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판결 후 ‘문재인’ 대 ‘非문재인’ 대결”
  • 유지만 기자, 김은샘 인턴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7.03.06 13:43
  • 호수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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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문가 20인의 탄핵 후 정국 전망

박근혜 대통령 탄핵 판결 이후에는 곧바로 대선 정국이 이어지게 된다. 설혹 탄핵이 기각된다 하더라도 현 정권이 제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은 본지가 설문조사한 정치 전문가 20명 모두가 공통적으로 내놨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세론’에 대해서는 “본선에서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보수층 결집이 변수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현재 보수 후보 중 1위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  에 대한 예상도 조금씩 엇갈렸다.

 

전문가 대부분은 정권교체가 될 것이란 예상에는 동의했다. 현재 ‘대세론’의 주인공인 문재인 전 대표의 대권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도, 탄핵 후 결집할 보수층의 표가 누구에게 향할지에 주목했다.

 

박상병 정치 평론가는 “제3지대 후보가 누구인지에 따라 굉장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단 민주당 대선후보가 문 전 대표가 된다고 봤을 때, 이 대항마는 여권이 아니라 제3지대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의 정권교체는 사실 ‘패권교체’라는 지적이 많다. 대선 정국에서 보수는 문재인을 절대 찍지 않는다. 하지만 보수층에서 마땅히 찍어줄 만한 후보도 없다. 그렇다면 이 표가 제3지대 후보를 찍을 텐데, 어느 후보로 결정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치러질 대선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非문재인’ 후보 간의 대결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왼쪽부터) © 시사저널 이종현·고성준

“문재인과 맞붙을 후보가 관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주목했다. 최 원장은 “문재인이 싫었던 중도보수층이 안희정 주변에 머물렀는데, 현재 안 지사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안 지사가 주저앉고 경선 문턱을 못 넘을 경우에는 이 표가 막판까지 계속 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부동표(浮動票)는 이도 저도 아니다가 막판에 확 기울었지만, 지금은 뭔가 의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표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마지막까지 살펴보는, 살아 있는 부동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어떤 방식으로든 문 전 대표의 대세론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신 교수는 “탄핵 인용과 기각 여부에 따라 자신의 주장과 다른 결과가 나온 세력은 상당히 단결할 가능성이 크다. 인용이 되면 보수 쪽이 단합할 것이고, 기각되면 진보 쪽이 단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민주당 내 경선에 대해서는 “‘하나마나 문재인’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민주당은 문재인으로 굳어졌다. 오히려 경선 이후 안 지사를 지지했던 표가 어디로 가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 역시 문재인 대세론이 강해질 것이라는 점에 손을 들어줬다. 김 소장은 “어떤 사람들은 탄핵이 인용될 경우 보수층이 안 지사에게 가지 않겠냐고 하는데, 이는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중도보수층은 가치보다는 이익에 기반을 둔 투표를 하는데, 안 지사가 그들의 가치에 부합하는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지사에게 표를 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선의(善意)’ 논란으로 인해 지지율 부침(浮沈)을 겪고 있는 안 지사가 중도보수에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공약’을 내놔야 하는데, 안 지사가 현재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소장은 또 “보수인 바른정당 지지층 중에 지지율 1등이 안 지사다. 국민의당 지지층에서도 안철수 전 대표와 안 지사가 비슷하게 나온다. 하지만 이런 지지율은 모두 뜬구름이다. 안 지사의 진정한 지지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탄핵이 인용된다면 국민들은 심판 문제보다는 누가 더 국정을 잘 운영할 것이냐를 중요하게 보게 될 것이다”며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탄핵이 인용될 경우 탄핵 반대 집회 측의 분노와 집단행동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데, 정치권이 얼마나 아우르는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왼쪽)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 사진공동취재단·시사저널 박은숙

“보수 1위 황교안, ‘책임론’으로 출마 부담”

 

황교안 권한대행의 출마에 대한 전망에서는 ‘불출마’가 많았지만, 마땅한 후보가 없는 보수층에서 황 권한대행에게 표를 밀어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박근혜 정권 책임론’ 때문에 본인이 출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임혁배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보수진영에 후보가 없어서 황 총리의 지지율이 올라갔을 뿐이다. 만약 탄핵이 기각된다면 혁명적인 분위기가 일어날 텐데, 그때 황 총리는 출마가 아니라 사퇴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전 교수는 “확실하게 황 총리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를 해 보지 않은 사람이 쉽게 뛰어들 수 없을 것이고, 명분도 굉장히 약하다. 사실상 황교안 카드는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황 총리의 출마가 좋은 사례는 아니라고 본다. 보수 세력을 빠른 시간 내에 규합하기에는 시행착오도 많을 것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례를 살펴보면 될 듯하다. 정치권에 있는 기성정치인 중에서 보수층의 대선후보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 역시 “황 총리는 질 것을 알면서 나갈 만한 인사가 아니다”고 답했다.

 

황 권한대행에게 상당한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실장은 “황 총리가 가능성 있는 후보로 인식된다면 소위 ‘샤이 보수’의 숫자는 줄어들 것”이라며 “만약 탄핵 전에 황 총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거나 그것에 준하는 발언을 한다면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황 총리에게 보수층의 표가 쏠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전히 보수층에는 마땅한 후보가 없고, 결국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이병일 엠브레인 이사는 “현재 보수층에는 기존 후보든 새로운 후보든 표가 결집될 수 있는 후보가 나오기까지는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오히려 안철수 전 대표가 보수까지 아우르면서 문재인에 맞설 수 있는 후보가 되겠다는 전략을 들고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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