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 수사원칙 예외 ‘사전구속제도’ 어떻게 봐야 할까
  • 박현석 변호사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3.0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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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석 변호사의 생활법률 tip] 영장실질심사제도 문제점 없는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

근래에 영장실질심사라는 형사사법제도가 언론 보도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권력의 최정점에 있던 사람들과 굴지의 재벌 관계자들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됐다는 기사들이다. 우리 형사법에 채택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제도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1995년 이전에는 수사기관이 수사하다가 피의자에 대해 공판을 청구하기 이전에 인신을 구속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경우 법원에 서류로만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 역시 서류심사만으로 영장 발부를 결정했다. 이에 대한 정책적 반성으로 1995년 제8차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영장실질검사제도가 1997년부터 시행됐고, 2008년부터는 피의자의 영장실질심사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영장실질심사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 Pixabay

이러한 조치로 인해 영장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되기 직전인 1996년 구속영장 발부 건수가 14만3068건이었던 것이 2015년 3만1158건으로 많이 감소했으며,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 건수 역시 같은 해 15만4435건에서 지난해 3만8061건으로 감소했다. 피의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제도를 의무화하고 난 이듬해인 2009년에는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율이 74.7%로 역대 최저점을 찍기도 했고,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이 집행된 이후 체포·구속적부심사를 통한 구속영장의 기각률 역시 1996년 45.2%에서 2015년 81.2%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을 보면 영장실질심사로 인해 불필요한 체포와 구속이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체포구속적부심 청구 건수 역시 1997년 1만1166건에서 2015년 2184건으로 5분의 1수준으로 급감한 것을 보면 영장실질심사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없는 것 같다.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구속영장 발부에는 법 규정에 따른 사유가 존재해야 한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서,

 

1.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2.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3.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구속사유를 심사하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주거가 일정하거나 증거인멸의 우려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면 죄를 범하였다는 타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구속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법적인 판단과정에서 죄를 저지른 것이 명백한데도 불구속을 한다든지, 구속하지 않아도 될 사안인데도 구속을 하는 등 일반인들의 상식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구속 결정이 나오기도 한다.

 

 

현행 영장실질심사제도에 대한 고언

 

유죄 확정판결 이전의 구속제도와 이에 대한 통제장치로서의 영장실질심사제도는 아무런 문제점이 없는지, 있다면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첫 번째,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피의자, 피고인이 법관의 재판을 받기도 전에 수의를 입고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것은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에게 심증 형성의 예단을 줄 우려가 있다(이에 대한 고려로 구속 상태의 피고인은 법정에 사복을 입고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다). 따라서 수사를 구속 상태에서 받더라도 공판이 청구되면 즉각 구속을 취소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임하도록 하는 것이 헌법 원칙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수사상 필요에 의해 수사는 구속 상태에서 받더라도 형사재판에서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해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보장해야 한다. 구속 상태에서는 변호인의 접견권 행사나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만약, 재판 도중에 도주하거나 증거인멸 등을 하게 될 경우는 해당 재판부가 양형에서 고려해 중형을 선고할 수 있으므로 특별히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두 번째, 현행 형사소송법규는 영장실질심사를 1인의 영장전담 판사가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음 날까지 심문을 마치고, 영장 발부를 결정하게 돼있어 전담 판사에게 너무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 통상 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제출하는 수사기록은 적게는 수백 페이지에서 많게는 수천 페이지에 달한다. 검찰과 피의자의 기록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위해서라도 현재와 같은 ‘만 하루’의 검토 기간이 아닌 충분한 검토 기간을 부여하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피의자의 방어권 측면에서 보면 일반 형사재판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를 모두 복사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데 반해, 영장실질심사에서 변호인은 영장청구의 근거가 되는 수사기록에 대한 접근권이 거의 보장되지 않고(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 정도만 알 수 있음), 사안에 대해 검토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형사재판에서의 방어권 행사에 비해 현저하게 불리한 상태에서 영장전담 판사에게 의견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신구속에 대한 신중함을 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는 취지에 부합되도록 영장실질심사에서도 피의자의 방어권이 충분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보완돼야 한다.

 

네 번째, 형사재판은 단독 판사가 하는 경우도 있고, 3인의 판사로 구성된 합의부에서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분류는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구분되는 데 반해, 영장실질심사는 모든 사안에 대해 1인의 전담 판사가 결정하게 된다. 기록의 방대함과 결정에 대한 시급성을 감안하면, 영장전담에 대해서도 합의부를 구성하여 효율적이고 공정한 결정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속제도는 유죄선고 아닌 임시 구인제도

 

우리 일반 법 감정상 고위공직자들 또는 대기업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일단 구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구속은 수사상 필요에 의한 임시적인 구금제도일 뿐, 유죄의 확정판결에 따른 인신구속제도가 아니다. 형사재판은 그 나라의 법과 문화적 척도가 될 수 있을 만큼 한 나라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감정상 용납되지 않더라도 철저하게 법에 따른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헌법은 무죄추정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상태에서의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는 것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전구속제도는 이러한 불구속 수사원칙에 대한 예외인데, 과연 예외로 작용되고 있는 것인지, 수사기관의 실적 올리기나 수사편의주의로 이용되는 것인지, 진지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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