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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의 부활-⑤] 프랑스, 극우정당이 부추기는 민족주의

대선 앞두고 극우 강세…마린 르펜 후보 지지율 선두

​최정민 프랑스 통신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3.05(Sun) 22:33:39 | 14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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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가 부활하고 있다”

‘국가 이익 우선주의’ 앞세워 세계 곳곳서 민족주의 발흥 

 

국경과 민족의 경계가 모호해져 가는 게 세계사 흐름이었다. 철학자 칼 마르크스는 민족 소멸을 예언하기도 했다. 실제 노동력을 팔아야 먹고사는 노동자 입장에선 국가도 민족도 중요치 않다. 자본이 있는 곳이면, 돈벌이가 되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이동한다. 한국 역시 다문화가정이 뿌리내린 지 오래다.

 

이처럼 무뎌져 가던 민족 개념이 되살아나고 있다. ‘국가 이익 우선주의’라는 외피를 두른 채 민족주의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특정 민족, 특정 국가에 한정된 게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자국 이익, 자국 자본과 노동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더 두드러져 보일 뿐이다. 보호무역과 반(反)인종·이민주의가 세계를 뒤덮고 있다. 동맹 관계도 깰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하지만 과거 역사에 비춰 민족주의가 자칫 파시즘과 제국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시사저널은 미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에서 발흥하고 있는 민족주의 내지 국가주의 현상을 들여다봤다.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2016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민족주의 행보의 다음 주자는 바로 프랑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4월 대선에서 민족주의 대명사인 극우정당 국민전선이 집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프랑스 보도전문 채널 BFM이 발표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가 27%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프랑스 국민전선의 대선후보 마린 르펜이 2월5일(현지 시각) 리옹의 한 체육관에서 대선 출마 연설을 하고 있다. © AP 연합


물론 현재 지지율이 당선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프랑스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이 나오지 않을 경우 상위 두 후보가 다시 결전을 벌이는 결선투표 방식으로 대통령을 선출한다. 르펜이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더라도 2차 투표를 앞두고 대규모 ‘반(反)극우 연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아직까지 승기는 르펜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할수록 르펜의 지지층 역시 더욱 단단히 결집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극우정당 지지자 중 82%는 르펜 지지를 변경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정치 혐오가 키운 민족주의

 

흥미로운 건 민족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극우정당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시각 변화다. 2002년 국민전선의 초대 당수이자 마린 르펜 후보의 아버지 장 마리 르펜은 대선 1차 투표에서 좌파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을 누르고 결선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 후 프랑스 국민은 ‘프랑스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팻말을 들고 줄지어 시위에 나서는 등 르펜의 승리에 격렬히 반발했다.

 

이어진 2차 투표에선 르펜만은 안 된다고 나선 국민전선을 제외한 다른 정당들이 사회당 자크 시라크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고, 시라크는 82%라는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엄밀히 말하면 시라크의 승리라기보다 ‘반(反)극우 연대’의 승리였던 것이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명백히 달라졌다. BFM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린 르펜 후보는 2차 투표에서 40%에 이르는 지지율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15년 전 그녀의 아버지 장 마리 르펜이 기록한 18%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민족주의 정당에 대한 지지세가 날로 높아지는 요인으로 정치전문가들은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과 ‘치안 불안’을 꼽고 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우파의 유력주자인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는 부인의 위장취업 의혹으로 이미 수권 정당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무소속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 역시 과거 프랑스의 알제리 식민통치에 대한 실언으로 침몰을 시작했다.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언웨이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84%가 이번 대선을 두고 “질 낮은 선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와 회의가 극에 달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 2년간 테러로 희생된 프랑스 국민이 230명에 달하는 등 프랑스 내 치안에 대한 불안은 날로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유권자들은 안보 강화와 이민자 제약을 강조하는 극우 세력의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프랑스 정가는 이런 분위기가 대선까지 남은 두 달 동안 쉽사리 꺾이지 않을 거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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