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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문가 20인 “탄핵 판결 후 혼돈의 시간 온다”

대학교수·여론 조사자·평론가 등 정치 전문가 20인 ‘탄핵 판결 전망’ 전화 설문조사

유지만 기자·김은샘 인턴기자 ㅣ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7.03.07(Tue) 09:47:34 | 14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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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선고일을 3월7일쯤 발표할 예정이다. 변론 종결 후 결정까지 통상 2주가 걸리는 점에 비춰봤을 때, 3월10일이나 13일이 ‘운명의 날짜’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서울 광화문과 시청 일대는 탄핵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집회가 주말마다 열리고 있다.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부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는 3월4일 어느덧 19번째가 된다. 탄핵에 반대하는 탄핵 반대 집회 역시 16번째에 이르렀다. 탄핵 반대 측도 헌재 판결이 가까워질수록 참여자가 늘어, 경찰은 주말마다 차벽을 설치하고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와 반대 집회 참가자의 접촉을 막고 있다. 헌재 판결을 앞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 탄핵재판은 이제 인용 혹은 기각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남아 있지만, 그 후폭풍은 현재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사저널은 대학교수와 여론조사자 등 정치 전문가 20인을 대상으로 3월1일부터 3일까지 3일 동안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탄핵재판 결과가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가늠해 보기 위해서다. 이들에게 탄핵재판에 대한 전망과 함께 대선 정국에 어떤 변화가 오게 될지,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고 불리할지에 대해 포괄적으로 물었다.

 

© 시사저널 고성준·시사저널 이종현


전문가 20인 중 10명 ‘인용’에 무게

 

전문가 대부분은 헌재의 판결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국민적 여론을 봤을 때는 탄핵을 찬성하는 측이 많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전문가 20명 중에서 10명이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2명은 기각에 비중을 뒀고, 나머지 8명은 유보 입장을 밝혔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것이라 예상한 유창선 정치 평론가는 “이미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도 헌재가 인용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재 재판관들의 성향이나 임용 여부와는 관계없이, 수사를 통해 박 대통령의 위법 행위가 너무 많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탄핵 기각 내지는 각하 예상에 대해서는 “역사에 이름이 남을 재판이기 때문에 (재판관들도) 박 대통령을 무조건 막아줄 이유가 없다.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의 여론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 평론가는 “미국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며 헌재의 결론에 대한 섣부른 예측을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실제 탄핵제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230년 역사 동안 하원에서 탄핵소추된 대통령은 3명이지만 상원에서 가결돼 파면된 대통령은 없다”며 “인용이 되든 기각이 되든 미국조차 한 번도 가지 못한 길을 우리가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금 다른 견해를 내놨다. 이 교수는 기각 내지는 각하될 가능성에도 어느 정도 무게를 뒀다. 그는 “재판관들이 법리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불확실하다”며 “법은 해석의 영역에 있는데, 변호인들의 논리 하나가 재판관들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누가 어떤 논리로 생각을 바꿀지는 모르는 일이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헌재의 판결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헌재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헌재 재판관들의 성향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헌재 재판관 중에는 보수인사도 있고 진보인사도 있지만, 예전에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리지 않았나. 성향이 무엇인가는 헌재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든 공이 헌재에 넘어간 마당에 집회로 인해 갈등이 증폭된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신 교수는 “‘최순실 사태’라는 것이 정권의 위기인데, 정권의 위기가 국가의 위기로 넘어갔다. 정치인들이 집회에 자꾸 나가는 것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이라며 “지금은 우리가 만들어놓은 제도를 믿고 조용히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상민 전 연세대 교수는 기득권의 시각에서 봤을 때 오히려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황 전 교수는 “헌재 재판관들 역시 기득권을 지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 헌재 재판관들은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성향은 관계가 없다. 리얼리스트적 성향이 있다면 인용이 되겠지만, 김기춘 같은 마음을 가진 재판관이 있다면 기각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명 중 2명 ‘기각’ 전망…8명은 유보 입장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탄핵 기각 결정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중대한 사유란 거의 내란과 관련된 반역죄다. 헌재가 반역죄에 준하는 중대한 범죄, 내란 선동과 반역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에서 파면된 사례가 없다는 점 △국회소추안의 근거 부실 △정책 추진에서 발생한 과실은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김 교수는 “미국과 독일, 프랑스도 정책 결정이나 집행으로 인한 과실은 탄핵심판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수층 일부도 탄핵 인용 찬성”

 

여론조사 관련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나온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탄핵 인용에 무게를 실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실장은 좀 더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했다. 권 실장은 “지금까지 탄핵 인용 여부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는 거의 78% 선을 전후해서 형성되고 있다. 현재 이념 성향 분포를 보면 중도가 30~40%, 진보가 27~28%, 보수가 20%대 초반이다. 진보와 중도를 합쳐도 보수를 더 포함해야 탄핵 인용에 찬성하는 숫자가 나온다. 이 말은 곧 보수층 일부도 탄핵 인용을 찬성하는 여론이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실장은 “이 말은 곧 탄핵이 인용됐을 경우 진보중도층뿐만 아니라 보수층의 일부도 야권에 쏠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 역시 “탄핵 인용이 현재 대선 주자별 지지도나 민심에 부합하는 결정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이병일 엠브레인 이사도 “여론상으로는 탄핵 찬성과 반대가 8대2 정도의 양상인데, 현재의 국면이 탄핵재판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탄핵 판결에 따른 촛불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의 양상에 대해서는 “갈등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의견과 “인용된다면 보수단체 집회는 오히려 동력을 잃을 것”이란 관측으로 갈라졌다. 특히 인용될 경우보다는 탄핵이 기각됐을 경우 벌어질 혼란에 대한 우려가 더 많았다.

 

박상병 정치 평론가는 “탄핵이 인용될 경우에는 바로 대선 정국이라 판세를 읽기가 간단하지만, 기각될 경우에는 복잡할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황상민 전 연세대 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황 전 교수는 “탄핵 인용 결정이 난다면 권력이 바뀌기 때문에 탄핵 반대 집회 측은 대선 정국으로 잽싸게 돌아서겠지만, 문제는 탄핵이 기각됐을 때”라고 말했다. 그는 “기각될 경우 탄핵을 주장해 온 사람들은 돌아설 수도 없다. 인용이 돼야 하는데 기각이 되면 안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내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은 “탄핵이 인용된다면 촛불집회의 동력은 모두 대선으로 옮겨갈 것이고, 탄핵 반대 집회 측에는 어떻게 대오를 유지해서 후보를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다. 광장의 에너지는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집회 간 갈등은 지금이 막바지에 도달한 것이고, 결정이 난 다음에는 현재 있는 사안들을 계속해서 이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탄핵이 인용된다면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처리 논의와 눈앞에 다가온 대선에 대한 논의로 빠르게 넘어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탄핵 기각 시 발생할 혼란을 상당히 우려했다. 그는 “탄핵이 기각될 경우 격렬한 소용돌이가 칠 것이다. 진보진영 촛불집회의 경우 그동안 해 왔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분노를 드러낼 것이다. 보수진영은 기세등등하게 만세를 부르겠지만 역풍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탄핵 반대 집회에 대한 비판도 엄청나게 커질 것이고, 진보와 보수 간 대결 구도가 훨씬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98주년 3·1절인 3월1일 서울 광화문에서 경찰 차벽을 기준으로 탄핵 반대 집회(왼쪽)와 탄핵 촉구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갈등 심해질 것” “대선으로 옮겨갈 것” 엇갈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탄핵 찬반 집회의 갈등은 어떤 결정이 나와도 사그라들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서부터 대선이라는 이슈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대통령선거는 국민의 주목도가 높은 이슈다. 이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양측의 갈등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또 이러한 사회적 혼란은 다음 정부가 출범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다음 정부 출범 후 있는 첫 번째 선거인 내년 지방선거를 주목했다. 그는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가 다음 정부에 대한 첫 번째 평가가 될 수 있다”며 “(탄핵) 이슈의 연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탄핵 판결 후 벌어질 혼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헌재 결정 이후에는 집회가 불법 선거운동이 될 수 있지만, 어느 한쪽으로 헌재 결정이 나더라도 잠잠해지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쪽은 불복하면서 분노의 강도가 세지고 집회 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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