하드 브렉시트란 EU와 무역, 관세, 노동 정책 등 전 분야에 걸쳐 맺었던 모든 동맹관계를 정리하고 탈퇴하는 방식을 말한다. 영국은 그동안 일정한 분담금을 내면서 단일시장 접근권만은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와 ‘하드 브렉시트’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결국 후자를 택했다. 테리사 메이 내각이 하드 브렉시트를 선택한 이유는 ‘이민 통제’다. EU의 단일시장을 포기하는 대신 이민자 수를 줄이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다. 이민자의 수를 줄여 자국민의 고용기회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이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반(反)이민 정책과 흡사해 보인다.

 

 

“극우주의는 전 세계적 현상”

 

당장 영국에 거주하는 EU 시민권자와 외국인은 향후 자신들의 거취가 어떻게 될 것인지 불안에 떨고 있다. 트럼프 국빈방문에 반대하는 영국 국민은 트럼프가 국빈으로 초청되면 하드 브렉시트와 반이민 정책에 더욱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시위에 참가하는 시민 중 상당수는 하드 브렉시트가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자국 우선주의 정책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도 말하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영국인 마틴(남·66)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브렉시트와 같은 선상에 있지 않은 것 같다”며 “둘은 단지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뿐, 개별적인 일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극우주의는 유럽에서 시작됐다기보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특히 미국에서 심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역시 같은 날 시위 현장에서 만난 제시카(여·37)는 “브렉시트가 극우주의와 트럼프 당선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특별히 브렉시트가 트럼프가 하는 일들을 재촉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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