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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단독] ‘박근혜 사저’ 토지매입비 49억5000만원 국고 환수

‘박근혜 사저’ 경호동 예산(67억 6700만원) 중 토지매입비 ‘국고 환수’, 시설건축비(18억1700만원) ‘미집행’ 확인

구민주 기자 ㅣ mjooo@sisapres.com | 승인 2017.03.10(Fri) 14: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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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5일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선 박근혜 대통령 퇴임 후 경호 예산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당시 기재부는 2018년 2월 퇴임 이후 대통령이 머물 사저(私邸)의 경호를 위해 2016년 예산에 토지매입비 49억5000만원, 2017년 예산에 시설건축비 18억 1700만원을 이미 편성했다고 밝혔다. 총 67억 6700만원. 모두 대통령 사저 인근에 경호동을 신축하기 위해 마련된 예산이었다. 당시 기재부는 “아직 정확하게 경호동 사이트(부지)가 정해지지 않아 집행은 되지 않은 상태”라고 답했다.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이 인용으로 결론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예상보다 1년 앞서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언제까지 나와야 하는지 정확한 규정은 없다. 다만 탄핵 선고와 동시에 민간인 신분이 되므로 그 즉시 청와대에서 퇴거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이 곧장 짐을 풀 수 있을 만큼 제대로 준비된 거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이 3월9일 기재부에 확인한 결과, 2016년 배정받았던 사저 인근 경호동 신축을 위한 토지매입비 49억5000만원이 지난 연말 전액 불용(不用) 처리(예산을 쓰지 않아 국고로 환수)됐다. 경호동 부지 매입조차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현재 가용(可用) 예산으로 남아 있는 시설건축비 18억1700만원 역시 아직 미집행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이 토지매입비(49억5000만원)를 지난해 왜 사용하지 않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퇴임 후 삼성동 사저가 아닌 제3의 장소로 가려고 했던 것인지, 아니면 삼성동 사저 주변에서 경호동으로 쓸 만한 시설을 찾지 못했던 것인지 등 여러 추측만 나온다.

 

전직대통령예우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예우들 가운데 신변 경호와 자택 경비는 탄핵 인용 시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 역시 향후 머물 거처 인근에 경호동을 마련하고 법률에 따라 20명 남짓의 경호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국회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탄핵 인용 전날인 3월9일 “미리 경호시설을 준비하면 마치 탄핵 인용을 예상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청와대에서도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감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전경 ⓒ 시사저널 박정훈


박근혜 이삿짐의 최종 목적지 어딘지 의문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와 향할 것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돼 온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1990년 삼성동 사저 매입 당시 최순실씨가 어머니 임선이씨와 함께 계약을 주도하고 집값도 내줬다는 특검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럼에도 2012년 대통령 당선 직전까지 23년 동안 살던 곳인 만큼 박 전 대통령이 이곳으로 돌아올 거라는 예상은 여전히 지배적이다.   그러나 3월8일 찾아간 이곳의 상황 역시 박 전 대통령이 당장 들어가 살기에 준비가 덜 돼 보였다.

 

다만 조만간 대통령이 올 지도 모른다는 분위기에 주민들은 말 한마디에도 조심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초반이던 지난해 11월28일 방문 때보다 외부인을 향한 경계가 더욱 강해진 듯 했다. 당시 주변 시세와 경호동 후보부지에 대해 설명해주던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가 3월8일엔 “알아도 모르고 몰라도 모른다”며 입을 굳게 닫았다. 사저 옆 아파트 경비원들 역시 “‘위’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손사래를 쳤다. 24시간 사저 대문 앞을 교대로 지키고 서 있는 3~4명의 경찰은 취재진이 동네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근처로 다가와 예의주시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대부분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면 삼성동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대통령이 오기에 당장 준비가 너무 안 돼 있는 것 아니냐며 의아해했다. 박 전 대통령이 당선돼 동네를 떠나던 날 눈물로 배웅했다는 인근 아파트 주민 김아무개씨는 “대통령이 여기 아니면 어딜 가겠나”면서도 “딱 봐도 경호가 허술하고 집도 당장 사람이 들어가 살 집처럼 보이지 않아, 주민들끼리 ‘탄핵이 기각되려나보다’ 얘기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러한 물음표 속에서 동네 주민들 사이에선 다양한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사저 바로 앞에서 15년 넘게 식당을 운영해 온 이아무개씨는 “옆에 5층짜리 ㅇ빌딩 주인이 경호동으로 제공하려고 이미 부동산과 보증금과 월세 조정을 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건물주인 김아무개씨는 “건물을 팔 생각이 전혀 없고 그런 제안을 받은 적도 없다”며 황당해했다.

 

한편 사저 근처 또 다른 건물주인 김아무개씨는 “ㅇ빌딩은 애초에 단가가 안 맞고 대통령 사저 내부가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 경호동 자리로 적절치 않다”며 “사저와 대각선으로 마주보고 있는 4층짜리 다세대주택이 경호동으로 쓰일 거란 얘기가 심심치 않게 오간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해당 주택과 거래하는 ㄹ부동산 중개업자는 “불과 며칠 전에도 집주인이 빈 방 매물로 내놓고 갔다”며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사저 일대 경호동으로 쓰일 만한 건물들의 등기부 등본을 떼본 결과, 이렇다 할 매매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저 논란이 일자 청와대 경호실은   3월9일 한 언론에 “인근 매입이 어려워 아직 경호동을 준비하지 못했다”면서 어떻게든 방법을 취해 경호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앞에서 경찰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2월말 삼성동 사저 측량 실시 확인

 

한편 일각에선 현재 사저를 허물고 그 자리에 4층 이상 건물을 신축할 거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취재 결과, 특검 수사와 헌법재판소 변론이 마무리될 무렵인 2월말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서 직원들이 파견돼 한 시간 넘게 삼성동 사저를 중심으로 지적(地籍)측량을 실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적측량은 토지 주인, 혹은 주인이 직접 위임한 대리인의 요청으로만 가능하다. 즉 삼성동 사저 역시 토지 주인인 박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측량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주민들 사이에선 경호동을 못 구할 것 같으니 아예 사저와 경호동을 합쳐 한 건물로 지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이 오가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향후 거처에 대한 의문은 가라앉질 않고 있다. 3월8일 동아일보는 박 전 대통령이 경기도 모처에 새로운 사저를 구해 옮길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삼성동 외에 과거 인연이 있던 다른 동네 중 한 곳으로 거처를 정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역구였던 대구로 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대통령 성격상 과거 기억이 깃든 동네 중 한 곳으로 갈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서거 후 이사해 머물렀던 서울 신당동과, 1982년부터 3년 간 지냈던 성북동, 그리고 1990년 삼성동 사저로 이사하기 전까지 살았던 장충동 집 일대를 확인한 결과, 최근 새로운 매매가 이뤄진 흔적은 없었다. ‘민간인 박근혜’의 거처를 둘러싸고 여전히 갖가지 추측이 나도는 가운데 과연 청와대를 출발하는 이삿짐 차량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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