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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 일부일처제여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3.04(Sat) 11:45:36 | 14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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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를린영화제로부터 영화배우 김민희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과 ‘부적절한 관계’에 있음이 틀림없다는 의혹 탓에 여주인공은 차가운 외면을 받았다. 일각에선 배우로서의 빛나는 성취와 개인의 사생활은 별개의 것이라 항변하기도 했지만 ‘조강지처 우호적’ 국민 정서를 압도하지는 못했다.

 

여배우 김민희가 공공의 적으로 부상한 이유는 모두가 합의해 온 일부일처제의 룰을 거슬렀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인 홍상수 감독을 향한 비난보다 여배우를 향한 비난이 거센 것 또한 낯설지 않다. 정작 문제의 또 다른 당사자는 빠지고 사회적 낙인이 오롯이 내연녀의 몫이 되고 마는 현실은,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닌 듯싶다.

 

김민희가 2월18일(현지 시각)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뒤 홍상수 감독과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AP 연합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서로에 대한 신의를 지키며 평생을 해로한다는 의미의 일부일처제는 진정 현실에선 지키기 어려운 제도임이 분명하다. 동서고금, 결혼의 역사 속엔 막장 드라마보다 더욱 실감 나는 불륜과 패륜, 질투와 반목이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중세 유럽을 지배하던 기독교가 당시의 결혼 제도에 대해서만큼은 절대로 관여하지 않으려 온갖 수를 썼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니, 오늘날 성경에 손을 얹고 결혼서약을 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면 중세의 성직자들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기만 하다.

 

일부일처제의 기원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도 논란이 있다. 최근 페미니스트 역사학자 메릴린 옐롬은 《아내: 순종 혹은 반항의 역사》에서 흥미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원래 대다수 남편들은 남성의 본능을 내세우며 일부일처제를 원치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다만 진정 자신의 핏줄인지 아닌지 여부는 꽤 중요하게 생각했으리라. 이를 간파한 아내들이 남편들과 협상에 들어가면서 ‘내가 당신의 적자를 낳아줄 것이니 당신은 내게 밥줄과 안전을 보장해 달라’ 요구하면서부터 일부일처제가 성립됐으리란 것이 옐롬의 추론이다. 모권에서 부권으로 권력을 넘겨준 것이야말로 세계 역사에 기록될 여성의 패배라 했던 마르크시스트의 주장과 옐롬의 상상은 정면으로 배치되긴 하지만, 일면 그럴듯하다.

 

우리네의 경우 일찍이 조강지처를 버린 남편에 대한 친족 및 이웃 공동체의 징벌이 은근하면서도 가혹했음은 다양한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쩌면 늘 조강지처를 버리고픈 유혹에 시달리는 남편들을 견제하고 통제하고자 나온 고육지책일지도 모를 일이다. 일부다처를 규범으로 하는 문화와 달리, 처(妻)와 첩(妾)의 구분을 확실히 했음도 우리 식의 본처 보호전략인지도 모를 일이고.

 

한데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가족을 둘러싸고 강도 높은 지진이 진행 중이다. 변화의 핵심에는 위선적 가족제도를 향한 분노가 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껍데기만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빈 조개껍데기(empty-shell) 가족’이나, 외형만 가족을 유지한 채 가족이길 포기한 ‘요새(fortress) 가족’은 이제 사양한다.

 

물론 서구식 가족 정서와 우리 식 가족 정서를 동일선상에 둘 수는 없을 테지만, 사회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가족만큼은 변화의 무풍지대로 남길 희망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다. 가족이란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보다 무엇을 말해선 안 되는가가 더욱 정교하게 발달된 제도임을 인정한다 해도, 가족의 변화를 바라보는 열린 시선과 부부관계를 직시하는 솔직함이 우리에게 요구되는 미덕일 것 같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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