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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탈모방지샴푸 효과 없다

의약외품 허가받지만 영양제 수준일 뿐…“40세 이전 탈모, 병원 치료로 99% 효과”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7.03.05(Sun) 16:51:14 | 14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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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하루에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진다 싶으면 샴푸부터 바꾸기 마련이다. 이른바 탈모방지샴푸를 사용하면 머리카락이 덜 빠질 것 같아서다. 화장품으로 분류되는 일반 샴푸와 달리 탈모방지샴푸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외품으로 관리하므로 그 기대감은 더 커진다. 탈모방지샴푸는 의약품인 ‘탈모치료제’처럼 탈모증 치료나 머리카락이 새로 나는 발모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다만 식약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탈모방지샴푸를 머리카락이 빠지는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제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탈모방지샴푸 성분은 비타민일 뿐

 

소비자의 기대와 달리 샴푸로 탈모를 예방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탈모 전문가인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현행법상으로 탈모방지샴푸는 의약외품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탈모 방지 효과는 미미하다”며 “그런 샴푸의 성분 대부분이 모발에 영양을 주거나 염증을 줄여주는 것들이어서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우리가 흔히 대머리라고 하는 남성호르몬성 탈모의 직접적인 원인에 대한 치료 효과가 검증된 물질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 시사저널 사진자료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탈모방지샴푸 대부분에 니아신아마이드(니코틴산아마이드)와 바이오틴 성분이 들어 있다. 이들 성분이 손상된 모발과 모낭 세포 재생에 도움을 준다는 게 탈모방지샴푸 제조업체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성분은 각각 비타민 B3와 비타민 B7이다. 탈모방지샴푸는 한마디로 ‘영양제’일 뿐이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타민 B3는 미세혈관을 확장하기 때문에 탈모에 좋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이 성분이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없다”며 “우리 몸에서 비타민 B7이 부족하면 머리카락이 빠지므로 이 성분도 샴푸에 넣은 것 같은데, 한마디로 탈모 예방에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탈모방지샴푸에 들어 있는 살리실산 성분은 항균 작용을 해서 머리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이것이 탈모를 직접 억제하는 것은 아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니코틴산아마이드와 바이오틴은 돼지고기나 깨 등을 통해 충분히 섭취하는 성분”이라며 “이 성분들을 두피에 바르거나 뿌린다고 해서 탈모가 예방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탈모방지샴푸를 사용해 본 사람들의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탈모 치유업체 자올이 올해 초 성인 남녀 3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탈모방지샴푸 사용자 10명 중 8명은 그 효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93%(359명)는 현재 탈모 증상을 겪고 있지 않더라도 탈모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44%(206명)는 탈모방지샴푸를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탈모방지샴푸를 사용하는 소비자 가운데 82%(168명)가 제품에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을 보냈다. 특히 그중 53%(89명)는 탈모방지샴푸의 효능이 일반 샴푸와 차이가 없다는 의견을 보였고 35%(58명)는 모발 탈락 수가 감소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탈모방지샴푸의 효과에 대한 소비자의 지적이 끊이지 않자 식약처는 2015년부터 탈모방지 제품(샴푸, 헤어토닉 등) 135개사 328품목에 대한 재평가를 시작했다. 식약처는 올해 5월말까지 업체가 제출한 자료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기존 효능을 변경하거나 허가 취소 등의 조처를 취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탈모방지샴푸로 효과를 봤다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례 대부분은 지루성 피부염(피지 분비가 왕성해져 특정 부위에 발생한 습진)에 의한 탈모다. 그러나 일반 샴푸로도 피지를 깨끗이 씻어내면 염증이 수그러들면서 탈모 증상이 완화된다. 굳이 특정 샴푸를 쓸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 외의 탈모 대부분은 유전이거나 질환에 의한 것이어서 특정 샴푸로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없다. 탈모증이 있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탈모 유전자가 두피 염증, 음주, 흡연, 나이, 공해, 자외선 등 탈모 유발 환경에 의해 자극을 받아 발현하면서 탈모가 대물림된다. 유전은 아니지만 젊은 층에서도 많이 발생하는 것이 원형 탈모다. 이는 외부 병균의 침입을 방어하는 면역체계가 모낭을 공격해 머리가 빠지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이다.

 

유전이나 면역 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샴푸는 없다. 수술, 분만, 고열, 다양한 약물의 복용, 무리한 다이어트, 정신 질환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도 탈모가 발생한다. 특정 원인을 제거하면 탈모는 수개월 내에 멈추고 회복된다. 허창훈 교수는 “탈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남성호르몬성 탈모는 초기에 치료하면 40세 이전의 젊은 나이의 경우 99% 이상 탈모 진행을 막을 수 있다. 효과가 검증되지도 않은 탈모방지샴푸를 사용하다가 치료 적기를 놓쳐서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치료의 적기를 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탈모방지샴푸가 탈모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샴푸 코너에서 판매 중인 탈모방지샴푸 © 시사저널 박은숙

샴푸 종류보다 두피 청결이 중요

 

그렇다면 탈모 예방과 치료의 첫걸음은 무엇일까. 모든 전문의는 두피 청결을 첫손가락으로 꼽는다. 어떤 샴푸를 쓰느냐보다 두피를 얼마나 청결하게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머리를 제대로 감지 않으면 두피에 남은 샴푸 찌꺼기 등이 각질이나 피지와 섞이게 돼 두피와 머리털의 건강을 해치고 심해지면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탈모 예방에 샴푸보다 비누가 좋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비누는 기름때를 제거하는 성분(계면활성제) 등 찌꺼기가 머리에 남기 쉽고 이것이 모공을 막아 탈모를 촉진한다. 샴푸를 사용해 1~3일 간격으로 머리를 감되 너무 많은 양의 샴푸를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잘 헹구어지지 않아 머리에 샴푸기가 남으면 공기 중의 먼지를 끌어들여 모발과 두피가 더러워진다. 적당량을 사용해 손끝(지문 부위)으로 가볍게 마사지하고 깨끗이 헹구는 습관이 필요하다. 머리를 감을 때 손톱으로 머리를 긁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방식은 두피 손상을 초래해 오히려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다. 젤이나 스프레이와 같은 모발용 제품은 화학성분이 두피를 자극하므로 될 수 있으면 삼간다. 꼭 필요하다면 모발 끝에만 살짝 사용하는 정도가 적당하다.

 

탈모 예방을 위해 빗 등으로 두피를 자극하는 사람이 있다. 혈액순환이 좋아져 탈모 예방에 좋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혈액순환이 잘되면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자주 두피를 두드리면 그 충격으로부터 모낭을 보호하기 위해 두피가 점점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며 상처가 나서 두피에 염증이 생기기 쉽다. 머리카락은 사람이 자는 동안 왕성하게 성장하므로 충분한 수면 확보도 바람직한 탈모 예방법이다. 술과 담배는 탈모에 좋지 않다. 술의 알코올과 담배의 니코틴은 두피의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피지선을 자극해 두피에 과도한 피지 분비를 유도한다.

 

© 시사저널 임준선·시사저널 미술팀


검은콩·검은깨 등 블랙푸드 효과 입증 안 돼

 

사람의 머리카락은 하루에 100개 미만이 빠진다. 그 이상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두피가 가렵거나, 이전보다 모발이 가늘어지고 힘이 없다면 탈모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만일 두피가 붉거나 누런색을 띠면 탈모 고위험군이다. 붉은 두피는 민감성 두피로 약한 자극에도 열이 쉽게 올라 모발이 약해진다. 누런 두피는 피지가 많이 분비돼 모공이 쉽게 막히므로 혈액순환과 세포재생이 원활하지 않아 탈모가 생기기 쉽다. 이런 사람은 병원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탈모가 시작됐다면 약물로 치료해야 한다.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대사 과정을 통해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로 바뀌는데 이 물질이 모낭을 공격해 탈모를 유발한다는 사실이 1990년대 말 미국에서 밝혀졌다. 이 물질을 억제하는 약도 개발됐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탈모 치료제로 승인한 약은 먹는 약(프로페시아)과 바르는 약(미녹시딜) 2종류다. 프로페시아는 DHT의 수치를 낮춰 증상을 호전시킨다. 미녹시딜은 혈관을 이완시켜 모발의 성장을 촉진하며 아침저녁으로 1년 이상 발라야 효과가 있다.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탈모는 다시 진행된다.

 

약물치료는 모낭이 살아 있어야 가능하므로 탈모 초기에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 모낭이 이미 죽었거나 탈모 증세가 심한 사람에겐 자가 모발 이식술이 효과적이다. 탈모가 일어나지 않은 자기 뒷머리 부분의 모근을 떼어와 필요한 부위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이동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는 “탈모가 시작되면 빨리 병원을 찾아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 탈모의 진행을 늦춰야 한다”며 “특히 비듬이나 가려움증 등 두피 상태가 좋지 않으면 탈모가 촉진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탈모가 시작됐는데도 치료를 받지 않고 검은콩·검은깨 등 이른바 블랙푸드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검은색 식품이므로 흰머리가 검게 변할 것 같고 탈모 진행도 막아줄 것 같다. 그러나 블랙푸드가 탈모 치료나 흰머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다. 이들 식품에 있는 항산화 성분(폴리페놀)이 탈모 예방에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추측하는 정도다. 모발을 만들어 내는 데에는 많은 단백질 및 무기질,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 등이 필요한 만큼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검은 깨·콩·쌀 등 소위 블랙푸드의 탈모 예방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며 “일단 탈모가 진행되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탈모 인구는 1000만 명(탈모 인구 700만 명에 잠재 탈모 인구 300만 명)을 헤아린다. 이 가운데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은 4%에 불과하고 탈모방지샴푸 등을 사용하는 비율이 50%에 이른다. 탈모 방지 제품 시장은 4조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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